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농심 ‘켈린’ 김형규 “이젠 좀 사람답게 하고 있어요”

[쿠키인터뷰] 농심 ‘켈린’ 김형규 “이젠 좀 사람답게 하고 있어요”

기사승인 2021-05-05 06:30:10
지난달 29일 '켈린' 김형규를 서울 강남에 위치한 농심 레드포스 사옥에서 만났다.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리그 오브 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농심 레드포스의 서포터 ‘켈린’ 김형규(20)는 지난 스프링 시즌 비로소 만개했다. 진에어에서 데뷔해 강등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경험한 그는, 이듬해 젠지e스포츠로 이적해 ‘라이프’ 김정민의 후보 선수로 인고의 시간을 거쳤다. 그리고 올해 농심에서 주전 서포터로 활약하며 원거리 딜러 ‘덕담’ 서대길과 함께 리그 정상급 바텀 듀오로 자리했다. 이들의 활약 덕에 농심도 창단 후 최초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정규리그 6위의 농심은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3위 한화생명을 만나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2대 3으로 패하며 아쉽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아쉬운 기억은 접어두고,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진출만 정조준하고 있다는 김형규를 29일 강남에 위치한 농심 연습실에서 만났다. 

안녕하세요. 휴가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다른 게임도 하고, 자기 관리도 조금 했어요. 시즌 중에 머리카락을 안 잘라서 지저분했거든요. 오랜만에 사람답게 살았던 것 같아요. 외출도 좀 했고요. 프로게이머들이랑은 연락을 다 끊고, 친구들 만나서 얘기하고 그랬어요. 또래들이라 군대 가는 얘기들을 많이 하더라고요(웃음).

시즌을 마친 소감이 궁금해요.

만족스럽진 않은데 만족스러워요. 아쉬움도 있고 스트레스도 조금 있었는데 한 번에 정리하고 기억을 삭제했어요. 제 스스로는 만족스러워요. 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잖아요. 물론 저 때문에 진 경기도 몇 번 있긴 했지만. 팀적으로 아쉬운 건 2라운드에서 하위권 팀들과 맞붙을 때 다들 긴장을 안 한 거요. 방심을 했던 부분이 아쉬웠어요. 

풀세트까지 갔던 플레이오프 한화생명전이 기억에 강하게 남을 것 같아요. 

팀원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다들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특히 저는 목이 아플 정도로 콜을 하고 정말 열심히 했어요. 진에어 소속 시절 치렀던 승강전에서 그랬는데 이번에 그런 모습이 다시 나왔어요. (특별히 적극적이었던 이유가 있나요?) 간절하기도 했고, 첫 판 해보고 나니까 밀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젠지 시절에는 가만히 있어도 형들이 이겨줬는데, 지금은 내가 해야될 것만 같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한화생명이 서포터 챔피언만 5개를 밴 했어요. 기분이 좋았을 것 같은데요.

사실 속마음으로는 ‘할 것 없는데 큰일났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브라움’을 뽑으면 충분히 할 만 할 것 같았어요. 그래도 잘 풀렸던 것 같아요. 당시 (한)왕호 형이 한화생명 단순 기량이 더 좋으니까 변수를 만들자고 인베이드를 가자고 했던 걸로 알아요. 맞춤설계가 성공해서 잘 됐죠.

아쉽게 패한 뒤 분해서 잠도 잘 못 잤을 것 같은데요. 어땠어요?

지고 나서 분하긴 했는데요, 휴가를 주니까 좋게 생각하자고 마음먹었어요. 예전에는 게임에서 지고 나면 계속 생각나고 스트레스를 받았거든요. 그런데 자책하고 끙끙 앓는 게 프로게이머를 하다 보니 참 힘든 일이더라고요. 이제는 바뀌었어요. 네이버에서 명언 같은 걸 찾아보면서 마음을 다스리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러니까 확실히 마음이 편해요.

작년 젠지에 있었을 땐 많은 출전 기횔 얻지 못했는데, 올해는 풀타임으로 리그를 뛰었어요.

