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환급하는 건강보험금을 민간보험사들이 중간에서 가로채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민간의료보험사의 배를 불리고 있다는 것이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암환자를 비롯한 민간 실비보험에 가입한 만성·중증질환자들이 적정 보험금을 수령하지 못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민간보험사가 청구된 보험금 중 건강보험의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을 임의로 제외해 보험금을 삭감하거나 지급하지 않고 있어서다
건강보험공단이 2004년 도입한 본인부담상한제는 건강보험 가입자가 1년간 지급한 의료비 중 개인별 본인부담 상한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액을 건강보험에서 되돌려주는 제도다.
문제는 건강보험 환급금을 환자가 아닌 보험사가 챙기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대구에 사는 A씨는 지난해 상반기 의료비 100여만원을 실비보험사에 청구했으나, 돌려받지 못했다. 보험사가 본인부담상한제로 건강보험료 250만원을 환급받을 것으로 임의 산정하면서 실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서다.
A씨가 공단으로부터 환급받은 건보료는 57만원 뿐이었지만, 보험사는 여전히 A씨 가족들에게 미지급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을 이유로 민간보험사가 이미 지급한 보험금의 반환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 실손보험 가입자 배모씨는 얼마 전 보험사로부터 기지급한 보험금을 반환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공단 측이 민간보험사에 반환할 필요가 없다고 안내했지만, 보험사는 보험금 반환 동의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해왔다고 전했다.
민간보험사들은 2009년 10월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 내용에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사전 또는 사후 환급이 가능한 금액(본인부담상한제)'이 보상하지 않는 사항에 포함한 것을 근거로 이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환자들은 '건강보험의 재정이 오히려 사기업의 배를 불려주고 있는 제도로 변질되고 있다'며 반발했다. 또한 금융당국과 보건당국이 이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의료비의 부담을 줄이려고 실손보험을 가입한 환자는 가입하지 않은 환자보다 부당한 역차별을 받고있는 구조다. 가난하면 가난할수록 공보험인 건강보험으로부터 받은 현금급여인 보험급여의 혜택을 실손 보험사에게 더 많이 되돌려 줘야하는 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보건당국과 금융위는 즉각 실손보험의 표준약관을 정비해 환자들의 권익을 보장하고 사회정의 실현에 앞장서고, 보건당국은 의료급여법 및 건강보험법을 개정하여 본인부담 상한제 환급금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를 확보해야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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