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뚫린 22사단...“한두번도 아니고 軍 뭐하나” 불안한 주민들

또 뚫린 22사단...“한두번도 아니고 軍 뭐하나” 불안한 주민들

기사승인 2021-02-17 10:48:25
인천 강화군 교동도와 평화의 전망대에서 북한 풍경이 보이고 있다. 박효상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북한 남성이 월남해 강원 고성의 민간인통제선(민통선) 검문소에서 군에 의해 신병이 확보됐다. 군의 재발 방지 공언에도 경계 실패가 계속되자 인근 주민은 불안해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17일 “우리 군이 어제 동해 민통선 북방에서 신병을 확보한 인원은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해상을 통해 비무장지대 일반전초(GOP) 이남 통일전망대 부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 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계망이 뚫린 사실도 인정했다. 합참은 “해당 부대 해안경계작전과 경계 시설물 관리에 대해 확인한 결과 해당 인원이 해안으로 올라온 이후 군 감시장비에 몇 차례 포착되었으나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배수로 차단 시설이 미흡했단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장조사를 진행한 뒤, 조사 결과에 따라 후속 대책을 마련해 엄정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군 당국은 전날 오전 4시20분 동해 민통선에서 북에서 남쪽 방향으로 이동하던 미상 인원을 폐쇄회로(CC)TV로 식별한 후 작전병력을 투입해 수색 중 오전 7시20분 신병을 확보했다.

이 남성은 북한 남성으로 귀순 의사를 밝혔다. 군은 잠수복을 착용했다고 해도 한겨울 차가운 바다를 헤엄쳐 월남하는 것은 보통 체력으로 어렵다고 판단, 이 남성 신원 확인에 집중하고 있다. 이 남성은 20대 초반으로 알려졌다.

일반인들의 민통선 출입이 전면 차단된 16일 강원 고성지역 민통선 일대 모습. 연합뉴스

고성군 민통선 인근 주민들은 군에서 경계시스템 보완 등 재발 방지를 약속해 놓고 실책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최전방 명파마을에서 14년째 거주중인 이종복 이장은 전날 전화 인터뷰를 통해 “하도 이런 일이 많아 이제는 마을 주민이 만성이 됐다. (북한 주민 귀순으로) 불안해하고 그러면 여기서 못 산다”면서도 “이런 일이 더이상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이장에 따르면 명파마을 160가구 중 100가구가 민통선 내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비상시에는 군이 출입 통제를 해 주민들의 생업에 지장을 준다는 설명이다. 이 이장은 “지금은 농번기가 아니지만 농번기에 민통선 출입이 차단되면 주민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편하다”면서 “군 감시장비가 더 강화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검문소에서 약 7km 정도 떨어진 고성군 대진항에서 횟집을 하는 주민 역시 불안을 호소했다. 횟집 주인 A씨는 “전방에 사는 국민만 불안할 일인가. 전 국민이 다 불안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19년 ‘9.19 군사합의’로 남북 군 당국이 GOP와 최전방 감시초소(GP)를 철거한 것을 비판하는 의견도 나왔다. 당시 남북은 각각 비무장 지대 내 GP 11곳씩을 철수했다. A씨는 “경계망이 여러 겹 있어야 하는데 GP가 철거되면서 GOP만 남았다. GOP만 넘으면 바로 민간 마을 아닌가”라며 “GP를 철수한 정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8월16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북측 판문각에서 북한 병사들이 이인영 통일부장관의 방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박태현 기자

A씨는 “마을 주민도 불안하고 경제적으로 타격도 있다. 만약 밤에 총소리라도 나면 관광객들이 오겠냐”면서 “군인들도 장비에만 의존하는데 그럴 거면 군에서 과감하게 투자를 아끼지 말고 최첨단 장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주민 사이 큰 동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진해변 인근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주민 B씨는 “22사단이 관할하는 민통선 지역은 민간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광범위하다”면서 “산악지대와 바닷가가 겹쳐있어 경계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주민 C씨는 “먹고 사는데 바쁘다 보니까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면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더 무섭다. 입에 밥이 들어가냐 마냐가 훨씬 중요하다. 이런 소식에 일일이 신경쓸 여유가 없다”고 씁쓸해 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22사단은 지난해 11월 북한 남성이 철책을 무사통과한 사건과 지난 2012년 12월 북한군 병사의 이른바 ‘노크 귀순’ 사건이 발생한 곳이다.

지난해의 경우 기계 체조를 한 경력이 있는 북한 남성 1명이 철책을 뛰어 넘었다. 철책에는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설치돼 있었으나 자동으로 울렸어야 할 경보가 작동하지 않았다. 조사 결과 철책에 하중이 걸리면 알람이 울리게 돼 있는 유발기가 오래돼 내부에서 부품 등을 고정하는 나사가 풀려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군은 과학화경계시스템 성능 개량을 조기에 추진하겠다고 밝히는 등 보완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세 달여 만에 비슷한 일이 발생하며 군은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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