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동상면 어르신들, 국내 최초 주민채록 시집 ‘찐한 감동’

완주 동상면 어르신들, 국내 최초 주민채록 시집 ‘찐한 감동’

완주군, 14일 ‘동상이몽 시집발간’ 출판회 후일담 발표
박병윤 동상면장 6개월간 구술채록, ‘세상에 둘도 없는 특별한 시집 탄생’

기사승인 2021-04-07 15:37:54
완주군에서 전국 최초로 주민들의 사연을 구술채록, 시집으로 엮어낸 박병윤 동상면장과 주민들

[쿠키뉴스] 박용주 기자 =“영감 산자락에 묻은 지 수년 지나 / 백 살에 초승달 허리 이마 주름 뒤덮는데 / 왜 어찌 날 안 데려가요이, 제발 후딱 데려가소, 영감”

올해로 일백하고도 한해를 더 산 전북 완주군 동상면 백성례 할머니의 ‘영감 땡감’이란 시(詩)의 한 구절이다. 

국내 8대 오지(奧地)로 불릴 만큼 험한 산세에 기대어 녹록치 않은 삶을 살아낸 완주군 동상면 주민들의 사연을 채록해 만든 시집이 짙은 감동을 전하고 있다. 

완주군은 오는 14일 오후 2시 동상면 학동마을의 여산재에서 국내 최초 주민 채록 시집 ‘동상이몽: 홍시 먹고 뱉은 말이 시가 되다’ 출판회를 갖고 수록 시 낭송과 시집 후일담을 발표할 예정이다.

동상면 주민들의 사연을 채록해 만든 270쪽의 시집은 ‘호랭이 물어가네’와 ‘다시 호미를 들다’ 등 6부로 나뉘어 총 150여편의 글을 담고 있다. 

동상면 주민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으로 엮어낸 시집에 담기 시들 중에서도 마디풀과에 속한 한해살이풀인 ‘여뀌’를 바라보며 인생을 관조하듯 읊은 시는 읽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참 곱다 // 붉은 사과처럼 / 참, 곱다 // 내 / 젊은 청춘 // 저 바닥으로 / 채운 삶 // 황혼에 그린 / 텃밭” -김형순 시‘여뀌’ 전문

밤티마을에 사는 다섯 살배기 박채언 어린이의 ‘강아지’라는 시에서 “우리 집 강아지 미오는 / 안아달라고 멍멍멍 // 우리 집 강아지 딸기는 / 안아달라고 월월월”이라고 산골 어린아이의 순수한 감성을 오롯이 전했다. 

주민들의 사연을 채록한 시집 출간에는 박병윤 동상면장(52)의 힘이 컸다. 시인이기도 한 그는 지난해 면장 취임 이후 틈틈이 시간을 쪼개 발품을 팔며 어르신들을 찾아가 듣고 적고 녹음하면서 진득한 사연을 담아냈다. 그러다 탈진해 두 차례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지만 6개월 만에 원고가 만들어졌고 전국 최초로 구술채록 시집이 탄생했다.

박 면장은 “가슴 속 깊이 맺힌 어르신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시집에 담고 싶었다”며 “완주군 동상면 주민들 모두가 시집의 주인공들”이라고 말했다.

박성일 완주군수는 서평에서 “시를 읽는 내내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 세대에 겪어야 했던 아픔이 송곳처럼 가슴을 찌르는 것 같아 울먹였다”며 “이제 동상면은 시인의 마을이 됐고, 주민 모두가 살아온 삶이 시꽃으로 피어났다”고 전했다.

비매품으로 출간한 시집은 동상면의 ‘동상이몽(東上二夢) 시인의 마을공동체’ 육성 프로그램 교육과 홍보자료로,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된 완주군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활용될 예정이다. 

yzzpark@kukinews.com
박용주 기자
yzzpark@kukinews.com
박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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