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포켓몬스터에도 프로게이머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2009년 개최를 시작으로 11회째를 맞이한 '포켓몬 월드챔피언십(WCS)'은 전 세계 31개국에서 선발된 1500여 명의 선수가 세계 챔피언의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포켓몬 공식 대회입니다. 종목은 TCG(트레이딩 카드 게임)와 VG(비디오 게임) 두 가지로 나뉘며, 2016년부터는 포켓몬 3D 대전 액션 게임 '폿권'도 정식 종목으로 추가됐습니다.
WCS는 각각 주니어/시니어/마스터 등급으로 분류됩니다. 만 나이 10세 이하는 주니어, 11~14세는 시니어, 15세 이상은 마스터 부문에 참가하게 됩니다. 각 국가에서 대표 선발전을 치른 참가자는 북미에서 진행되는 본선 경기를 참가합니다. 한국은 2011년부터 공식적으로 WCS에 참가했습니다.
VG종목은 대회 개최 기준으로 가장 최신 세대의 게임버전으로 진행되며, 우승자에게는 1만달러(한화 1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됩니다. 이는 주니어/시니어/마스터 모두 동일합니다. 현재까지 가장 많은 우승자를 배출한 국가는 포켓몬스터 종주국 일본이며, 미국이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재밌는 점은 3번째로 많은 우승자를 배출한 국가가 대한민국이라는 점인데요. 2014 WCS 박세준(마스터)과 2017 WCS 홍주영(시니어), 두 명의 우승자를 배출했습니다. 특히 지금까지도 최고로 회자되는 2014 WCS의 우승자 박세준 선수는 비주류 포켓몬인 '파치리스'를 사용하는 독창적 파티를 꾸려 주목 받았습니다. 박 선수는 2019년 T1에 입단해 현재까지도 현역으로 활동중입니다.
아쉽게도 WCS는 2019년 이후 잠정 중단된 상태입니다. 2020·2021 WCS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취소가 결정됐습니다. 2022 WCS는 영국 런던에서 열릴 예정이지만,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또다시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현재 WCS 공식 룰은 '골드·실버' 리메이크 버전인 '하트골드·소울실버'에서 새로이 도입된 더블배틀 형식 '제너레이션 쇼다운(GS)' 룰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GS룰의 핵심은 각각 다른 6마리 포켓몬 중 4마리를 선출하고, 2대 2 멀티배틀로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6마리 포켓몬은 각기 다른 포켓몬 도구를 지녀야 합니다. 도구는 포켓몬에게 지니게 하면 배틀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일종의 아이템입니다. 대회 참가자는 자신만의 전략을 들고 상대와 심리전을 펼쳐야 합니다. 포켓몬스터 게임에는 총 18개의 타입이 있으니 이 상성을 바탕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파티를 짜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양한 포켓몬을 사용할 수 있는 게임의 특성상 플레이어가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은 무궁무진합니다. 특정 포켓몬을 다양한 형태로 쓰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메타(현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전략)마다 정석에 가까운 전략이 있기 마련이죠. 세대별로 사기적인 성능을 자랑하던 OP(Over Power) 포켓몬도 있었습니다.
◇ 알아도 못 막아요…'파괴광선' 쓰는 '켄타로스'(1세대)
황소를 닮은 '켄타로스'는 1세대 대전 판도를 지배했던 최강의 포켓몬입니다. 높은 공격·스피드 종족값을 가진 켄타로스가 파괴광선을 난사하면 이를 막아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죠. 비공식 대회인 닌텐도컵 97 포켓몬 부분 결선 진출자 15명 가운데 13명은 켄타로스를 사용했습니다. 안타깝게도 2세대 '골드·실버' 부터는 파괴광선이 하향을 당했고, 켄타로스 역시 비주류 포켓몬으로 내려오게 됐습니다.
