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이제훈이 ‘도굴’에서 이런 연기를? 앞으로도 과감하게 선택할래요”

[쿠키인터뷰] “이제훈이 ‘도굴’에서 이런 연기를? 앞으로도 과감하게 선택할래요”

기사승인 2020-11-06 06:08:02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영화 ‘도굴’(감독 박정배)의 초반부 강동구(이제훈)는 스님으로 위장해 황영사 9층 석탑 속 불상을 훔쳐가는 장면이 등장한다. 국가의 문화재를 거리낌 없이 훔친 후 태연하게 국밥을 먹고 불상을 팔러 다니는 동구의 모습을 곱게 보긴 힘들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동구의 범죄 행위를 설득하는 설명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자꾸 그의 편에서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말로 상대를 농락하며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동구를 보고 있으면, 범죄자를 향한 반감 대신 무슨 사연이 있을 거란 확신이 커진다.

스크린을 자유롭게 휘저으며 존재감과 매력을 뽐내는 동구를 연기한 배우 이제훈도 캐릭터의 매력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많은 대사에 느끼는 부담감보다 흐름에 몸을 맡기고 노는 즐거움이 더 컸다. 최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제훈은 처음 대본을 읽으면서 “신이 났다”고 털어놨다.

“동구의 대사가 진짜 많았어요. 촬영 전엔 대사를 어떻게 소화할까 하는 우려가 있었죠. 촬영 중엔 신나서 즐기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예전엔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에 대한 걱정과 고민들이 많았거든요. ‘도굴’에선 흐름에 몸을 맡겨서 동구가 떠드는 대로 표현했어요. 처음 대본을 읽으면서도 신이 났어요. 이렇게 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대사가 입에서 술술 나오더라고요. 나중엔 어떻게 하면 재밌게 놀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현장에 갔어요. 흐름에 맞게 상황까지 애드리브로 하기도 했어요. 대사를 잘못해서 다시 찍는 경우는 거의 없었죠. 하다가 제가 지어내기도 했으니까요. 그만큼 제가 즐기면서 했던 것 같아요.”

▲ 영화 '도굴' 스틸컷

이제훈은 스스로에 대해 “애드리브를 선호하는 배우는 아니었다”고 했다. 그보다는 주어진 상황에서 주어진 대사를 알맞게 소화해서 의미가 전달되기를 바라는 쪽이었다. ‘도굴’을 촬영하며 “나한테 이런 면이 있었나” 하고 놀라기도 했다.

“동구처럼 능글맞고 능청스러운 모습이 저한테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딱히 떠오르지 않아요. 넉살 좋게 사람들 앞에서 실없는 소리하는 사람은 아니었거든요. ‘도굴’을 하면서 강동구스럽게 연기하다보니까 그 모습을 일상에서도 보여주게 되더라고요. 저를 오랫동안 봐온 친구들은 초중학교 때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말해줘서 흥미로웠어요.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얌전하고 차분해졌는데 다시 이런 끼를 부리게 됐다고 할까요. 진짜 때려주고 싶고. 이런 캐릭터를 ‘도굴’ 하나로 남기긴 아쉬운 느낌도 있어요. 도굴을 소재로 펼칠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게 많으니까 다른 작품으로 동구 캐릭터를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커요.”

이제훈은 ‘도굴’을 찍으며 연기적으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게 됐지만, 현장에서도 바뀐 점이 있다고 했다. 자신의 고민에 빠져있기보다 주변 스태프들을 챙기게 된 것.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스태프들에게 고마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시간이 지나면서 촬영 스태프들과 함께하는 게 더 커진 것 같아요. 배우들도 그렇지만 스태프들도 지치는 순간이 많잖아요. 요즘엔 제가 스태프들에게 기운과 에너지를 주는 사람으로 변했어요. 파이팅도 하고 농담도 건네게 됐죠. 현장에서 배우들이 잘 연기할 수 있게 환경을 마련해준 스태프들이 저는 정말 감사하고 고마워요. 그들 없이는 연기할 수 없는 사람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에너지를 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주연배우로서 의무이지 않을까요.”

평소 영화를 많이 보기로 소문난 이제훈은 평소 ‘도굴’ 같은 범죄오락 장르를 좋아한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 장르에 출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관객들이 ‘이제훈이 이런 영화에서 이런 연기를?’ 하는 생각이 들게 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강동구 캐릭터가 굉장히 말이 많아요. 수다스럽고 사람들을 들었다 놨다 하죠. 말하는 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의심도 하게 되고요. 그걸 즐기면서 연기했어요. 지금도 ‘아, 또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도굴’을 생각하면 진짜 재밌고 신나거든요. 다시 동구를 만나서 재밌는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싶어요.”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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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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