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살기에 재택 패키지까지”…코로나에 ‘5성 호텔’ 콧대 꺾여

“한 달 살기에 재택 패키지까지”…코로나에 ‘5성 호텔’ 콧대 꺾여

기사승인 2021-03-19 05:05:01
서울 도심의 한 호텔 /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직격탄을 맞은 호텔업계가 몸값을 낮추고 있다. 서울의 5성급 호텔도 늘어난 빈 객실에 장기 투숙 상품을 내놓을 만큼 내국인 모객이 한창이다. 과거만 해도 낯설었던 재택근무 패키지와 대실 등의 서비스도 이젠 업계에서 보편화 하는 추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호텔산업은 코로나19에 사상 초유의 위기를 겪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과 비즈니스 투숙객이 급감하며 문을 닫는 3성 4성급의 호텔도 늘었다. 행정안전부의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관광숙박업(관광호텔, 리조트)에서 폐업과 휴업을 한 곳은 102곳으로 나타났다. 전년 63건 보다 61% 급증했다.

서울 주요 관광지의 비즈니스급 호텔들은 현재 기약 없는 임시휴업에 돌입한 상태다. 명동역 인근의 더 그랜드 호텔, 스타즈호텔, 인사동 센터마크호텔 등이다. 서울 강남의 5성급 호텔인 르메르디앙 서울과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은 아예 영업을 종료했다.

외국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며, 빈 객실을 운영할수록 손해만 쌓이는 악순환이 심화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하늘길이 열려야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해 언제 상황이 나아질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업계는 변화한 현실에 맞춰, 내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장기투숙, 재택근무 패키지, 대실 등의 서비스를 자구책으로 내놓고 있다. 

롯데호텔은 장기 투숙 상품인 '원스 인 어 라이프'를 출시했다. 롯데호텔 서울 메인타워에서 장기 투숙하는 것으로, 서울 시내 5성급 특급호텔에서 이 같은 상품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럭셔리 이미지를 잃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최악의 업황을 버텨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숙박업소에서 방역이 진행 중이다.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로 뒤바뀐 현실에 변화가 불가피 했다는 것이 호텔 측의 설명이다. 코로나19에 급증한 재택근무족과 집안 생활에 지친 호캉스족을 겨냥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변화하는 라이프 스타일과 정부기관 및 외국계 기업의 장기 투숙 상품 수요 증가에 착안하여 세탁 서비스와 같은 실속형 혜택을 포함한 상품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서울 명동 이비스 앰배서더 호텔이 장기 투숙 ‘방만빌리지 패키지’, 여의도 켄싱턴호텔이 ‘호텔 한 달 살기 패키지’를 내놓고 있다. 글래드 호텔도 여의도, 마포, 강남 등에서 한 달간 숙박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비즈니스호텔인 신라스테이도 '한달 살기' 등의 이벤트를 걸고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과거 호텔 장기 투숙 상품은 국내에선 도입하는 곳이 극히 적었다. 자칫 럭셔리 이미지인 특급호텔의 이미지가 망가질 수도 있다는 우려였다. 그만큼 호텔업계가 코로나19에 서비스 대전환을 맞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실 개념의 데이유즈(Day Use) 상품도 과거 러브호텔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그동안 금기시됐지만, 현재는 일반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다. 

호텔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 지역 호텔의 고객 절반가량은 비즈니스나 관광 목적의 외국인 고객들 이었다”면서 “사실상 내국인 밖에 유치할 수 없는 코로나19 시국에서 장기투숙과 대실 등 기존에는 낯설던 여러 전략들이 시도되는 것”이라고 평했다.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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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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