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과 함께 학원 운영 전면 금치 조치를 내놓자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거리두기로 등교가 주 1~2회로 줄어든 마당에 학원까지 아예 문을 닫게 돼 학습, 돌봄 공백을 우려하는 것이다. 더구나 PC방, 멀티방 등 실내 오락 시설은 오후 9시까지 제한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 형평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8일 정부의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작된다. 2.5단계에 따라 이날 0시부터 2021년도 대학입시를 위한 교습, 직업능력개발훈련과정을 제외한 모든 학원(교습소 포함)은 문을 열 수 없다.
수도권의 모든 학교도 이날부터 3분의 1만 등교할 수 있다. 서울의 경우 중·고등학교는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됐다.
학원 영업정지는 3단계에 준하는 조치다. 애초 2.5단계 기준대로면 학원은 시설면적 8㎡당 1명으로 인원을 제한하고, 좌석을 두 칸 띄우면 오후 9시까지 운영이 가능하다.
정부가 학원에 대해 집합금지를 내린 것은 최근 코로나19 확산 중심에 20~30대 젊은 층이 있기 때문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학원에 대해서는 현재 젊은 청장년층 중심의 감염 확산이 계속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서 감염 위험성이 크다고 하는 전문가들과 질병관리청 등의 의견을 반영해 학원을 전체적으로 집합금지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젊은 층의 코로나 확산을 막고자 학원 영업 정지를 결정하면서 학원에 돌봄을 의지해 온 맞벌이 가정에 그 불똥이 튀었다.
유치원, 초등 저학년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의 경우 돌봄 목적으로 학원에 보내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혼자 하교, 하원을 하기 어려운 연령대인 경우 학원 차량이 보호자의 역할까지 맡아주는 것이 일반적이기도 하다.
또 학교 내 돌봄교실을 신청하더라도 통상적으로 부모가 퇴근하기 이전에 운영이 끝나기 때문에 1개 이상 학원에 의지하는 부모가 많다.
그러나 이번 2.5단계에 따른 학원 운영 중단으로 대부분의 부모가 갑자기 아이를 맡길 곳이 사라져 버린 상황이다.
이정윤 씨(35)는 "연차휴가는 이미 지난번 거리두기 때 다 썼고 재택근무를 할 만한 여건의 회사도 아니다"라면서 "아이가 종일 집에 혼자 있을 수 없어 급히 아이 친구 엄마의 도움을 받기로 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퇴사 밖에) 답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일각에서는 PC방, 멀티방 등 젊은 층이 방문하는 일반 시설은 오후 9시까지 운영하면서 아이들을 맡길 학원 문은 닫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고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김성은 씨(45)는 "대책도 없이 기말고사를 앞두고 이런 조치를 내려 황당하다"면서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PC방이나 영화관 문은 다 열면서 학원 문은 왜 닫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학원들도 반발했다.
한국학원총연합회는 지난 7일 학원의 전면 운영금지 조치를 오후 9 시까지 운영할 수 있는 기존의 2.5단계 조치로 완화해 달라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학원연합회는 "다수 학생이 이용하고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PC방이나 영화관은 거리두기 2.5단계 조처대로 오후 9시까지 운영하는데 정부가 학원에만 집합 금지 조치를 한 것은 학생들의 외출과 이동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에도 맞지 않는다"며 "등교가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학원 운영이 중단되면 개인 과외 교습을 받을 수 있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간 학력 격차도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소형 학원 업주들은 특히 울상이다. 원격수업을 할 여건을 갖추지 못한 학원들은 3주 휴원 공지를 내고 있다.
예체능 교습소를 운영하는 박수영 씨(29)는 "비대면 수업이 불가능해 코로나 사태로 정말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며 "매 주 방역업체를 부르고 최대한 1대 1 수업을 하는 등 그간 방역에 힘썼는데 또 휴원이라니 정말 지치고 힘들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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