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최근 다양한 게임에서 한국 지역을 모티브로 삼은 ‘맵(Map)’이 등장하고 있다. 한국의 정취가 담긴 가상공간부터 서울·인천 송도신도시·부산 등 실존하는 도시까지 활용 사례도 다양하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에는 다음달 7일 한국 콘셉트의 신규 맵 ‘태이고’가 추가된다. 이 맵은 3년 만에 공개되는 8x8 오리지널 사이즈의 대형 전장이다. ‘태이고’는 기존에 ‘코드네임: 타이거’로 알려졌던 맵으로 1980~90년대 한국의 시골 풍경을 담고 있다. 기존에 공개됐던 콘셉트 아트에서는 학교 주변 풍경을 묘사했는데, 학교 현판에 한글로 적힌 ‘호국보훈’이라는 문구, 시골 특유의 비닐하우스와 슬레이트 지붕 등 정겨운 느낌을 전한다.
태이고는 오는 26일 크래프톤이 공개하는 마동석 주연의 단편 영화 ‘그라운드 제로’의 배경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배틀 그라운드 세계관인 ‘펍지 유니버스’의 핵심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틀그라운드 이용자 김 모(31)씨는 “8x8 사이즈의 대형 맵이 나온 것은 2017년 ‘미리마’ 이후 3년여만”이라며 “거기다 국내를 모티브로 삼았다는 점으로 더욱 궁금해진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3년 만에 신작을 공개하는 일렉트로닉 아츠(EA)의 ‘배틀필드’에는 인천 송도신도시를 배경으로 한 맵 ‘칼레이도스코프’가 등장한다. 오는 10월 출시 예정인 ‘배틀필드 2042’는 이름 그대로 2042년 미래의 시점의 전쟁을 다루고 있다.
송도 센트럴파크에서 전투를 벌이는 칼레이도스코프는 64대64를 기반으로 설정된 맵으로, 거대한 마천루를 배경으로 데이터 센터를 차지하기 위해 전투를 벌인다. 또한 와이어를 타고 마천루의 옥상을 이동하거나 TV 방송국 등 다양한 건물의 내부를 활용하는 등 여러 전략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
지난 9일 공개된 배틀필드2042 트레일러 영상에는 전쟁으로 아수라장이 된 센트럴파크 모습이 담겨있다. 저공비행하는 전투기 밑으로 군인들이 포격을 피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후 영상 말미에 거대한 토네이도로 인해 건물이 무너지는데, ‘칼레이도스코프’라고 쓰여진 대형 전광판이 파괴돼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영상 공개 이후 한국 게이머의 반응은 뜨겁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현대적인 느낌의 센트럴파크의 매력이 잘 드러난 것 같다”, “정신차린 EA가 각 잡고 배틀필드 신작을 뽑아낸 것 같다”는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
배틀그라운드와 배틀필드에 등장하는 맵이 각각 과거와 미래의 한국 모습을 담고 있다면, 블리자드의 ‘오버워치’의 부산 맵은 현재 한국정취가 담겨있다. 부산 맵은 ‘사찰’과 ‘시내’, ‘메카(MEKA) 기지’ 등 총 3가지의 쟁탈전 전장으로 구성됐다. 메카는 오버워치 스토리 내 캐릭터 ‘디바(D.Va)’가 소속된 군 단체다. 주요 거점 별 오래된 법당, 한국 전통 방식의 건축 양식부터 PC방, 노래방까지 친숙한 공간들이 가득하다.
2018년 블리자드는 서울에서 열린 오버워치 팬 페스티벌 현장에서 부산 맵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당시 제프 카플란 전 오버워치 총괄 디렉터 겸 부사장은 직접 팬들에게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카플란 전 부사장은 “한국 팬들 앞에서 부산맵을 직접 공개하고자 주요 개발자 4명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며 “부산맵 도입으로 더 많은 한국 플레이어가 오버워치를 즐기길 바란다”고 국내 게이머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밖에도 유비소프트의 ‘와치독스2’, 액티비전의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 등의 게임에서도 서울을 배경으로 한 맵이 등장한 바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게임사가 출시하는 작품에 한국의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맵이 포함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는 한국 게임시장이 과거에 비해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전까지 대부분의 한국 맵은 북한·중국과 연관된 냉전의 이미지를 담고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고정관념이 많이 사라져 다양한 모습의 한국 맵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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