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쿠키뉴스] 노재현 기자 =“장기간 과중한 업무로 지친 직원들을 보면 안쓰럽고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을 책임감 하나로 버텨왔는데 이젠 한계에 봉착한 것 같습니다.”
경북도 김진현 복지건강국장이 5일 파김치처럼 지친 직원들의 모습이 안타깝다면서 이와 같은 실정을 설명했다.
지난해 2월 19일 코로나19가 처음 상륙한 이후 1년 6개월간 지속되면서 경북도 병역의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감염관리과가 붕괴의 위기에 놓였다.
오는 10월이면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벗어날 것으로 생각하면서 아픈 몸을 이끌고 사명감으로 버텨오던 직원들이 4차 유행이 본격화 되면서 누적된 피로도가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도 감염병관리과는 코로나19 대유행과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기존 보건정책과에서 분리된 신설된 부서다.
주요업무는 감염병을 비롯해 공공의료, 응급의료사업으로 개편됐다. 감염병관리 사업 뿐 만 아니라 생활방역사업까지 보건의료 전반적인 업무를 수행해야하는 광범위한 분장이다.
감염병 전담부서가 공공보건의료와 응급의료사업까지 맡는 것은 경북도가 유일하다.
가까운 대구시의 경우 생활치료는 총무과, 병상 관련 업무는 보건과로 분산시켰다. 감염병 관리과 본연의 업무만 충실히 하겠다는 취지다.
게다가 경북도 감염병관리과는 업무량에 비해 배정된 인력도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조직 개편 당시 감염병관리과 정원은 17명이었다. 경북도와 업무량 비슷한 경남 23명, 대전 22명에 비해 턱없이 낮은 정원이다.
여기에다 공석에 있는 감염대응 팀장(임기제 의무직 5급)과 교육, 병가 중인 직원을 제외하면 현재 14명이 고군분투 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부터 코로나19 백신접종 관련 업무를 맡으면서 업무량은 더욱 가중된 상황이다.
직원들이 주 6일 동안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근무해도 업무량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실제 최근 3개월간 1인 평균 초과근무가 월 135시간에 이르고 있어 사실상 일·가정 양립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격무에 시달리는 것은 간부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중대본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김진현 국장과 최은정 감염병관리 과장은 휴일도 없다.
심지어 김 국장은 사무실 탁자를 가리키며 “내 침대”라면서 허탈하게 웃는다.
직원 A씨는 "최근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중증환자 격리병상과 경증환자 치료를 위한 생활치료센터 병상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면서 ”특히 생활치료센터의 경우 환자들이 사용하는 이불, 베게 등 생활용품까지 챙겨야하기 때문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직원들이 몸이 여기저기 아파 개인휴가를 내려고 해도 옆에서 고생하는 동료를 생각하면 엄두도 못 낸다”면서 “그냥 힘들어도 참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직원들의 건강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직원 B씨는 3차 유행이 진행된 지난 1월 겨드랑에 물혹(염증)이 생겨 수술을 받았다.
지난 2월에는 직원 C씨와 D씨도 허리와 팔에 염증이 생겨 수술을 받은 후 회복할 시간도 없이 업무에 복귀했다.
또 다른 직원 E씨는 최근 다리에 세균바이러스가 감염돼 병원에 입원했다. 이밖에 다수의 직원들이 어지러움과 무기력감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직원들은 과중한 업무로 인해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여 면역체계가 무너진 것이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사명감만으로 버티기에는 한계에 다다른 셈이다.
김진현 보건건강국장은 “직원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걱정스럽다”면서 “현재 생활치료는 사회복지과로 이관시키고, 타부서 직원 2명을 지원하도록 조치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4차 대유행이 숙지게 되면 업무량을 크게 줄여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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