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진이형의 외줄타기] 핵인싸일까 핵폭탄일까

[용진이형의 외줄타기] 핵인싸일까 핵폭탄일까

기사승인 2021-06-10 05:00:04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 이정주 그래픽 디자이너 /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한전진 기자 = ‘용진이형’. SNS상에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부르는 애칭입니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우 수는 약 65만명으로 왠만한 인플루언서가 울고 갈 정도죠. 가끔 계열사 홍보나 음식, 운동사진을 올리던 용진히 형이 최근 SNS에서 ‘급발진’을 하기 했습니다. 논란이 될 아슬아슬한 표현들을 SNS에 과감하게 풀어놓기 시작하면서 연일 이슈의 중심에 서고 있죠. 

용진이형의 SNS를 두고 평가는 엇갈립니다. 대중과 허물없이 소통하는 인간미 넘치는 재계 총수라는 평가도 존재하는 반면, 괜한 논란을 쓸데없이 만들어 오너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습니다. 괜히 신세계 홍보실장이 ‘자중하시라’고 간곡히 말렸을까요.

최근 ‘미안하다, 고맙다’ 사건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지난달 말부터 용진이 형은 인스타그램 게정에 해물 요리 사진을 올리면서 ‘잘가라 우럭아~니가 정말 우럭의 자존심을 살렸다 미안하고 고맙다’, ‘가재야 잘가라 미안하고 고맙다’는 글을 함께 적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용진이형이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 희생자 관련 발언을 조롱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정치적 의도성이 다분히 깔려 있다는 의심이었죠.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2017년 3월 팽목항을 찾아 방명록에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 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1000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고 썼습니다. 당시 희생자에게 ‘고맙다’고 한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비난도 많았습니다. 

사진 정용진 인스타그램 
신세계 그룹 측은 의도성이 없는 우연이라고 해명에 나섰지만, 이후에도 용진이형은 게시물마다 영어로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의미의 'Sorry thank you'라는 문구를 함께 적었고 전날에는 반려견의 죽음을 알리는 글에도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표현을 넣어 논란을 더 키웠습니다.

‘개인 SNS인데 무슨 상관이냐’며 용진이 형을 옹호하는 의견도 많았지만, 그가 논란을 이용해 관심을 끌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사실 용진이형의 SNS 외줄타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야구팀 SSG랜더스 창단 당시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 접속해 야구팬들과의 소통의 자리에서 키움히어로즈 구단을 향해 용진이형은 “과거 키움 히어로즈가 넥센 히어로즈일 때 야구단을 인수하고 싶었는데, (히어로즈 측이) 나를 X무시하며 안 팔았다”고 욕설을 섞어가며 여과 없이 분노를 드러냈습니다.

‘유통 맞수’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을 거론해 아찔한 상황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주인 신 회장이 지난달 6년 만에 야구장을 공식 방문한 것을 두고 "신동빈 회장이 내가 도발하니까 야구장에 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앞서 용진이형은 "롯데가 본업 등 가치 있는 것들을 서로 연결시키지 못한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본업과 연결할 것"이라며 "걔네(롯데)는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고 신 회장을 독하게 자극했었죠.

사진=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인스타그램 
가장 속이 타는 것은 임직원들 일 겁니다. 오너의 SNS 말 한마디에 일터가 연일 입방아에 오르니 마음이 편한 날이 없을테죠.

벌써부터 용진이형을 손가락질 하는 사람도 생겼습니다. 방송인 김어준씨는 9일 자신이 진행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재벌 오너 아니었으면 해고감”이라고 그를 맹비난했습니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라서, 용진이형도 딱히 할 말이 없을 겁니다. 일개 사원이 저런 말을 했다간 바로 시말서를 써야할 겁니다.

보다 못한 신세계 홍보실장이 어렵게(?) 한 마디 했나 봅니다. 용진이형은 8일 인스타그램에 "난 원래 가운데 손가락으로 안경을 쓸어 올리는데, 홍보실장이 오해받을 일을 하지 말라고 하니 50년 넘는 습관도 고쳐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그는 “앞으로 가장 짧은 손가락으로 안경을 올릴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최근 논란이 된 점을 우회 언급하며 반성(?)한 것일 수 있습니다.

용진이형의 다짐이 뒤늦은 후회가 아니길 바랍니다. 그의 말 몇 마디에는 신세계의 임원부터 이마트의 계산원까지 직원들의 생계가 걸려있습니다. 용진이형이 정말 ‘미안하고 고마워’ 해야 할 사람들이죠. 용진이형은 신세계의 핵인싸가 될까요. 핵폭탄이 될까요. 그의 앞으로의 SNS 행보를 지켜볼 일입니다.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한전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