◇ '썬더'·'잠만보'·'후딘'…골드·실버 포켓몬은 어디에?(2세대)
공교롭게도 2세대 최강자 역시 1세대 포켓몬에게 돌아갔습니다. '잠만보'는 압도적인 회복력과 방어력, 높은 공격력으로 상대에게 절망감을 심어준 포켓몬입니다. 에스퍼 포켓몬 '후딘'은 '냉동펀치'·'불꽃펀치'·'번개펀치'로 다양한 타입을 상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2세대 주인공은 '썬더'입니다. 1세대 전설의 새 포켓몬 썬더는 높은 스피드·특수공격(특공) 종족값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비행과 전기타입을 동시에 가졌기에 방어 상성 역시 훌륭했습니다.
◇ '깔짝형'의 대표주자 '밀로틱'(3세대)
3세대에 처음 등장한 물타입 포켓몬 '밀로틱'은 준수한 방어와 특출난 특수방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화상·독·마비 등 상태이상에 걸렸을 때 방어가 1.5배 상승하는 특성인 '이상한 비늘'도 가지고 있죠. 밀로틱의 사용법은 단순합니다. 상대의 체력을 지속적으로 깎는 맹독을 걸고, 혼란을 거는 '이상한 빛'을 사용합니다. 사실상 파훼법을 모르면 밀로틱을 쓰러뜨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 드래곤 최고 존엄 '한카리아스'의 등장(4세대)
4세대에 등장한 드래곤 타입 '한카리아스'는 포켓몬 배틀 역사에 길이 남을 사기 포켓몬입니다. 높은 공격·준수한 스피드, 방어·특수방어(특방)·체력 수치마저 높은 한카리아스는 팔방미인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포켓몬이었습니다. 땅·드래곤이라는 메이저한 조합을 가진 한카리아스는 '용의 춤'을 사용해 공격과 스피드를 올릴 수 있습니다. 또한 '대지의 힘', '지진'과 같은 땅타입 고위력기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황금밸런스 속 비파티 에이스로 우뚝 선 '왕구리'(5세대)
5세대 '블랙·화이트 1·2'는 포켓몬 배틀 환경 밸런스가 가장 뛰어난 시리즈로 평가받는데요. 포켓몬들이 하나 이상의 특성을 가지게 되면서 사용할 수 있는 전략 또한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특히 5세대는 비·모래바람·쾌청·싸라기눈 등 기상환경을 이용하는 소위 '날씨파티'의 강세가 이어졌는데요. 날싸파티 가운데 가장 강력한 비 파티의 핵심 포켓몬은 왕구리입니다. 등장 시 비를 내리게 하는 특성인 '잔비'를 얻은 왕구리는 5세대 최고의 포켓몬으로 거듭났습니다.
◇ '메가진화'의 등장과 '파이어로'의 폭주(6세대)
6세대 'X·Y'부터 배틀 판도는 혼란스럽게 변했습니다. 일부 포켓몬의 종족값을 높이고 새로운 특성을 부여하는 '메가진화'를 사용하는 '리자몽', '캥카', '팬텀', '갸라도스' 등의 포켓몬 채용률이 급격하게 상승했죠. 하지만 6세대 진정한 강자는 '파이어로'입니다. 선공권을 가진 파이어로는 '브레이브버드'와 같은 고위력기를 난사할 수 있었습니다.
◇ 귀여운 외모, 최강의 전투력…'따라큐'의 등장(7세대)
포켓몬스터 게임 역사상 많은 사기 포켓몬이 존재했지만, 7세대에 등장한 '따라큐'는 역대 최강의 포스를 뿜어낸 포켓몬입니다. 따라큐는 데미지를 받으면 피해를 무효화 '탈'이라는 전용 특성이 있습니다. 탈 특성은 방어 상성이 좋은 고스트·페어리 타입과도 좋은 시너지를 냈습니다. 또한 선공기인 '야습', 공격력을 올려주는 '칼춤' 등 따라큐의 기술폭은 매우 넓은 편입니다. 따라큐는 8세대에서도 강력함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 최고의 다이맥스 스위퍼 '에이스번'
8세대 '소드·실드'에는 '다이맥스'라는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됐고, 대전 환경에도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8세대 불꽃 스타팅 포켓몬 '에이스번'은 스피드와 공격력이 준수하고 다이맥스와 궁합이 매우 좋은 포켓몬입니다. 여기에 사용한 기술의 타입으로 변하는 '리베로' 특성까지 가지고 있어 공격 상성과 방어 상성도 매우 우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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