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게임의 e스포츠, 어디까지 왔나요?

K-게임의 e스포츠, 어디까지 왔나요?

기사승인 2021-05-27 06:30:03
 사진=‘2021 신한은행 헤이 영 카트라이더 리그 시즌1 팀전’ 결승전에서 한화생명e스포츠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샌드박스 게이밍. 김찬홍 기자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한국 게임업계의 e스포츠 종목화 시도가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2010년대 후반부터 대형, 중소 등 규모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게임사가 e스포츠를 염두에 둔 신작을 출시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칭호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성과다.

업계에서는 국산 게임의 e스포츠 종목화를 위해서는 기존보다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게임의 인기가 보장되고, PvP(플레이어 대 플레이어) 콘텐츠가 충분해야 e스포츠 종목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아직 유의미한 성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게임업계는 국산 게임의 e스포츠 종목화를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펼치고 있다. 한국 게임의 e스포츠 종목화 현황을 돌아보고 글로벌 흥행 e스포츠 종목으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사진='SWC 2019' 우승자 ‘레스트(L’EST)’. 컴투스 제공


◇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배틀그라운드’로 시작된 국내 게임 e스포츠붐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위상과 달리 한국게임은 e스포츠 종목화에서 뒤처져왔다.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리그오브레전드(LoL)’, ‘오버워치’까지 국내에서 인기를 모았던 e스포츠 종목은 대부분 외국 게임이었다.

그나마 2017년부터 이러한 기류가 조금씩 바뀌었다. 2014년 서비스를 시작한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서머너즈 워)’는 북미와 유럽 등의 서구권 시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컴투스는 2017년부터 서머너즈 워 글로벌 e스포츠인 ‘서머너즈 워 월드 아레나 챔피언십(SWC)’을 개최했다.

2019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SWC2019 월드 결선은 생중계 누적 조회수 125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흥행력을 입증한 바 있다. 중계는 영어를 비롯해 한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중국어 등 총 15개 언어 해설로 제공됐으며, 유튜브, 트위치, 네이버 등 온라인을 통해 라이브 됐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지난해 SWC2020 월드 결선 역시 생중계 조회 수 기준 130만, 동시 접속자 수 25만을 기록했으며, 경기 종료 후 만 하루 동안 약 225만 조회 수를 달성했다.

한국 게임의 새로운 신화를 작성한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도 e스포츠 종목으로 잠재력을 보여줬다. ‘배틀그라운드’는 e스포츠 전문종목으로 채택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e스포츠협회(KeSPA)는 매년 e스포츠 종목을 선정하며 크게 정식종목과 시범종목으로 구분된다. 정식종목은 e스포츠 저변 및 환경이 충분하다고 인정받은 종목이다.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가 포함된 전문종목은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직업선수가 활동할 대회가 있거나, 리그 구조를 구축할 저변이 충분하다고 인정받은 것이다.

크래프톤은 최근 성황리에 종료한 배틀그라운드(PC) 글로벌 e스포츠 대회인 ‘펍지 글로벌 인비테이셔널.S(PGI.S)’에 이어, 펍지 콘티넨털 시리즈(PCS) 4와 5,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PGC)까지 연내 세 번의 글로벌 대회를 추가 개최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K-게임의 e스포츠의 성공사례를 만든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 K-게임의 e스포츠화,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배틀그라운드와 서머너즈 워와 같은 성공 사례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e스포츠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지난달 8일 기준으로  KeSPA의 e스포츠 정식종목 판정을 받은 작품은 총 12종이다. 전문종목은 5종, 일반종목은 7종이다. 

한빛소프트의 댄스 리드게임 '오디션'은 2018년 e스포츠 시범종목으로 선정된 후 이듬해 정식종목으로 승격했다. 이 게임은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으로 국제e스포츠연맹(IESF)이 주최하는 세계 e스포츠 월드챔피언십에 유일한 한국산 게임으로 초청받았다. 하지만 국내 게이머들에게는 인지도가 높지 않고, 유저 수 역시 전성기 대비 감소한 상황이어서 회의적인 반응도 남아있다.

