[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 경기도 안양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강모(29·여)씨는 여름휴가 기간을 이용해 피부 리프팅 시술을 계획했다. 예전부터 시술에 관심은 있었지만, 다소 생소한 분야이기 때문에 유튜브나 블로그 등을 통해 병원 및 시술방법을 수소문했고, 그 결과 평소 자주 구독하던 유명 유튜버가 발품 팔아 병원을 찾고 직접비용을 지불해 만족스러운 시술을 받았다는 후기를 믿고 해당 병원을 찾아가 상담 후 8월말로 시술일정을 예약했다. 그러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의료계 뒷광고 실태를 접하고 나니 강씨는 유명인의 말만 믿고 병원을 결정한 것이 후회돼 예약을 취소하고 다시 병원을 알아봐야 할지 마음이 편치 않다.
◇현직 의사를 비롯 유명 유튜버들의 잇따른 뒷광고 논란
인기 유튜버 및 연예인들의 ‘뒷광고’ 논란이 연일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정보제공에 가장 투명해야 할 의료계에도 이 같은 불법광고가 만연하다는 것이 알려지며 이를 이용하고 불법에 눈 감았던 의료계 전반에 대한 각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료계 뒷광고 논란은 구독자 44만 명을 보유한 인기 유투버 오가나피부과 전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 연예부 기자 출신 김용호씨가 뒷광고 및 식약처 광고정지 상품 관련 불법 광고 등으로 오가나 원장을 저격했고, 현재 오 원장은 뒷광고 일부를 시인하며, 대부분의 게시물을 비공개로 전환한 상태이다.
이외에도 구독자 9400명을 보유한 유튜버 민성공이의 성형수술 뒷광고를 비롯해 구독자 150만 명의 유튜버 킹기훈의 모발이식 뒷광고, 140만 명이 구독하는 유튜버 임다의 라식수술 뒷광고 등이 연이어 폭로됐다. 여기에 예비 약사이자 인기 유튜버 제이가 의료계 뒷광고 실태를 고발하는 글까지 등장하며 논란은 일파만파로 계속되고 있다.
의료광고는 타 광고들과는 달리 ‘의료기관 개설자, 의료기관의 장 또는 의료인이 아닌 자는 의료에 관한 광고를 하지 못한다’는 의료법 제56조 1항에 의거해 광고임을 명시해도 의료면허가 없는 일반인에 의한 광고는 불법으로 규정된다.
이밖에도 치료 경험담 등 치료 효과 오인 우려 광고, 거짓 광고, 비교 광고, 비방 광고, 시술행위 노출 광고, 부작용 정보 누락 광고, 미심의 광고, 소비자 오인 소지 비급여 진료비용 할인 광고, 상장-감사장 이용, 인증-보증-추천 광고 등 14개 유형을 의료법 위반으로 보고 금지하고 있다.
이처럼 의료광고가 의료법에 의해 더 많은 규제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이유는 불법 광고로 인해 소비자가 금전적 피해뿐 아니라 건강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전문성 있고 투명한 정보제공이 무엇보다 요구되기 때문이다.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의료계 뒷광고는 엄중히 처벌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보건복지부에서는 올해안으로 의료법 시행령을 개정, 유튜브를 비롯한 인터넷 매체의 의료 심의 대상을 확대해 사전 불법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다만 유튜브 등에 올라오는 의료관련 게시물 중, 사전 심의 대상 규정 등 아직까지 모호한 점들이 많아 지금과 같은 불법 의료 뒷광고 차단을 위해서는 더욱 촘촘한 관리 및 잣대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피부 리프팅시술시, 불법 재생팁 사용에 따른 부작용 위험 높아
뒷광고 외에도 유튜버 오가나 사례에서 함께 논란이 됐던 재생팁 사용 역시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의료계의 대표적인 소비자 기만행위로 꼽힌다.
재생팁이란, 피부 리프팅 시술시 1회용으로 사용이 규정된 레이저 팁을 불법으로 재충전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재생팁이 정품 대비 30%가량 저렴해 일부 병의원에서는 이를 구매 후 소비자들에게는 마치 정품인양 시술하는 불법이 자행되고 있다. 재생팁 사용 시 피부에 적정 에너지를 조사하지 못하는 등 컨트롤이 어려워 시술효과 저하 및 볼패임, 화상, 멍 등의 부작용 등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도 이러한 부작용 등으로 인해 정품 사용이 의심된다고 호소하는 글들을 인터넷 게시글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울쎄라, 써마지 등의 리프팅 의료기기 업체에서도 불법 재생팁 사용 근절을 위해 여러 소비자 프로그램을 도입해 소비자들에게 정품 사용의 중요성과 시술 병원에서의 정품 확인 절차 등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정품 확인하는 과정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아 이러한 허점을 이용한 재생팁 사용은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울쎄라의 경우에는 소비자가 시술 전 인증 마크를 통한 정품 기기 확인, 시술받은 팁의 시리얼 넘버와 차트 속 넘버확인을 권장하는 ‘정품 인증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또, 소비자들은 정품 시술을 받은 만큼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어, 해당 업체는 정품 사용을 통해 환자의 안전성과 시술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재생팁으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정품여부를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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