올 시즌 왕호 형한테 정말 많이 배웠어요. 정글과 서포터가 해야 될 일에 대해 확실히 배웠던 것 같아요. 작년에 젠지에 있을 때도 많이 배웠어요. 그런데 안에 있을 땐 잘 몰랐거든요. 농심에선 경쟁 선수 없이 혼자 나가다보니까 젠지에서 배웠던 게 자연스럽게 활용이 되더라고요. 그동안 배운 것들을 혼자 잘 정리하면서 시즌을 치렀어요. 마음은 정말 편했어요. 아무래도 서브 선수는 압박도 심하고 힘들거든요. 마인드도 안 좋게 되고요.

얘기를 듣다보니 진에어와 젠지, 농심을 거치면서 나날이 성장하는 것 같아요. 진에어 시절의 켈린과 젠지의 켈린, 그리고 지금의 켈린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뭐라 말해야 될지 잘 모르겠지만 진에어 때는 전패를 하다보니 제가 갈 길을 잘 몰랐어요. 최선을 다하기는 하는데, 내가 어떤 플레이를 해야 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젠지 때는 무작정 배우기만 했던 것 같고, 지금은 능동적으로 사람답게 생각하면서 플레이 하는 선수가 된 것 같아요.


올 시즌 중반, 솔로랭크 점수가 매우 높아서 화제가 됐었는데요.

당시에 라인전은 제가 거의 다 이겼던 것 같아요. 상체, 팀운도 좋았고요(웃음). 1300~1400점까지는 스트레스를 안 받고 아무 생각 없이 솔로랭크를 했었는데 1위가 보이니까 열심히 하기 시작했죠. 지면 스트레스 많이 받았어요. 지금은 솔로랭크 점수를 올릴 생각이 별로 없어요. 의미가 없어요. 듀오도 안 되다보니까 이상한 사람이 너무 많아요. 그냥 챔피언 연습하려고 하는 거죠. 

루트 선수와도 맞춰보고 룰러 선수와도 맞춰 봤어요. 덕담 선수는 어떤 선수예요?

(서)대길이 형은 잘 해주면 잘 하는 원거리 딜러에요. 투자하면 값어치를 해줘요(웃음).

켈린 선수를 만나고 덕담 선수가 한층 더 성장했다는 평가도 있던데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대길이 형이 폼이 올라온 건지, 내가 잘 도와줘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어요. 우리도 처음엔 호흡이 잘 안 맞았어요. 안 친한 선수라 눈치를 봤달까요. 사적으로, 게임 외적으로 친해지다 보니까 그 때부터 잘 됐던 것 같아요. 

올 시즌 가장 상대하기 힘들었던 바텀 듀오는 누구였는지 궁금해요. 본받고 싶은 듀오는요?

T1의 ‘테디-케리아’ 듀오요. 아직도 기억해요. 저희가 아펠리오스와 쓰레쉬였고 T1은 칼리스타와 니코를 뽑았어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안 좋은 기억은 잘 지우는 편인데 많이 박혔어요. 그 때 정말 혼이 많이 나서, 덕분에 바텀 구도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본받고 싶은 듀오는 지금으로선 딱히 없어요. 전부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어요. 

다음 시즌 농심,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나요? 

T1도 그렇고 상위권 팀들이 너무 잘해요. 리브 샌드박스도 마지막에 잘 했고. 어떻게 될지 그래서 궁금해요. 롤드컵에는 꼭 가고 싶어요. 제가 작년 젠지 소속으로 롤드컵을 갔잖아요. 후보 선수였는데 지켜보는 입장에서 많이 멋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호텔도 좋고(웃음). 

앞으로 어떤 서포터가 되고 싶으세요?

미드라이너를 키워주는 서포터가 있고 원거리 딜러를 성장시켜주는 서포터가 있거든요. 저는 원거리 딜러를 키워주는 서포터가 좋아요. 정말 잘하는 서포터. 정석적인 서포터로 기억되고 싶네요.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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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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