넷마블은 지난해 출시한 모바일 MMORPG 'A3: 스틸얼라이브(A3)'의 e스포츠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 게임은 출시 직후부터 게임 내 배틀로얄 모드를 중심으로 '배틀로얄 리그' 등 다양한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A3는 지난해 한국e스포츠협회가 지정하는 e스포츠 시범종목에 선정된 데 이어, 올해는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A3는 현재까지도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15위권에 포함되는 등 꾸준히 성적을 내고 있지만 아직까지 배틀로얄을 비롯한 e스포츠 콘텐츠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A3 유저 김 모(27세)씨는 "지금도 게임을 재밌게 하고 있지만, e스포츠 리그 출범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며 "아직까지 A3는 배틀로얄보다는MMORPG적인 성향이 짙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국산 게임의 e스포츠 종목화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게임업계 내에서도 e스포츠에 대한 정의를 확실히 내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기획업무를 담당했던 게임업계 관계자는 “LoL, 배틀그라운드 등 몇몇 게임의 e스포츠화 성공 사례에 자극을 받아 2019년 무렵부터 주요 게임사들이 e스포츠 리그 활성화를 핵심 계획으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았다”며 “개인적으로는 조금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외로 게임사 측의 e스포츠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단순히 PvP 콘텐츠가 있다는 것으로 e스포츠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개발자도 있었다”도 말했다. 이어 “e스포츠로 진행하기 적합한 장르가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계획을 짜다 보니 이도 저도 안 되는 사례를 많이 봤다”고 토로했다.

e스포츠로 진행되기 용이하다고 평가받는 MOBA(멀티플레이어 온라인 배틀 아레나), FPS(1인칭슈팅게임), RTS(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 TCG(트레이딩 카드게임), 대전격투게임 등의 장르는 기본적으로 PvP으로 진행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즉 PvP가 메인 콘텐츠가 아닐 경우 e스포츠화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중소 게임사에서 개발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개발자는 “최근 대기업들이 e스포츠에 관심을 많이 보이는데, 마케팅적 측면에서 대기업 후원을 받기 위해 e스포츠 관련 콘텐츠를 넣었다는 사례도 들었다”며 “개발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익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게임업계 소식에 정통한 정치권 관계자는 “e스포츠 종목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게임이 재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배틀그라운드와 LoL이 처음부터 e스포츠를 위해 만들어진 게임은 아니다”라며 “유저들이 늘어나고 함께하는 재미가 충분하다고 판단됐기에 e스포츠 리그가 태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요즘 게임은 출시 초반부터 e스포츠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는 경우도 많은데, 회사 차원의 서포팅은 필요할 수 있어도, 유저가 아닌 회사 주도로 만들어진 리그는 오래 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출시된 넵튠의 ‘영원회귀: 블랙 서바이벌’은 장르적 적합성과 높은 인기로 인해 자연스럽게 e스포츠화추진이 진행된 좋은 사례”라며 “게임사는 어떤 e스포츠 종목을 만들지를 생각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e스포츠 종목과 부합하는 작품을 만들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넥슨 제공


◇ 바통 이어받은 후발주자의 현황은?

아직까지 주목할만한 성공사례는 많지 않지만, 게임업계는 지금도 꾸준히 e스포츠 종목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시간적·금전적으로 많은 비용을 투여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게임사가 e스포츠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로벌 게임 시장조사업체 뉴주(Newzoo)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e스포츠 시장 규모는 11억 달러(약 1조2000억 원)로 전망된다. 전년대비 15.7% 가량 증가한 수치다. 또 오는 2023년까지 전 세계 e스포츠 시청자는 6억46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보는 게임'의 수요가 날로 커저가는 상황에서 게임사도 더이상 '하는 게임'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익원을 위해 e스포츠 분야에 투자하는 셈이다.

아울러 e스포츠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게임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우선 e스포츠 리그가 활성화되면 새로운 유입유저를 모을 수 있고, 기존 유저들의 충성도를 높일 수 있다. LoL이 글로벌 최고 인기게임으로 거듭난 이유도 e스포츠 리그의 성공과 상관관계가 있다.

'카트라이더' 역시 좋은 예시다. 2019년 후반부터 문호준·전인수 등의 카트라이더 프로게이머들이 재조명받기 시작했고, 게임을 중단했던 유저들도 다시 돌아왔다. 넥슨은 이번에 모바일 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의 e스포츠화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6월부터 정규리그인 KRPL(KartRider Rush Plus League)'을 개시하며, 1차 본선은 7~8월, 2차 본선은 10~11월 진행한다. 이후 12월 아시아 지역에서 최강 팀을 가리는 '아시아 챔피언스컵'까지 개최 예정이다. 넥슨은 이전부터 ‘카트라이더’ e스포츠 리그를 진행하며 얻은 노하우를 십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서머너즈 워 IP(지식재산권)을 활용한 컴투스의 신작 ‘서머너즈 워: 백년전쟁’는 e스포츠에 대한 의지를 가득 담은 채 출시됐다. 일대일 실시간 대결이 주력인 게임의 특성상 ‘서머너즈’와 SWC 등 e스포츠 대회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적화된 대회환경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한 게임업계 홍보팀 관계자는 "카러플과 백년전쟁의 e스포츠 종목화가 성공적으로 진행돼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전파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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