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간의 아이슬란드 대장정... 돌아보는 2021 MSI

3주간의 아이슬란드 대장정... 돌아보는 2021 MSI

기사승인 2021-05-24 18:42:04
사진=2021 미드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2021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이 막을 내렸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청정국 아이슬란드에서 진행된 이번 MSI는 2019년 이후 2년 만에 다시 열린 것이었기에 많은 기대를 모았다.

자국 리그 스프링 시즌을 평정한 팀이 모인 이번 MSI에서 선수들은 멋진 모습을 보여주며 팬들에게 즐거움을 전했다. 이번 MSI에선 예상대로 흘러간 부분도 있었지만,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결과도 나왔다. 모든 결과를 짚고 넘어갈 수는 없지만 4강 진출 팀을 중심으로 단평을 남겨보고자 한다.

사진=RNG(로얄 네버 기브업). 라이엇게임즈 제공

◇ 밸런스 최강 RNG… 일정 변경 논란은 ‘긁어 부스럼’

LPL(중국 프로리그) 챔피언 RNG는 대회 내내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며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았다. 미드에서 탑으로 포지션을 변경한 ‘샤오후’ 리위안하오, MLXG·카사를 이을 정글러로 성장한 ‘웨이’ 안양웨이, 새로운 ‘중체미(중국 최고의 미드라이너)’ 후보 ‘크라인’ 위안청웨이, ‘우지’를 떠올리게 만든 ‘웨이’ 천웨이, 여전히 뛰어난 기량의 ‘밍’ 시썬밍까지 5명의 선수가 완벽한 기량을 보여줬다.

그룹 스테이지 전승으로 럼블 스테이지에 진출한 RNG는 ‘2020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챔피언 담원 기아를 두 차례나 잡아내며 강력함을 과시했다, 샤오후와 크레인이 포진한 상체는 든든함을 보여줬고, ‘카이사’를 잡은 갈라는 후반 막대한 캐리력을 뿜어냈다. 샤오후와 함께 RNG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거듭난 밍은 ‘노틸러스’, ‘레오나’, ‘렐’ 등의 챔피언으로 뛰어난 플레이메이킹을 보여줬다. 밍이 만든 기회를 갈라는 놓치지 않았다.

다만 경기력과 별개로 RNG는 이번 MSI 내내 석연치 않은 혜택을 받았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결승전 일정 변경이다. 럼블 스테이지를 1위로 통과한 담원 기아는 21일 금요일에 경기를 치렀어야 했다. 하지만 2위 RNG가 귀국 48시간 전에 코로나19 혈청 항체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일정 변경을 요구했고, 라이엇이 이를 받아들여 RNG를 금요일 경기에 배정했다. 결과적으로 2등을 차지한 RNG는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고, 결승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RNG 측은 일정 변경이 우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중국 팬을 제외한 대다수의 전세계 LoL 유저는 현재까지도 이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뛰어난 실력으로 우승을 차지했음에도 논란의 소지를 만든 RNG다.
사진=담원 기아. 라이엇게임즈 제공

◇ 고군분투한 담원 기아…바텀 약점 노출 치명타

MSI 시작 전까지만 해도 대다수의 'LoL 챔피언스코리아(LCK') 팬들은 “어짜피 우승은 담원 기아”를 외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담원 기아는 그룹 스테이지부터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LJL(일본 프로리그)의 데토네이션 포커스 미(DFM), LLA(라틴 아메리카 프로리그) 질레트 인피니티와의 경기를 승리하긴 했지만 좋지 않은 경기력으로 의문을 자아냈다.

LCK 내에서 가장 단단한 모습을 보여준 바텀 듀오의 부진이 뼈아팠다. ‘노틸러스’를 잡은 ‘베릴’ 조건희는 크고 작은 실수를 반복했다. 플레이메이킹의 핵심인 서포터가 힘을 쓰지 못하면서 원거리 딜러 ‘고스트’ 장용준의 경기력도 동반하락했다. 여기에 정글러 ‘캐니언’ 김건부도 1티어 챔피언 ‘모르가나’와 ‘럼블’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전반적인 상황이 나빠졌다.

