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서방 언론들은 28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사의 표명 소식을 전하며 '성과'보다는 '실패'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외신들은 일본의 군국주의 회귀 논란을 부추기며 이웃국들을 자극한 평화헌법 개정에 실패했다는 점을 무엇보다 부각했다.
AP통신은 "아베 총리와 그의 극우 성향 지지자들은 전후(戰後) 미군이 제정한 평화헌법을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의 부끄러운 유산으로 여겼다"면서 "그의 가장 큰 실패는 할아버지 때부터 숙원인 개헌을 이루지 못한 것일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아베 정부는 2014년 자위대를 외국에 파병할 수 있도록 헌법해석을 변경하고 이듬해엔 우방국이 공격받으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게 법안까지 통과시켰지만, 헌법 9조를 개정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헌법 9조 개정이 아베 총리의 '개인적 과업'이었다면서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1896∼1987) 전 총리도 이루지 못한 일이었다고도 전했다.
일본 헌법 9조는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하고 육해공군 전력을 갖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평화헌법'의 근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도 거론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아베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여론은 불만이었다"면서 "(코로나19는) 경제에 특히 영향을 줬고 아베 총리가 성과라고 할만한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를 지워버렸다"고 지적했다.
NYT는 "아베노믹스는 달성되지 못한 채 남게 됐다"고 덧붙였다.
AP통신은 "아베 총리는 코로나19 대응 탓에 여론의 비판을 반복해서 받았다"면서 "건강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 지지율을 급락시킨 요인이었다"고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부분 전문가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아베 총리의 확장적 경제정책에 즉각적인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새 총리는 추가적인 경기부양책 등 현재 기조를 강화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코로나19 대유행에 일본은행이 국채매입을 중단하거나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을 고려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을 설계한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가 아베 총리를 따라 사퇴할 가능성이 낮은 점도 정책 유지가 예상되는 이유"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베노믹스는 모호한 성과를 낳았으며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에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 "아베노믹스는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하고 완전고용을 달성하는 데 도움 됐지만, 강고한 경제성장을 이루는 데는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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