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수사, 그땐 왜 눈 감았나”… 윤석열에 되돌아온 화살

“드루킹 수사, 그땐 왜 눈 감았나”… 윤석열에 되돌아온 화살

윤석열 “드루킹 여론조작 수혜자, 文 대통령이 책임져야”
야권서 ‘윤석열 드루킹 책임론’ 제기

기사승인 2021-07-27 06:00:18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김은빈 기자 =야권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비판이 부메랑이 돼서 다시 돌아왔다. 윤 전 총장이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수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이른바 ‘드루킹 원죄론’에 휩싸였다.

윤 전 총장은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 핵심 참모가 그를 당선시키기 위해 여론조작을 주도했다. 저는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했고 그로 인해 오래도록 탄압받았다. 제가 모든 것을 잃으면서도 그 사건을 수사한 것은 선거에서의 여론조작을 막는 것이 곧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몸통’으로 문 대통령을 지목했다. 윤 전 총장은 “이번 여론조작의 유일한 수혜자인 문 대통령이 ‘억울하다’는 변명조차 못 하면서 남의 일처럼 행동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답하고 책임져야 한다”며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그러나 야권은 오히려 윤 전 총장을 겨누는 모양새다.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한 베테랑임에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수사는 방관했다는 지적이다. 

범야권 대선주자인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은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서울지검장을 맡고 있었던 윤 전 총장은 왜 이 사건에 눈 감았나.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엄청난 사건에 눈을 감고서 어떻게 삼권 분립, 법치주의를 강조할 수 있는가”라고 직격했다.

이어 “당시 해당 사건의 수사를 지휘한 윤대진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김 전 지사와 함께 근무한 사이다. ‘소윤’이라 불릴 정도로 윤 전 총장과 절친한 사이”라며 “이런 관계가 작용한 것인가”라며 의문을 표했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도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 전 총장은 우파와 관련된 댓글 사건에 대해서는 조자룡 헌 칼 다루듯 무섭게 휘둘렀다. 그러나 문 정권과 관련된 드루킹 댓글 사건은 수사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꼬집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역시 21일 페이스북에 “당시 적폐 수사로 승승장구하던 분이 지금 와서 그 사건 판결을 두고 정통성 없는 정부라고 문 정권을 비난하는 것은 참 어이없는 일”이라며 “당시 정치 검찰이 드루킹 사건의 배후를 은폐함으로써 특검까지 가게 된 점에 대해서 오히려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할 사건이 아닌가”라고 쏘아붙였다.

윤 전 총장이 정부 관련 수사를 미진하게 한다는 지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서울지검장 시절부터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지지부진하게 수사한다는 질책을 받았다.

김성태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는 지난 2018년 4월18일 “댓글 전문인 윤석열 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 전 원내대표가 9일간의 단식농성을 감행하며 특검 도입을 관철시켰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결국 검찰의 사건 축소‧은폐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야권은 드루킹 수사가 느슨한 이유에 대해 배후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2018년 10월19일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과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서울남부지검에 수사를 의뢰했음에도 석연치 않게 반려됐다. 애초부터 문재인 후보에 대한 수사 의지가 있었는지 아니면 사건을 의도적으로 갈라치기 해서 축소‧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드루킹 수사’ 책임자로 윤 전 총장이 직접 거명되기도 했다. 오신환 전 바른미래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2019년 6월18일 “드루킹 댓글이나 채용 비리 등 현 정부의 다양한 문제가 고소·고발돼 있는데 (검찰이) 방치하고 있다. 증거 부족으로 수사를 안 한 것인지 청와대 눈치를 본 것인지 윤 전 총장의 인사청문회에서 물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이 ‘드루킹 수사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문 정권의 고위 공직자 출신인 그가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수록 자가당착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야권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은 서울지검장 시절 드루킹 사건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응했다. 문 정권의 핵심 관료기 때문에 대통령 관련된 수사는 시간을 질질 끌었던 것”이라며 “지금 와서 문 정권의 정통성을 비판한다는 건 웃긴 일”이라고 했다.

다만 윤 전 총장은 ‘드루킹 원죄론’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을 예방한 뒤 “저희도 특검팀에 인적‧물적 수사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무슨 근거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 도통 이해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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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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