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유력 대선주자 영입에 돌입한 국민의힘이 ‘법조 정당’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원내대표부터 당 대권 주자까지 법조인 일색인 탓이다. 과거 ‘육법당(육군사관학교+법조인)’, ‘법조당’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15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했다. 지난 8일 정치 참여 선언을 한 지 일주일 만이다. 당 밖 야권 대권주자 가운데 첫 입당이다.
국민의힘은 법조인 출신인 외부 대권주자 영입에 공을 들여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 전 감사원장이 대표적이다. 최 전 감사원장은 서울대학교 법대 75학번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같은학교 법대 79학번이다. 이들은 각각 판사와 검사로 오랜 기간 재직했다.
이런 추세는 처음이 아니다. 현 국민의힘 중진의원 상당수는 ‘법복’을 입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25회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대구지방법원·부산지방법원 울산지원 등에서 판사를 지냈다. 주호영 전 원내대표도 사법시험 24회 출신으로 대구 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지냈다. 황교안 前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역시 법조인이었다.
입당 가교역할을 하는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은 검사 출신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2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수원지검 검사부터 독일 법무부 파견검사,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등을 두루 거쳤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지검·부산지검 등에서 10년간 일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로 꼽히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검사로 일했다.
지금껏 당내 권력 중심에는 법조인이 있었다. 국민의힘은 20대 총선 이후에도 법조인 리더십을 선호했다. 비상대책위원회 시기를 제외하면 지난 2018년, 2019년에도 각각 검사 출신인 홍 의원 ·황 전 대표를 얼굴로 내세웠다.
일각에서는 ‘정치의 사법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 문제를 법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면서, 각계각층의 민의를 대변해야 하는 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유승민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월 야권에서 거론한 윤 전 총장과 최 전 감사원장 등 잠룡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후보들을 보면 검사·판사 출신이 제일 많다. 나도 법조인 집안이라 많이 겪어왔는데, 육법전서에 파묻혀 그걸 기준으로 세상의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며 “평생 그렇게 훈련된 사람이 대통령의 자리에서 미래를 만들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표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사법부를 향한 불신이 높아진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52)씨는 “검찰과 사법부 개혁을 부르짖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 자충수를 두는 격”이라며 “국민 생활을 실질적으로 도울 다양한 분야의 인재영입에 힘쓰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법조인 편중 현상이 여야를 막론하고 나타난다는 시각도 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부 여권의 정파적인 논리”라며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법조인 출신이 많았다. 국민의힘만 비판하는 것은 자기 부정과 마찬가지”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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