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GTX-D역 놓고 갈라선 강동구민, 지역정치인들은 부채질?

[단독] GTX-D역 놓고 갈라선 강동구민, 지역정치인들은 부채질?

강동구청장 등 무반응 속 이해식 “천호 유동 인구 많아 더 타당”
‘4차 국가철도망’ 발표 임박해 고덕vs천호 유치전 과열 양상
쪼개진 구민들, 강동구청 등 편향적 행보 지적하며 ‘불신’ 표면화

기사승인 2021-02-05 19:40:47
지난해 8월 국회에서 ‘강동구·하남시 GTX-D 신설토론회’가 관련지역 국회의원들 공동주최로 열렸다. 사진=김시곤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발표자료 중 발췌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강동구민이 크게 셋으로 쪼개졌다. 고덕과 천호, 그 외 지역으로다. 그간 요구만 무성한GTX-D 때문이다. 최근엔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노선신설과 향후 계획에 대한 내용이 조만간 공개될 것으로 알려지며 지역이 들썩이는 가운데 지역기반 정치인들의 개입이 활발해지며 갈등이 더욱 표면화하는 양상이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달 말, 또는 3월 초경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전국 단위 철도망의 신설·연장은 물론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집값 상승의 주요 ‘호재’로 평가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에 관한 사항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알려졌다.

특히 GTX-D노선의 신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D노선은 아직 상상 속의 노선이다. 구체적인 추진의사도 밝혀지지 않았다. 단지 경기도와 몇몇 기초단체, 지역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김포와 하남 신도시를 잇고 강남과 영등포 등을 관통하는 방향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지옥철’로 통하는 9호선의 유동인구 집중이 일부 분산되는 효과와 함께 정차역을 중심으로 유동인구의 증가와 그로 인한 지역경제의 긍정적 영향, 부동산 가격상승 등 파생효과만으로도 지역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운정신도시나 남양주 별내지역 등이 대표적인 수혜지역으로 꼽힌다.

그 때문인지 D노선의 정차를 희망하는 지역들의 역사유치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김포신도시와 하남신도시는 이미 투자자들과 정치인들의 발길이 빨라지고 있다. 강동구는 시끄럽다. 강동구민들은 D노선의 정차 대상지로 꼽히는 고덕지구와 천호지구를 중심으로 파벌이 나뉘며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전장으로 만들고 있다.

사진=김시곤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발표자료 중 발췌

◇ 천호가 없었다? 의심 사는 역사 선정평가 자체용역

한 강동구 주민 A씨는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강동구에서 진행한 GTX-D 노선검토를 위한 자체용역결과를 두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토대 위에 진행돼야할 GTX-D 역사 선정과정이 많은 의구심을 낳고 있어 이를 알린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D노선 신설을 두고 강동구는 구민 10만명의 서명을 받는 등 유치를 위한 의견수렴을 통해 광역급행열차가 정차할 후보역사로 고덕역과 길동생태공원역, 천호역 3곳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중 국토부는 1곳을 예정지로 정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3곳으로 좁혀진 후보지 중 지난해 8월 국토부에 보고된 후보지는 2곳이라는 점이다. 의혹을 제기한 A씨는 “국토부에 확인한 결과 강동구가 제출한 중간보고서에서 언급된 후보지는 고덕역을 포함한 1안과 길동생태공원역을 만드는 2안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8월 24일 진행된 ‘강동구·하남시 GTX-D 신설토론회’ 자료집과 관련 동영상에서도 대안1의 bc(경제성평가)값이 1.02로 높게 나온 1안에서 고덕역과 천호역을 특정하지는 않았다고 했지만, 연구자인 김시곤 교수는 고덕역으로만 산출했다고 밝혔다”고 폭로했다.

심지어 “김 교수는 적정속도를 담보할 수 있는 역간 거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천호와 고덕 중 고덕을 적합지로 산정한 상태에서 bc값을 도출했다”면서 “bc값은 평가자의 의도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는데 과연 평가에서 어떤 객관적 자료들이 어떻게 반영됐는지에 대해 제대로 답변조차 하지 않았다”고 연구결과에 대한 의구심도 드러냈다.

유동인구와 상주인구, 주변사업들과의 연계·상승효과 등을 고려할 때 천호가 대부분의 영역에서 고덕을 앞서는 현실에서 고덕역의 입지나 평가결과가 더 높게 나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 근거로 A씨는 강동구 소식지를 근거로 고덕지구 주변 상업시설 및 산업단지의 유동인구 및 상주인원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강동구 소식지에서 고덕비즈밸리 고용창출효과가 3만8000명, 첨단업무단지가 6만2000명이라고 말하지만 현재 첨단업무단지 상주인원은 1만50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면서 “도대체 얼마나 높게 잡았기에 유동인구의 큰 차이를 뒤집을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적어도 주민들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료=강동구청

◇ 커져가는 강동구청장의 편향성 의혹… 국회의원들도 가세?

A씨는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이정훈 강동구청장과 그 뒤에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유로는 이 구청장의 주민소통방식과 이 구청장을 비롯한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발언 등을 들었다.

실제 이 구청장은 ‘고덕사랑’이라는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각종 행정조치 및 구행정 사항들을 전달했고, 민원 및 문의사항에 일일이 답변을 다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해당 D노선 정차후보지 선정과 관련해서도 “중간보고서까지는 대외비라 공개가 어렵다”면서도 “역사위치가 관심사인데 최종적으로 후보역은 고덕역과 길동생태공원역”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최종결과에서도 고덕역이 제일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천호지구 주민들의 반발에 직면하자 강동구청 홈페이지 ‘구청장이 답하다’ 게시판을 통해 ‘결정된 사항이 아니’라는 취지의 해명을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역구 국회의원들도 거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 진선미 의원은 지역기반이 고덕이고, 천호가 지역구인 이해식 의원은 침묵하고 있다. 중립을 지켜야할 강동구청장은 고덕의 비서관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편향된 행정을 하고 있다”며 “국토부의 결정에 어떠한 이권이나 입김도 개입되지 않고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투명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A씨는 “GTX가 어디 생기냐의 문제가 아니다. 강동의 발전을 위해야할 구청장은 고덕구청장이라는 말을 듣고, 고덕이 강동의 중심이라는 식으로 행정과 개발을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천호나 여타 지역은 낙후되고 소외되고 있다.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면서 “주민사이에서는 천호와 암사는 민주당 텃밭이라 신경을 안 쓴다는 한탄까지 나온다”고 우려했다.

한편 A씨를 비롯한 천호지구 주민들의 우려와 의혹제기, 지역주민 간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강동구청이나 관련 정치인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나마 전 구청장이면서 천호를 포함한 강동을 지역구 의원인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만이 “천호동의 유동인구나 경제효과 등을 감안할 때 천호역이 더 타당하다”고 했다. 다만 이 의원은 “D노선이라는 것이 사실 정부 계획조차 아직 공식적으로 공개된 바 없는 사실상 의견 수준의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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