위기의 순간 ‘난세영웅’이 등장했다. 어려운 순간마다 ‘쇼메이커’ 허수는 슈퍼플레이를 밥먹듯이 선보이며 전황을 바꿨다. 허수는 자신의 시그니처 챔피언 ‘조이’를 7번 꺼내서 모두 승리했다. 그중 데스는 단 3번. 담원 기아와 맞붙은 팀은 ‘조이’를 고정 밴 리스트에 올렸다.

22일 매드 라이온즈와 4강전에서 풀세트를 치르고 결승에 임한 담원 기아는 RNG에게 세트 스코어 2대 3으로 석패했다. 바텀 듀오와 정글러의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지만, 원칙대로 하루를 충분히 쉬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수 있다.

한편 담원 기아가 MSI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LCK는 2021 롤드컵 시드권을 한 장 더 받게 됐다. 앞서 라이엇 게임즈는 MSI 종료 후 최근 국제 대회 성적을 기반으로 파워 랭킹을 계산해 가장 순위가 높은 지역에 롤드컵 추가 시드권을 부여한다고 밝힌 바 있다. 파워 랭킹 1위인 LPL 소속 RNG가 MSI 우승을 차지하면서, 나머지 시드권 한 장은 담원 기아가 속한 LCK에게 돌아갔다.
사진=매드 라이온즈. 라이엇게임즈 제공

◇ G2 꺾은 매드 라이온즈… 유럽 맹주의 위상 떨쳤다

LEC(유럽 프로리그) 대표로 MSI에 참가한 매드 라이온즈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멋진 모습을 보여준 팀 중 하나다. 럼블 스테이지를 5승 5패의 성적으로 마무리한 매드 라이온즈는 펜타넷 GG와 클라우드9(C9)을 제치고 간신히 4강에 진출했다. 4강전에서 매드 라이온즈가 다소 무기력한 모습으로 패할 것이라는 예상을 한 팬들도 많았다.

4강전에서 매드 라이온즈는 1세트를 내주긴 했지만, 연달아 2·3세트를 따내며 담원 기아를 코너로 몰아붙였다. 탑 라이너 ‘아르무트’ 이르판 베르크 튀케크의 활약이 매우 눈부셨다. 2세트 아르무트는 탑 1티어로 평가받는 ‘리신’을 선택해 담원 기아 진영을 휘저었다. 그는 3세트 자신의 시그니처 챔피언인 ‘오공’을 꺼내들어 담원 기아를 박살냈다. 아르무트의 오공은 소설 ‘서유기’에 등장하는 ‘제천대성 손오공’의 모습 그 자체였다.

하지만 매드 라이온즈는 4·5세트를 내리 담원 기아에게 내주면서 구단 역사상 최초 국제전 결승진출은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미드 라이너 ‘휴머노이드’ 마렉 브라즈다가 허수에게 지속적으로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고, 탑 라이너 아르무트는 중요한 순간 다소 감정적으로 플레이하며 무리했다.

종합해보면 매드 라이온즈는 럼블 스테이지 다소 부진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4강전 담원 기아와 대결에서는 자신들이 왜 유럽의 맹주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점차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준 매드 라이온즈는 다가오는 서머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사진=PSG 탈론. 라이엇게임즈 제공

◇ 우리가 누구?… LMS의 마지막 유산, PSG 탈론!

럼블 스테이지 전까지 PSG 탈론이 C9을 제치고 4강에 오를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몇이나 됐을까. PSG 탈론은 대회 시작 전부터 악재를 맞이했다. 주전 원거리 딜러 ‘유니파이트’가 기흉으로 빠지면서 임대선수 ‘독고’ 치우추추안이 로스터에 등록됐다. 통상적으로 바텀 라인은 원거리 딜러와 서포터의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PSG 탈론은 그룹 스테이지 4승 2패를 기록하며 조 2위로 럼블 스테이지에 진출했다. 럼블 스테이지부터 PSG 탈론의 저력이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RNG, 매드 라이온즈, C9 등 강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LMS(대만 프로리그) 플래시 울브즈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하나비’ 쑤자샹과 ‘메이플’ 황이탕은 3년만에 재회해 뛰어난 합을 보여줬다.

