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 의사들도 '공공의대' 글쎄..."고용안전성부터 개선을"

보건소 의사들도 '공공의대' 글쎄..."고용안전성부터 개선을"

'5년 계약직' 보건소 진료의, 경력인정無...'의사 고유업무 침해'도 근무의욕 저하

기사승인 2020-09-15 04:02:02
▲사랑제일교회 소재지인 서울 성북구의 구립보건소 앞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정부가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공공의대 설립 등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현직 공공의료현장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공공의대 설립'에 부정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낮은 처우, 고용 불안정성 그리고 비효율적인 관료중심의 문화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공공의대 설립을 통한 공공의료 강화 효과가 미비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14일 대한공공의학회가 전국 보건소 및 보건지소 근무 의사 422명울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의무복무 공중보건의 제외) 결과에 따르면, '공공의료기관에 필요한 의사 수급을 위해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응답점수는 5점 만정 중 평균 2.1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소 및 공공의료기관의 의사수급을 위해 공공의료대학을 설립하는 것이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대한공공의학회 제공 

보건소 근무 의사들이 꼽은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개선사항은 '낮은 급여'와 '고용 불안정성', 그리고 '관료 중심적 조직문화'로 지적됐다. 공무원 보수 체계 상 '급여 수준'은  보건소장과 의료과장이 임기제 관리 의사보다도 더 낮은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임기제 관리 의사의 평균급여 수준 역시 민간 병의원의 진료 의사에 비해 39%가량 낮았다. 일례로 서울시 의무직 공무원 의료수당은 2003년 이후 2020년 현재까지 동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의사들이 생각하는 보건소 의사의 적정 월 수입은 1000만원 이상이 56.5%, 1200만원 이상이 26.3%, 800만원 이상은 8.1%로 나타났다. 현재 임금수준이 적정하다는 의견은 5.1%에 그쳤다. 

고용불안정도 업무 만족도를 저하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올해 4월 기준 서울특별시 및 자치구 의사 공무원 인력 현황을 분석한 결과 25개구 25명 보건소장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9개구 보건소장의 고용 형태가 불안정적인 '개방형'인 것으로 조사됐다. 개방형 보건소장의 임용기간은 5년을 넘기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또 각 보건소 진료 의사의 고용 형태 역시 임기제 공무원(5년)으로 계약 기간이 끝나면  근무 경력을 인정받지 못 한 채로 다시 재계약 되는 방식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대다수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이같은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과중한 업무 등으로 그만두는 의사도 적지 않다고 지적됐다. 5년마다 재개약을 경신해야 하고, 경력이 인정되지 않는 등의 고용 불안정성이 잦은 퇴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설문에 임한 보건소 의사 A씨는 "의사들이 오고싶어하는 보건소가 되려면 공공의대보다 의사 임금 현실화가 우선이다. 강제 의무배정보다 정당한 대우가 공공의료로 의사를 끌어들이는데 효과적이다"라고 건의했다. 또 다른 의사 B씨는 "기본 연봉이 낮은데 재계약시 연봉이 삭감되는 것이 보건소 의사들의 근무의욕 감소와 가장 크게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업무 비효율성과 의사로서의 자존감 문제도 업무 만족도를 하향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체 응답자의 40.4%가 '관료 중심적 조직문화'를 가장 큰 업무 중 애로사항으로 지목했다. 또 '의사로서의 존중을 받지 못함'을 꼽은 이들도 11.1%를 차지했다. '낮은 보수'는 30.3%였다.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들의 건의사항을 살펴보면 '공무원들이 의사 고유 업무를 침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의학적 소견이 정치적 의견보다 우위가 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의학적으로 옳지 않은 행위를 민원이라는 이름으로 지시하는 것을 금했으면 좋겠다'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박현정 대한공공의학회 총무이사는 "보건소의 경우 50대 이상 의사가 80%를 차지하는 반면, 20~30대 젊은 의사들은 거의 오지 않는다. 지원 자체가 낮아 일손도 만성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임금 수준이 일반 의료기관보다 낮고,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의무직의 경우 5년마다 재계약을 하게 되는데, 경력이 인정돼 임금이 올라가는 방식이 아니라 재계약 이후 초임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일선 보건소 의료진들이 과중한 선별진료소 업무를 소화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의 관심과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다. 일선에서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의료인들이 보람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의료현장에서도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급여 뿐만 아니라 고용안정성, 의사로서 존중 등 총체적인 근무환경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성인 연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의사 수를 늘려 지역에 어쩔 수 없이 취직하게 만드는 방법은 문제가 있다"며 "공공의료기관 의사들이 토로하는 어려움 중 하나가 공무원 만큼의 대우나 의사로서의 권한이 충분히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급여만 높이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적 평판이나 안정된 직장으로서의 대우 등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조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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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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