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년사에서 ‘판을 바꾸는 이기는 한 해’를 강조했던 정 부회장이었던 만큼, 계열사를 총동원한 스포츠 마케팅이 앞으로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야구단 SSG랜더스 창단식에 구단주 자격으로 참석해 ‘야구단 인수가 유통사로서 어떤 경제적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시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앞서 지난 1월 신세계그룹과 SKT는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이마트가 인수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인수 가격은 주식 1000억원과 야구연습장 등 토지·건물 352억8000만원 등 총 1352억8000만원에 달했다.
이를 두고 코로나19로 어려움에 빠진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를 감행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정 부회장의 의지는 확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 부회장은 온라인으로 쇼핑의 중심축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줄곧 ‘체험형 유통’을 강조해 왔다.
정 부회장은 5년전 스타필드 하남 개점 당시에는 “유통업의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그간 신세계그룹은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화성 국제테마파크 추진 등의 대규모 사업을 이어왔다. 야구단 인수도 같은 배경에서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신세계그룹은 유통과 스포츠를 마케팅으로 연결시켜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야구는 팬들이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고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등 온·오프라인 통합이 잘 진행된 스포츠 분야다. 관중의 60%가 20~30대인 것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신세계그룹은 관람객이 야구장 밖에서도 신세계그룹 유통망을 통해 야구를 즐기도록 구단 유니폼 등 굿즈를 판매하거나 다양한 행사를 여는 방안도 내놓고 있다.
실제로 SSG랜더스가 유통 맞수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창단 첫 승리를 거둔 지난 4일 관련 굿즈 매출은 목표치의 2배를 기록했다. 유니폼과 창단 기념 야구공, 텀블러 등이었다.
이외에도 신세계그룹은 야구장을 '라이프 스타일 센터'로 바꿔 이곳에서 그룹의 여러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인천 홈구장 시설을 리모델링해 야구장을 찾은 관객들이 ‘일렉트로마트’ ‘노브랜드’ ‘스타벅스’ 등 신세계그룹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장밋빛 전망만 나오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코로나19로 야구 관중 입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시너지 효과 역시 적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다.
업계에 따르면 SK와이번스는 지난해 8억6000만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롯데 자이언츠도 당시 롯데캐피탈로부터 50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야구단 유지비용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보통 프로야구단의 1년 운영비용은 300억에서 5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광고비용과 입장수입이 발생한다고 해도 야구단의 대부분은 모기업으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는다. ‘돈먹는 하마’라는 평가도 따라붙는 것이 현실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익 등 유형적 변화보단 미래 가치와 같은 무형적 측면에 기대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면서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계열사 경쟁력 강화 등 자금이 많이 필요한 상황에서 투자한 만큼의 시너지가 나올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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