여기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PSG 탈론에 소속된 한국인 정글러 ‘리버’ 김동우도 멋진 활약을 펼쳤다. MSI 메타 기준 정글 1티어였던 ‘모르가나’와 ‘럼블’을 매우 잘 다룬 김동우는 교전을 여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사실상 LMS의 마지막 유산으로 평가받는 PSG 탈론은 세계 강팀을 상대로 주눅 들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우승팀 RNG를 거세게 밀어붙이며 중국 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도 했다. PSG 탈론의 활약 이후 ‘클템’ 이현우 해설위원은 “이제 PCS(태평양 연안 리그)‘를 4대 리그에 넣어야 할 것 같다”는 진담 섞인 농담을 하기도 했다.
사진=클라우드9. 라이엇게임즈 제공

◇ 어쨌든 세계를 놀라게 한 C9

올해는 다를까 했지만 LCS(북미 리그)는 역시 ‘북미잼(북미+재미)’을 벗어나지 못했다. LCS 대표팀 C9은 그룹 스테이지 기간 담원 기아를 잡아내면서 “역시 C9”이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사실상 이게 끝이었다.

럼블 스테이지 C9의 성적은 3승 7패. 4대 메이저 리그 소속팀의 성적이라기엔 너무나도 초라한 결과다. 그나마 위안점을 찾자면 패배한 경기도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는 점, RNG와 매드 라이온즈를 한 번씩 꺾었다는 것이 있다. 하지만 최약체 펜타넷GG에게 패한 것은 너무나도 뼈아팠다.

G2 e스포츠의 심장 ‘퍽즈’ 루카 페르코비치는 C9으로 이적한 뒤 자국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MSI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칼리스타’, ‘킨드레드’, ‘리신’, ‘트리스나타’ 등 조커픽을 꺼내 눈길을 끌었지만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LCS는 “세상을 놀라게 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지만, 지난해 롤드컵처럼 이상한 방향으로 세상을 놀라게 만들었다.

사진=DFM(데토네이션 포커스 미) 탑 라이너 '에비' 무라셰 슌스케. 라이엇게임즈 제공

 

◇ DFM에게는 감동이 있다… 2021 롤드컵에서 볼 수 있기를

MSI에서 가장 감동적인 팀을 고르라면 고민없이 DFM을 선택하겠다.

LJL 최강 DFM은 꾸준하게 롤드컵에 참가한 팀이다. 다만 항상 플레이-인 스테이지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며 아쉽게 롤드컵을 마감해야 했다. 카메라를 보며 엄지를 치켜세우는 탑 라이너 ‘에비’ 무라타 슌스케의 이른바 ‘따봉’만이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2021 MSI에서 DFM은 역대 최고의 국제전 활약을 펼쳤다. 그룹 스테이지 1라운드 경기에서 DFM은 담원 기아를 거칠게 밀어붙였다. 바텀 억제기 앞에서 ‘쓰로잉’에 가까운 플레이만 없었다면, DFM은 담원 기아를 잡아내며 이번 MSI 최고의 이변을 만들었을 수 있다.

DFM은 C9을 한차례 잡아내며 자신들이 왜 MSI에 왔는지를 전세계 LoL팬들에게 증명했다. 한국인 미드 정글 듀오는 C9 격파에 1등 공신이 됐다. 미드라이너 ‘아리아’ 이가을은 조이로 ‘퍽즈’의 오리아나를 찍어눌렀고, ‘스틸’ 문건영은 ‘북체정(북미 최고의 정글러)’ ‘블레버’ 로버트 후앙을 혼쭐냈다.

그룹 스테이즈를 2승 4패로 마감하면서 럼블 스테이지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DFM 선수들이 보여준 열정과 헌신은 전세계 팬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DFM이 2021 롤드컵에 참가해 LJL 최초로 그룹 스테이지에 진출하는 팀이 되길 바란다.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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