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하는 사람이 속출하자 의료현장에서는 접종 지속 여부를 놓고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및 전문위원회 논의 및 중간 부검 결과 등을 검토한 결과, 예방접종을 중단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을 지속키로 했다.
23일 의료현장에서는 자체적으로 독감 예방접종을 유보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대한의사협회가 "백신 예방접종을 23일부터 29일까지 일주일간 유보해야 한다"고 밝히고, 회원들에 예방접종 중단을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전날인 22일 최대집 의사협회장은 "예방접종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면밀히 조사해봐야 한다. 병리학적 소견, 사인 등을 알기 위해 최소 1주일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피력했다.
지방차치단체에서도 같은 현상이 이어졌다. 서울 영등포구보건소가 전날 관내 의료기관에 안전성을 확보할 때까지 독감 예방접종을 보류할 것을 권고한 데 이어 이어 경북 포항시도 29일까지 접종을 유보한다는 방침을 전했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은 독감 백신접종을 지속한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저녁 예방접종피해조사반 및 예방접종 전문위원회 회의 직후 공개한 설명자료를 통해 "사망 신고사례 26건(중증 사망 1건 포함)에 대해 심의한 결과, 백신접종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예방접종을 중단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토한 사망사례 26건 모두 사망과 예방접종의 직접적인 인과성이 매우 낮고, 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유행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독감 예방접종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13시 기준 독감 백신 관련 사망자로 보고된 건수는 총 36건이며, 추가 사례에 대해서는 지속 검토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자체적으로 독감 백신 접종 유보 등을 권고한 지자체에 대해서도 질병청은 "전체 국가예방접종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접종유보여부를 결정하지 않도록 안내했다"고 전했다.
또한 경찰청과 국립과학연구소가 진행 중인 사망사례 20건의 중간 부검결과에 따르면, 7건은 추가 검사를 진행 중이며, 13건은 사인이 심혈관질환(8건), 뇌혈관질환(2건), 기타(3건) 등으로 예방접종과 인과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검을 하지 않은 6건 중 4건도 각각 질병사(3건)와 질식사(1건)으로 예방접종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료계도 대체로 독감 백신 접종사업이 지속돼야 한다고 봤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백신에 대한 우려가 높은 가운데 단기간에 많은 사람을 접종하는 무리한 일정 중에 고령자들이 스트레스 환경에 노출되면서 심혈관 질환 등이 악화돼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감으로 인한 중증 폐렴으로 매년 3000명 정도가 돌아가시기 때문에 고령자의 경우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며 "대신 전날 숙면을 취고 아침에 옷을 두텁게 껴입고 따뜻한 물을 준비해 수시로 마셔줘야 한다. 미리 예약해 기다리는 일 없도록 하고, 접종 후 30분 정도 의료기관에서 대기한다면 이런 사고는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독감 백신 예방접종은 반드시 건강한 몸 상태일 때 받아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독감 예방접종 이상반응을 방지하기 위해 ▲예방접종은 건강상태가 좋은 날 받기 ▲접종 대기 중 충분한 수분섭취 ▲예진 시 아픈 증상이나 만성질환은 의료진에 알리기 ▲접종 후 의료기관에서 15~30분간 이상반응 여부 관찰하기 등을 당부했다.
한편, 국가예방접종사업 대상자가 백신 접종 이후 이상반응이 생겼을 때는 병의원, 예방접종도우미 어플 등을 통해 신고할 수 있다.
피해보상은 본인이 부담한 진료비가 30만원 이상인 경우, 이상반응이 발생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신청 가능하다. 본인 부담 진료비가 30만 원 미만이 경우는 신청 대상이 아니다. 국가가 접종을 권장하는 대상자가 아닌 경우에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으로 피해구제 신청을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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