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 방배동 KT DS 사옥에서 만난 박용훈 마이스터(사진‧인프라개발팀 팀장)의 말이다. 20년간 IT산업에 몸담아온 박 팀장은 사내에서 부여하는 마이스터(명장)’ 칭호를 제도 도입 초기인 2015년부터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KT DS에서 운영하는 마이스터 제도는 매년 내외부 평가위원의 까다로운 평가를 거쳐 엄정하게 선별되는 제도다.
처음 개발자로 입문했던 박 팀장은 10여년간의 데이터베이스 관리자(DBA)를 거쳐 최근에는 클라우드 플랫폼 솔루션 사업까지 종횡무진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작년 초부터 클라우드 컨테이너 부문을 사업화하거나 솔루션화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년 6월부터 준비를 시작하고, 내부 투자심의를 받아서 지난해 10월 준비해 올해 4월말 정도에 클라우드 컨테이너 ‘플라잉큐브’를 공식 오픈하고 현재 KT에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컨테이너 사업을 내부에서 처음 시작하는 건 순탄한 길은 아니었다. KT그룹이나 DS 내부에서도 그런 솔루션 사업을 해보지 않았던 '처음 가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 팀장이 클라우드 플랫폼 사업을 처음 주목했을 때는 비용적인 측면이나 투자에 대한 시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그러다 클라우드 시장이 국내에서도 개화하면서 솔루션에 대한 요구(니즈)들이 생겼다. 결국 박 마이스터가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을 꿰뚫어 본 셈이다.
“저희 팀에서 제안해서 진행했던 건데, 될지 안 될지 모르는 것에 대해서 내부를 설득하는 어려운 과정을 한 번 거쳤죠. 또 기술이 좋고 제품이 좋더라도 판매가 되지 않으면 안 되잖아요. 고객에게 맞는 서비스를 시기에 따라 맞추어 주는 것도 사업 진행에 중요한 포인트니까요. 다행히 클라우드에 대한 솔루션 니즈가 생기며 시기를 타서 KT에 판매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죠.”
클라우드는 인프라(IaaS), 플랫폼(PaaS), 소프트웨어(SaaS)로 나뉜다. 플라잉큐브는 중간 단(미들웨어)인 플랫폼 사업에 해당한다. 아랫단인 인프라 사업은 비교적 초기부터 개발된 데 비해, 플랫폼 사업은 최근에 개발되기 시작한 사업이다. 이제는 IaaS 영역뿐 아니라 PaaS 영역까지 고객들이 관심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박 마이스터는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들이 처음에는 클라우드 장비 사업과 서버환경 제공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플랫폼 서비스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모니터링 체계까지 구축해 보다 더 나은 플랫폼 서비스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제가 인프라개발팀을 이끌고 있어서 클라우드 영역으로 가져갈 수 있는 플랫폼과 솔루션 이 두 개로 사업화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시스템과 인프라를 전반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개발사업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면 고객 서비스를 더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박 마이스터는 설명했다. 클라우드 전반 영역에서 고객이 원하는 어떤 서비스라도 제공할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모니터링 등의 툴을 더 강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년 경력의 노장이 새로운 IT 트렌드에 끊임없이 적응해 나가고 또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원동력은 뭘까. 박 마이스터는 개발자로 IT에 입문해서 DB 관리자를 거치며 클라우드까지 종횡무진하며 영역을 확장해왔다. 그가 꼽은 비결은 ‘끊임없는 공부와 노력’이었다.
“처음에는 개발자로 시작을 했었습니다. 6~7년째 되다 보니 데이터베이스(DB)에 대한 개발 포인트가 생기다 보니 그때부터 DB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됐죠. 제가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준비를 했고, 필요한 부분들은 커뮤니티 활동을 하거나 프로젝트 안에서 동료들 도움을 받거나 해서 전환하는 계기를 가졌죠. 그래서 13년간 DBA로 활동을 하게 됐죠.”
데이터베이스 관리자 시기에는 DB 구축, 설치에 있어 성능향상과 최적화를 위한 튜닝 역할을 많이 했다고 박 마이스터는 기억했다. DB의 용량을 키우고, 한 건을 처리하더라도 일을 30~50% 효율적으로 하는 방향으로 하도록 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기술이 점차 진화되고, 클라우드나 인공지능(AI) 등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트렌드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IT쪽 흐름이 그렇더라고요. 이전에는 내가 알고 있던 코딩에 대한 기술이라든지, IT기술을 쌓아서 갈 수 있는 게 4~5년 정도였다면, 지금은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서 그에 대한 사이클이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클라우드 쪽이라든지, 컨테이너 쪽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갖게 됐죠.”
박 마이스터는 계속해서 공부하고 트렌드를 쫓아가려는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요즘은 다양한 오픈소스 툴과 언어(랭귀지)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듯하다”며 “예전에는 하나의 오픈소스, 하나의 기술을 갖고 갔다면 요즘에는 하나의 오픈소스나 특정 기술 베이스를 가지고서 계속해서 접합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가는 체계로 바뀐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 마이스터는 현재 13명의 팀원을 거느리고 있는 리더다. 팀원들도 주말에 공부하거나, 퇴근하고 나서 커뮤니티 활동을 하거나, 집에서 테스트하는 세팅을 한다고 박 마이스터는 설명했다. '공부할 수밖에 없는' IT업계의 특성에 따라 자발적으로 하는 셈이다.
“경쟁자라면, 플라잉큐브처럼 컨테이너 인스턴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AWS(아마존 웹 서비스)·구글·MS(마이크로소프트)와 국내에서는 아코디언, 칵테일, 레드햇의 오픈쉬프트 등이 있습니다. 또 인프라 자동화 영역도 레드햇의 앤서블이라든지, SK C&C의 오피메이트 등이 있는데 인프라봇이라는 자동화 서비스와도 연관이 될 수 있죠.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계속해서 진행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는 경쟁 기업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쟁쟁한 경쟁회사들을 언급하면서도 자신에 찬 평온한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갔다. 자신에 찬 박 마이스터의 설명에는 꾸준히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온 명장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박 마이스터의 새로운 도전 혹은 다음 발걸음이 기대된다.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