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등 범의약계 공동단체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한 안전성 우려를 제시하고, 10가지 검증과제를 내놨다. 이같은 의약계의 행보에 한의사들은 되려 '바라던 바'라며 반색하고 나서 주목된다.
첩약과학화 촉구 범의약계비상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1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한 반대 공세를 폈다. 범대위는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약학회 등 범의약계 공동 단체다.
이들 범의약계의 요구사항은 오는 10월 예정된 한방 첩약급여 시범사업에 앞서 최소한의 안전성을 검증하자는 것이다. 자칫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무책임한 사업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다.
범대위가 제시한 기준은 총 10가지로 ▲국민 안전을 위해 첩약에 대한 안전성·경제성·효과성 평가 ▲한의임상표준진료지침(CPG)을 보완 ▲탕전기관을 포함한 조제기관의 시설과 공정의 표준화 ▲인력기준과 질 관리 ▲GMP관리 강화 ▲필수의료비 경감 목적 달성 가능성 검증 ▲한약재에 대한 품질안전관리 방안 등이다.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는 "어떤 치료행위나 약제를 급여화할 때에는 정상적인 프로세스가 있음에도 한방 첩약 시범사업은 그 기준을 따르지 않았다. 시범사업 자체사 승인되지않았어야 맞다"며 "(오늘 발표한 기준은)의학자와 과학자들이 제시한 첩약시범사업의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다. 국민 앞에서 정부가 해야할 최소한의 양심적 기준이다"라고 피력했다.
또한 범대위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가 지속되고, 의료계 파업 여파로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서두르는 정부를 이해할 수 없다며 비판했다.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국제위원장은 "정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워원회(건정심)이라는 외피에 몸을 감추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건정심 표결로 첩약을 급여화할 수 있다면 그동안 새로운 의료행위나 신약에 대한안전성·유효성 검증 절차는 다 필요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월부터 벌써 89개월 째 코로나 환자 치료에 매달리고 있지만 현장 의료진들과 의료계 종사자들에 대한 감염수가나 위험수당 등 수가 인센티브가 단 1원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월경통에 대한 한방 첩약 건보재정을 쓰는 것을 선집행하는 것이 어떤 의도인지 의심스럽다"며 "일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과 모든 의약계 종사자들에 허탈함과 분노를 자아내게 하는 정책이다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범대위는 정부와 한의계에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이 위원장은 "빠른 시일 내에 공개토론 또는 공청회를 준비하려한다.복지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식약처 등 유관기관의 업무담당자와 시민단체, 한의학계 당사자들도 오셔서 입장을 밝혀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같은 범의약계의 제안에 한의사들은 환영 입장을 전했다. 한약의 과학화는 한의사들도 바라는 바이며, 공개토론도 적극 참석하겠다고 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의 성공을 위한 양의약계의 10개 사안 발표와 관련 공청회(공개토론) 개최 제의를 환영한다. 양의약계가 제안한 10개 사안을 충분히 검토할 것이며, 현재 추진 중인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 공청회(공개토론회)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반색했다.
한방의 발전을 위해 범의약계가 제시한 10가지 기준도 검토해야할 조건이라는 반응이다. 다만,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위한 제도개선과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안병수 대한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범의약계가 제시한 10가지 기준들 모두 충분히 검토해볼만한 것들이다. 한의학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개선해야 할 것들로 한의계도 공감하고 있는 사항이다"며 "다만 한의계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일례로 첩약 투여 전후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혈액 검사 등 검사기기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한의임상표준지침도 현재 33개 질환에서 나아가 더 많은 지침을 확보해야 하고, 조제단위 안전성과 유효성도 현 단계보다 보강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기존 제도개선과 보다 많은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범의약계가 지적한 '불량 한약제'문제에 대해서는 오해가 크다고 반박했다. 한 이사는 "불량 한약재 문제와 관련해서는 오해가 있다. 한의사들은 제약회사에서 품질검사를 거쳐 허가받은 한약재를 사용한다. 불법 수입한 약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생강이나 파뿌리 등 제약회사에서 관리하기 어려운 규격 예외 품목이 일부 있지만 불법 한약재와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그러면서 "범의약계가 제시한 조건들은 시범사업 과정에서도 개선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한의계는 얼마든지 공청회에 응할 생각이다. 방송 토론 등의 방법도 좋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