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고구말’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와 고구마, 말의 합성어로 답답한 현실 정치를 풀어보려는 코너입니다. 이를 통해 정치인들이 매일 내뱉는 말을 여과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한 달 만에 사면초가에 빠졌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를 번복하면서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인 탓이다. 사방에서는 조롱성 공세가 쏟아지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2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동했다. 양당 대표는 2차 추경을 통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여야정협의체 가동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은 2차 추경안 확대와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 지급하는 것을 당론으로 결정한 바 있다.
합의는 약 100분 만에 백지화됐다. 국민의힘 내부 반발이 커졌기 때문이다. 선별지급을 강조해온 당론을 당 대표가 숙의 없이 뒤집었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남는 재원이 있으면 재난지원금 지급대상 범위를 확대하자는 것”이라며 입장을 번복했다. 이에 여야를 막론하고 조롱 섞인 비판이 잇따랐다.
“100분 만에 귤 맛 잃은 탱자, 100분 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이 대표를 ‘귤 맛 잃은 탱자’로 비유하며 공세를 펼쳤다. 그는 “이 대표는 100분 만에 말 뒤집는 100분 대표, 탱자 대표가 되려는 것이냐”며 “우리 당 송영길 대표를 만나 귤 맛을 뽐내려던 이 대표가 100분 만에 탱자가 됐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대표가 청년세대의 신의를 저버렸다고도 주장했다. 윤 원내대표는 “우리 당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검토하는 이유는 정부 추경안에서 1~2인 가구의 주된 구성원인 2030 청년과 신혼부부들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라며 “이 대표는 당 대표로서 신의뿐 아니라 2030 청년 세대의 신의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도 같은 날 회의가 끝난 후 “어제 양당 대표가 합의하고 나서 수석 대변인들이 함께 발표한 내용을 100분 만에 번복하는 ‘100분 쇼’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 그걸 지켜보는 국민…카멜레온이 형님 할 듯”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총공세에 힘을 실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서 “당 대표가 이렇게 약속을 가볍게 뒤집는데 국민이 국민의힘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냐”며 “이준석의 혁신이 리스크로 변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대표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국민을 생각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취임사 당시 가수 임재범의 노래 ‘너를 위해’를 패러디했던 것을 비꼰 것이다.
이 대표를 ‘카멜레온’에 빗대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중지란과 권력 투쟁에 휩싸인 국민의 힘은 언제까지 국민의 힘을 빼놓을 작정인가”라며 “이 대표의 카멜레온식 표현이 가히 카멜레온에게 형님 얘기를 들을 만하다”고 조롱했다.
“2시간도 안 돼 말바꾸기… 똥볼에 헛발질”
강병원 최고위원은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지난 13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이 대표가 ‘똥볼’을 찼다는 생각이 든다”며 “회동이 끝난지 2시간도 안 돼 말 바꾸기를 했다는 것은 이준석 리더십에 큰 타격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이 대표의 최근 발언들도 질타했다. 강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최근 여가부와 통일부 폐지 주장, 중국과 맞서 싸우자는 인터뷰, 전국민 재난지원금 번복 등의 헛발질을 하고 있다”며 “최근 계속되는 말 바꾸기 행태의 또 하나의 모습이고 경솔하고 가벼운 언행으로 비칠 것이다”고 말했다.
“리더(Leader)아닌 따릉이 타는 라이더(Rider)”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 대표를 정조준했다. 정 의원은 지난 1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찍 피는 꽃은 일찍 진다. 만고의 진리”라며 “이 대표는 더 이상 국민의힘 리더(Leader)가 아니다. 따르는 이 없는 따릉이 타는 라이더(Rider)일 뿐”이라고 저격했다.
국민의힘을 향해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정 의원은 “이준석 리스크는 뜻밖의 사고가 아니다. 우연한 교통사고가 아니다. 어쩌면 예견된 사고일 수 있다”며 “국민의힘은 10% 넘는 변변한 후보가 없다. 막대한 국고보조금이 아깝다. 가성비 없는 국민의힘도 폐지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국민 돈 뿌리기 게임에 동조”
야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는 커졌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거론한 것 자체가 민주당의 정책에 힘을 실어준 꼴이라는 판단에서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희숙 의원은 지난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문제는 현 정권이 4년 내내 국민을 현혹한 ‘전국민 돈뿌리기 게임’에 동조한 것”이라고 이 대표를 비난했다.
그는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의힘 지지자를 꼿꼿이 세우고 합리적인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를 망가뜨린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우리 내부 철학의 붕괴”라고 강조했다.
“국민 등골브레이커…참을 수 없는 건방짐”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역시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 13일 “서민과 자영업자를 가볍게 보는 참을 수 없는 건방진 자세를 반드시 고쳐놓겠다”고 일갈했다.
조 대표는 “현 정부의 방역 실패와 자영업자와 종업원은 패닉 상태에 빠져있다”며 “젊은 대표가 어리석은 합의로 자영업자를 더욱 궁지로 내몰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를 ‘등골 브레이커’라고 칭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서민과 자영업자의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국민 등골 브레이커에 불과하다”며 “쇼를 하려면 제대로 하던지, 그것도 아니면 전통시장에서 힘들어하는 자영업자의 손을 잡고 눈물이라도 흘리라”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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