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치권 등판 이후 연일 문재인 정부 때리기만 골몰하고 있다. 이에 실망감을 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공정의 가치를 다시 세우겠다”며 “국민의 상식으로부터 출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5분에 걸친 출마선언문에선 정권교체가 8번, 분노가 7번 언급됐다. ‘문재인 정부 때리기’에 집중한 결과다. 윤 전 총장은 “4년 전 국민의 기대와 여망으로 출범한 문 정부는 국민을 좌절과 분노에 빠지게 했다”며 “국민을 내편 네편으로 갈라 상식과 공적, 법치를 내팽개치고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렸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윤 전 총장만의 대표 정책 제시는 없었다. 국민의힘 입당 여부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다만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헌신할 준비가 되었음을 감히 말씀드린다”며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의 집권 연장과 국민의 약탈을 막아야 한다.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낼 것”이라는 의지는 드러냈다.
야권은 윤 전 총장이 선명한 메시지를 내놨다고 호평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 전 총장 출마 선언 직후 “굉장히 언어가 정제돼있고 고민이 녹아있는 연설이었다”며 “희망적인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첫’ 기자회견이라는 점을 들어 옹호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혹자는 질의응답과정에서 다소 미숙함이 드러났던 것을 지적하려 하겠지만 정치를 처음 시작하는 윤 전 총장이 처음 경험하는 것이라 쉽게 평가절하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앞으로 여러 사람의 조력을 받으면서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기대에도 윤 전 총장은 정치권 등판 일주일 동안 변함없이 ‘문 정부 때리기’에 집중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 후보로서 정책, 비전 등을 제시하지 않은 체 ‘반문’ 규합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윤 전 총장은 6일 ‘윤석열이 듣습니다’라고 이름 붙인 민심 탐방 첫 행선지로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를 택했다. 이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은 카이스트 원자핵공학과 학생들과 오찬을 갖고 현 정부 탈원전 정책 문제점을 짚었다. 카이스트 방문 이후 대전 유성구의 한 호프집에서 ‘문 정권 탈원전 4년의 역설’이라는 주제로 열린 만민토론회에도 참석했다.
전날엔 주한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를 만나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토론했다. 윤 전 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총장직을 그만둔 계기 중 하나로 ‘월성원전 사건’을 꼽았다. 그는 “총장직을 그만두게 된 것은 월성원전 관련 사건 처리와 직접 관련이 있다. 정치참여와 탈원전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 과정에서 법적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에 “억울함을 호소하려 정치하나”라는 지적이 나왔다. 에너지 정책에 대한 대안 제시 없이 정부 때리기에 치중했다는 비판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 전 총장의 미래 비전 1호는 탈원전 반대였다”며 “왜 원전인지에 대해선 기존 원전 주의자들의 낡은 표어만 반복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절차적 위법성이나 외압이 원전 예찬론의 근거가 될 순 없다. 반사체 비전으로 대통령 후보가 될 수는 있어도 국가를 운영할 수는 없다. 무엇을 대안으로 삼을 것인지는 법조인으로서 법리가 아닌 정치인으로서의 비전을 가지고 답해야 한다”며 “억울함을 토로하는 유랑정치를 할 것이 아니라 정치인으로서 제대로 국민 앞에 서서 자신의 비전을 말하고 평가받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과 다른 시각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윤 전 총장의 출마 선언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새로운 무엇이 없이 국민의힘도 할 수 있는 얘기를 반복하는데 머물렀다”며 “중도층이나 탈진보층이 매력을 가질만한 새로운 의제나 약속 같은 것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이 중도층과 탈진보층을 껴안기 위해선 그들이 매력을 가질만한, 지지할 명분이 될만한 새로운 무엇을 제시해야 한다”며 “무엇이 부족했던가를 굳이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면, 그냥 국민의힘 소속 대통령 후보 이상의 기대를 하기는 어렵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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