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경상남도 합천군에 거주하는 이한규(가명·74)씨는 암치료를 위해 두 세달에 한 번씩 서울행 고속버스에 오른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거리두기 조치로 대중교통 이용이 쉽지만은 않지만 치료를 받는 날마다 기분좋게 집밖을 나선다고 했다.수술이 불가능한 간암 3기 환자임에도 최근에는 상태가 좋아져 매일 아침 마을회관 청소를 도맡을 정도로 활기차게 생활하고 있다. 그는 "12~13년 전 간암을 처음 진단 받았다. B형 간염이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고 두려움도 컸다"며 "지금은 가족과 의료진에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간암은 위암에 이어 국내 암 사망원인 2위를 차지하는 질환이다. '침묵의 장기'라 불리우는 간의 특성 탓에 조기발견이 쉽지 않고, 여타 암과 달리 간질환을 오래 앓은 결과로 암이 생기기 때문에 수술적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이 많다.
간암의 원인으로는 B형 간염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알코올 간염, C형 간염, 지방간 등 기타원인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환자 이씨도 B형 간염이 간경변증으로, 간경변증이 결국 간암으로 진행된 사례다. 수술적 치료가 불가능한 3기 이상에서 간암을 진단받는 환자도 적지 않다. 대한간암학회에 따르면, 2008년~2014년도에 새로 간암을 진단받은 1만655명의 환자 중 3기에서 간암을 진단받은 환자의 비율은 2008년 33.8%에서 2014년 39.4%로 증가했고, 4기에서 진단된 비율은 2008년 6.9% 에서 2014년 7.3%로 나타났다.
박중원 국립암센터 소화기내과 교수는 "보통 암의 병기가 3~4기로 발견되면 대부분 치료가 어려운데, 간암 치료가 더 어려운 이유는 대부분 간이 병든 상태에서 암이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위암은 암이 생간 부위만 부분적으로 절제하면 나머지로 기능할 수 있지만, 간암에서는 나머지 간이 건강한 경우가 3% 미만이다. 97%는 암세포가 아니어도 이미 간이 병든 상태(간경변)"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상당수의 간암 환자들은 간암에 걸려 죽는 것이 아니라 병든 간 때문에 죽는다. 따라서 간암 환자들은 항암 치료를 받을 때 간질환도 함께 관리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간암은 생존율이 낮고 예후가 좋지 않은 암이다. 간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35.6%로 전체 암(70.4%)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특히 국소 전이 시 19.9%, 원격 전이 시 2.7% 등 질환이 진행됨에 따라 생존율이 급감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에는 수술이 불가능한 간암 환자들에 면역항암요법(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중요한 해법이 됐다. 기존 표적항암제를 사용했을 때보다 1차 치료로 면역항암요법을 도입한 후 간질환 있는 수술 불가능한 간암 환자의 치료가 더 수월해졌다.
박 교수는 "면역항암요법의 효과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 임상시험 결과보다 더 좋게 나타나고 있다. 임상시험에서는 면역항암요법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6.8개월이었으나,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은 그보다 훨씬 더 좋은 경과를 보인다"며 "이번 환자분의 경우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의 동정적 사용 승인 프로그램의 기회가 있어 다행히 1차 치료로 면역항암요법을 시작할 수 있었다. 현재까지 30주 이상 지켜본 결과 반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이 문제다. 박 교수는 "아쉬운 점은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간암 환자의 대부분은 보험이 안 되는 치료제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기존 치료제보다 생존 가능성을 약 42% 더 높여주는 약제가 있음에도 경제적 이유로 인해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하루 빨리 접근성이 개선되어 환자들이 훨씬 더 오래 살고 훨씬 편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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