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 학생의 부모라고 밝힌 A씨는 지난 1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10년이 된 일을 우리 아이들이 마음속에 기억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부모로서 안 될 것 같아 올린다"고 적었다. A씨는 인증을 위해 지난 2011년 춘계전국 남녀 중‧고 배구연맹전에 출전한 전주 근영중 선수 명단이 담긴 책자 사진을 첨부했다.
A씨는 "시합장에 다녀보면 쌍둥이만 하는 배구였지 나머지는 자리만 지켰다"며 "우연히 타 학부모 관람석을 지날 때 '근영은 쌍둥이만 서로 올리고 때리고, 둘만 하는 배구'라는 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고 했다.
A씨는 쌍둥이 자매의 어머니인 김경희씨와 관련된 일화도 털어놨다. A씨는 시합장 학부모 방에서 이재영‧다영 선수의 모친인 김경희씨가 딸에게 "언니한테 공 올려라"라고 코치하는 소리를 정확하게 들었다며 "이렇게 해도 되나 싶었지만 그 당시 아이가 배구를 하고 싶다고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에 출전했던 여자 배구 대표팀 세터였다.
이어 A씨는 "칼로 인한 큰일이 벌어졌는데도 그 당시에는 학부모들은 전혀 알지 못하고 후에 알게 됐다"며 "아이들이 돈을 뺏기는지도, 힘들게 괴롭힘을 당하는지도 전혀 몰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흥국생명, 대한배구협회, 대한체육회는 지금 방관자 아니냐. 피해를 받은 아이들이 한두 명이 아닌 상황인데 서로 눈치 보기만 하고 있다"면서 "부디 앞으로 자라나는 건강한 스포츠 꿈나무들을 위해 이재영‧다영에게 엄벌과 징계가 내려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영·다영 자매의 학폭 논란은 지난 10일 처음 불거진 이후 연일 추가 의혹이 터져 나오고 있다.
앞서 최초 학폭 폭로자인 B씨는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자신을 포함해 최소 4명이라면서 21가지 학폭 피해 사실을 열거했다.
B씨는 "가해자가 같은 방을 쓰던 피해자에게 뭔가 시켰는데 이를 거절하니 칼을 가져와 협박했다", "본인들의 마음에 안 들면 부모님을 '너네 X미, X비'라 칭하며 욕을 했다", "툭하면 때렸다"고 폭로했다.
논란이 커지자 같은 날 흥국생명은 "현재 두 선수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심신의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징계라는 것도 선수가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됐을때 내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쌍둥이 자매는 학폭 사실을 인정하고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 13일 쌍둥이 자매에 대한 또 다른 폭로가 나왔다.
학폭 피해자라고 밝힌 C씨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그 둘을 만나게 됐는데 그때부터 불행의 시작인 걸 알게됐다"며 "빨래도 안 하고 자기 옷은 자기가 정리해야 하는데 동료나 후배에게 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기숙사 안에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을 때는 부모님께 말하는 게 일상이었다"면서 "그 둘이 잘못한 일인데도 결국 (배구부가) 단체로 혼나는 날이 잦았다"고 말했다.
C씨는 "더는 같이 생활할 수 없어 1년 반 만에 옆 산을 통해 도망쳤다"며 "나는 단지 배구를 하고 싶었던 것이지 운동시간을 빼앗기면서 누군가를 서포트하려고 배구한 것이 아니다"고 했다.
잇단 폭로에 이들의 영구 제명을 요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오는 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지난 12일 '여자배구선수 학교폭력 사태 진상규명 및 엄정 대응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이 글은 15일 오전 5시 40분 현재 8만9586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학폭은) 개인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 체육계의 신뢰와 도덕성의 문제"라면서 "학폭이 사실이면 배구연맹은 해당 선수들에 대한 영구제명을 해야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흥국생명은 아직 쌍둥이 선수의 거취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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