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믿음의 야구’는 도쿄에선 통하지 않았다

[올림픽] ‘믿음의 야구’는 도쿄에선 통하지 않았다

기사승인 2021-08-06 06:02:10
패배 후 아쉬워하는 선수단.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김경문 감독의 '믿음의 야구'는 도쿄에서 재현되지 않았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5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패자 준결승전에서 미국에게 2대 7로 완패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던 한국은 13년 만에 부활한 야구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겠다는 출사표를 던졌지만 무산됐다. 이제 한국은 오는 7일 오후 12시 도미니카 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을 치른다.

선발투수 이의리는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9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며 마운드를 지켰지만 타선의 침묵이 뼈아팠다. 특히 김 감독은 대회 내내 침묵하던 양의지를 빼고 이번 대회 타격감이 좋은 김현수를 4번에 배치했다. 하지만 김현수마저 4번 자리에 들어가자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여기에 강백호 등 최근 타격감 좋았던 선수들도 미국을 상대로 부진했다.

특히 6회에는 투수 5명이 등판했지만, 제대로 막아내는 이가 없었다. 최원준이 등판하자마자 볼넷을 허용하고 마운드를 내려갔고, 좌완 차우찬이 올라와 좌타자 에릭 필리아를 삼진으로 잡고 위기를 끄는 듯 했다. 하지만 선발 요원 원태인은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2피안타 1볼넷을 내주고 강판됐다.

이후 김 감독의 선택은 이번 올림픽에서 4경기 5.2이닝 동안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불펜 에이스 역할을 해주던 조상우였다. 하지만 지친 상태였던 조상우는 안타 2개를 내주며 무너졌고, 스코어는 1대 7이 되면서 패색이 짙었다.

이번 대회에서 야구 대표팀은 출범 때부터 금메달을 목표로 했지만, 대표팀 구성 자체가 금메달을 노리기엔 다소 역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과거 대표팀을 대표하던 에이스들이 이번 대회에 대거 불참하면서 로스터가 이전에 비해 약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논란도 있었다. 소집 직전 연달아 터진 NC 다이노스, 키움 히어로즈, 한화 이글스 선수들의 방역수칙 위반으로 급기야 KBO는 40년 역사상 처음으로 리그 중단을 결정했다. 방역 수칙을 위반하고 해당 술자리에 있었던 박민우(NC)와 한현희(키움)는 책임을 지고 태극마크를 자진 반납했다. 

하지만 대체 발탁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일각에서는 한화 이글스의 내야수 정은원과 불펜 투수 강재민을 뽑지 않은 것에 대해 의문부호를 달았다.

특히 강재민 미선발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선수 선발 당시 불펜전문 투수를 외면하고 선발투수들을 대거 발탁해 불펜으로 기용하며 어려움을 자초했다. 조상우가 대회 내내 잘 막아냈지만, 결국 중요한 순간 무너졌다.

타선의 부진도 아쉽다는 평이다. 예전 대표팀에는 이승엽(은퇴)이나 이대호(롯데)처럼 위기 상황 때마다 홈런포 한 방으로 분위기 반전을 해줬던 거포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해결사가 적었다. 이날 한국은 강백호(4타수 무안타)-김현수(4타수 무안타)-강민호(3타수 무안타) 등 믿었던 상위 타자들이 일제히 침묵했다. 

오히려 박해민, 오지환 등 리그에서 저평가를 받던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김 감독의 선수 기용도 크게 논란이 될 전망이다. 선발한 선수들을 고루 활용하지 못하고 특정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만 높이면서 결과도 좋지 않았고, 선수 교체 타이밍 등에 대해서도 팬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특히 지난 4일 일본과 경기에서 8회말 ‘믿음의 야구’로 인해 대표팀은 패배를 면치 못했다.

8회말 등판한 고우석이 1사 후 2루 땅볼 상황에서 고우석이 베이스를 밟지 못해 병살타로 연결하질 못했다. 이후 흔들린 고우석은 2사 1루 무라카미 무네타카 타석에서 폭투까지 범했다. 한국 벤치는 무라카미에게 고의사구를 선택해 1루를 채웠다. 그런데 고우석은 카이 타쿠야마저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그런데 한국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고우석은 야마다 테츠토에게 싹쓸이 2루타를 허용하고 김진욱과 교체됐다. 결과적으로 한 박자 느린 투수 교체가 패인이었다. 당시 김 감독은 “오늘 이기면 결승에 직행하지만, 내일(패자 준결승) 경기도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고우석이 이닝을 마무리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었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김 감독의 ‘믿음의 야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뚝심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끝내 믿음은 통하지 않았다. 아직 동메달 결정전이 남아 있다. 2연속 금메달 도전이 좌절된 것은 안타깝지만 동메달 결정전에서 명예회복에 나선다.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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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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