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지난해 6월 ‘불법사금융과의 전쟁’이 선포됐다. 주식리딩방과 보이스피싱 등 금융취약계층과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범죄들이 급격히 증가하자 이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가 나선 것. 실제로 불법사금융과의 전쟁 선포 후 보이스피싱 검거 건수는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단속이 강화되면서 불법사금융과 금융사기는 더욱 은밀하고 치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이스피싱·주식리딩방 근절…‘불법사금융과의 전쟁’
지난해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은행연합회 등 금융기관은 ‘불법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민생금융범죄 집중대응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주요 타깃은 ▲주식리딩방 ▲보이스피싱 ▲유사수신 ▲불법사금융 등 4개 분야다. 여기에 금융당국은 지역자치단체, 특별사법경찰 등 관계부서와 협업을 진행했다.
또한 불법영업 의지를 박탈하기 위해 처벌도 강화했다. 주식리딩방은 형사처벌 하는데 엄격한 입증이 어렵고 소요시간이 긴만큼, 과징금 부과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보이스피싱에 대해선 형량을 강화하고 대포통장 개설(예비행위) 및 송금·인출책 관련 조력행위 처벌규정을 신설했다. 유사수신의 경우 검거 시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하는 근거도 마련했다.
‘불법사금융과의 전쟁’은 실제로 큰 성과를 거뒀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6월에서 12월까지 합동으로 불법·불공정 민생 금융범죄에 대한 집중단속을 실시한 결과, 정부는 보이스피싱 범죄자 2만2130명, 불법사금융업자 4724명을 검거했다. 이는 집중단속기간 이전 월평균 대비 보이스피싱은 51%, 불법사금융업자는 70% 늘어난 수치다.
이처럼 검거율이 가시적으로 늘어나면서 금융당국은 불법사금융과의 전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보이스피싱과 같은 불법금융행위 예방을 위한 범금융권 공동 홍보에 관한 행정지도를 1년 늘리는 것 등이 주된 내용이다.
잡아도 잡아도 또 나오는 ‘그놈 목소리’…더 은밀해졌다
하지만 불법사금융과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불법금융업자들은 더욱 은밀해졌다. 코로나19로 디지털 금융 전환이 일어나자 금융소비자들의 금융거래 방식도 비대면화 됐고, 범죄자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공략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불법사금융과 보이스피싱 검거 건수가 증가한 만큼 피해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서 접수한 신고·상담 건수는 12만8538건으로 전년대비(11만5622건) 11.2% 증가했다. 피해 유형별로 살펴보면 ▲보이스피싱 5만2165건(60.7%) ▲불법사금융 7351건(47.4%) ▲유사수신 692건(43.6%)씩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로 생활고를 겪는 소상공인·청년세대들의 금융사기 피해가 급격히 늘어난 점이다. 지난 4월 서민금융연구원이 발표한 ‘대부업체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대출 거절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20대가 지난해 50.4%로 전년대비 2배 증가했다. 여기에 대출을 거절당한 20대의 8.8%는 자금을 조달하는 경로로 ‘불법사금융’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대출을 거절당한 청년들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불법사금융을 이용하게 됐다. 실제로 해당 SNS에서 ‘대출’, ‘급전’이란 단어로 검색할 경우 불법사금융을 알선해주는 업체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금융소비자단체들은 불법사금융 억제를 위해 유관기관들과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SNS나 카카오톡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해 불법사금융 영업을 하는 업체들을 금융감독원이나 경찰이 잡기에는 기술이나 인력 등 한계가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 등 다른 국가기관이나 네이버·카카오과 같은 IT업체들의 협업을 통해 선제적인 차단조치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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