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담당자가 애널리스트로 둔갑?...‘사칭’ 투자 사기 기승

홍보담당자가 애널리스트로 둔갑?...‘사칭’ 투자 사기 기승

타인의 개인정보 무단 도용…피해 입으면 되찾기 힘들어
합법 여부 확인 필요…‘금감원 파인’서 확인 가능

기사승인 2021-02-19 06:10:02
그래픽=윤기만 디자이너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A 금융사에서 대외홍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B씨는 최근 어떤 투자자가 자신에게 투자를 맡겼다가 사기를 당했다는 황당한 연락을 받았다. 보이스피싱이라고 생각하고 무시하려 했지만, 확인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투자자에게 연락을 취한 결과 사기꾼이 자신의 사진과 이름을 도용하고 카페·단톡방을 운영하며 투자자들의 자금을 편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B씨는 카카오와 네이버 고객센터를 통해 차단을 진행, 추가 피해는 막았지만 향후에도 또 다른 도용 피해가 생길까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지난해부터 주식 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동학개미운동’으로 증시에 유입되는 초보 주식투자자들을 노린 금융 사기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무료’, ‘고수익’을 앞세우면서 자신을 유명 투자회사의 애널리스트로 소개한 뒤 각종 방법을 통해 서민 투자자들의 자금을 편취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B씨가 겪은 사건은 전형적인 ‘사칭 금융사기’ 유형에 해당된다. 이들은 온라인 상에서 금융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름과 사진을 빌린 뒤 자신을 해당 인물이라고 속이거나, 다른 투자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투자자들을 모집한다.

카카오톡 채팅방에 '애널리스트'라고 검색하면 수많은 사칭 애널리스트들을 볼 수 있다. 사진=김동운 기자

사칭 애널리스트들은 카카오톡 검색에서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카카오톡 채팅 카테고리에서 ‘애널리스트’라고 검색하기만 하면 수많은 사칭 사기꾼들이 개설한 채팅방을 확인할 수 있다. 사칭 사기꾼들은 대체로 ‘무료 회원 모집’, ‘고수익 보장’ 등의 문구를 주로 사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기존 고객들의 성공 투자 사례라며 현금다발과 계좌 등을 공개하거나, 단체 채팅방 내에서 ‘바람잡이’를 통해 믿고 투자하라고 유혹하는 수법도 사용한다. 

이같은 유혹에 넘어가 사기꾼들과 대화를 진행할 경우 고수익을 약속하며 자신을 따라올 것을 약속한다. 대부분 합법 금융사들을 연결하지 않고 ▲불법 토토 사이트 ▲사설 FX마진거래 ▲사설 HTS 설치 등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의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해 은행 계좌 등 개인정보들을 요구한다.

안타까운 점은 해당 사기꾼들은 자신의 신상을 사용하지 않고 타인의 신상만을 사용하는 ‘익명’이기 때문에 신원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거래를 위해 사용되는 계좌 등 금융정보들 마저도 대부분 대포통장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실상 금융 피해를 입게 된다면 투자금 회수는커녕 범죄 피해 신고조차도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금융당국에선 불법 리딩방에 대해서는 아무런 권한이 없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유사투자자문업체에 대해서만 관리·감독할 수 밖에 없다”며 “피해 제보를 통해 상담 및 제보를 바탕으로 경찰·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수 있지만 직접적으로 제재 등을 가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온라인 상에서 투자를 결정하기로 했다면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을 통해 해당 투자자문업체가 정상 등록업체인지 반드시 확인하고 투자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상을 도용당한 B씨가 직접 사기꾼과 대화한 내용. 자금을 입금할 경우 모든 투자금을 잃어버리게 된다. 사진=김동운 기자

그렇다면 카카오나 네이버 등에서 사전에 차단·제재 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이마저도 쉽지 않다. 카카오톡 채널이나 네이버 밴드 등 공개 대화방들은 플랫폼 특성상 메일주소만 있으면 만들 수 있어 유출된 개인정보들로 무한히 아이디를 만들 수 있다. 이같은 사기꾼들의 계정을 신고해서 차단하더라도, 사기꾼들은 다른 계정을 만들면 그만인 것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 내 심사를 통해 확인된 사업자 및 공공기관에는 비즈니스 라이센스를 부여하고 있어 사기업체들과 구별할 수 있다”며 “비즈니스 채널인지 여부를 꼭 확인해야 추가적인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금융소비자단체는 서민 투자 사기를 막기 위해선 정치권이 나설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은 “지난해부터 유사투자업체들이 유명 투자자들의 이름과 신상을 도용해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서민들의 투자금들을 갈취하는 행태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며 “관련 법령이 없어 신상을 도용당한 피해자가 사기꾼을 신고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는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옵티머스나 라임 등 대형 금융사고도 당연히 문제가 심각한 사항이지만 이같은 서민대상 투자사기들도 심각한 사항으로 봐야 한다”며 “정치권에서 법령 정비와 함께 금융당국이 투자 사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