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 공무원 행동강령상 갑질 행위 근절을 총괄하는 ’공공기관 갑질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 위원장 전현희)의 소속 직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 권익위 내부 갑질을 당했다는 응답수가 2년간 무려 334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영 의원실이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2019년, 2020년 권익위원회 갑질 관련 실태점검 결과’에 따르면 직원이 653명(2020년 기준)인 권익위 내부에서만 2019년 214건, 2020년 120건의 갑질 사례가 있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작년 5월 24일부터 5월 31일, 올해 5월 25일부터 29일까지 두 차례,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내부 인트라넷을 통해 ‘상대적 열위직원에 대한 갑질 행위 경험 여부’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는 지위남용, 부적절언행, 부당인사, 사적노무, 금품향응 등 총 5개 유형으로 구성됐다. 올해 설문조사의 경우, 위원회 직원 653명 중 111명이 설문에 응답했고, 15개 항목 문항 중 갑질을 당했다(“예”)라고 답한 응답수는 120건에 달했다.
갑질 실태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지위남용 55건, 부적절언행 40건, 부당인사 18건, 사적노무 6건, 금품향응 1건 순으로(복수응답 포함) 밝혀졌으며, 음주나 회식 참석 강요, 업무시간 불필요한 연락 등의 지위남용 행위가 가장 많았다.
2018년 국무조정실은 우리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이른바 ‘갑질’을 바로 잡기 위해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이에 공공기관은 자체적으로 내부 직원을 상대로 갑질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권익위는 공무원 행동강령을 개정, 공공기관 갑질 행위를 신고받고 징계처분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권익위는 지난 8월, 고위공직자 국장이 부하 직원에게 자신의 대학원 과제를 대신하게 하는 등의 갑질 사건이 보도되며 논란이 된 가운데, 이번 설문조사 결과 내부에서도 수백 건의 갑질이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갑질 근절에 앞장서야할 국민권익위원회가 정작 자기들끼리는 갑질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그러나 권익위는 갑질 실태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자료는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상세내용이 외부에 공개될 경우 직원들의 솔직한 응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인데, 기명도 아닌 익명 설문조사에 대한 비공개 이유로는 전혀 맞지 않는다. 오히려 기관 내부의 갑질 행위가 투명하게 외부로 공개되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장기적으로 내부 갑질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따른다. 심지어 권익위는 지난 3월, 공공기관의 공무원 행동강령 상 갑질 행위의 구체적 내용, 행위자 직위, 이로 인한 징계 처분까지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바 있다.
이에 이영 의원은 “권익위가 남의 잘못에는 정의의 칼날을 들이대면서 정작 자기 잘못은 은폐하고 있다는 사실은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권익위 내부 갑질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관련자를 엄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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