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발언, 일정부분 공감"…52시간제, 개선이 필요해 [게임업계 노동현황②]

"尹 발언, 일정부분 공감"…52시간제, 개선이 필요해 [게임업계 노동현황②]

기사승인 2021-08-07 07:27:01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 소규모 게임사에서 근무하는 개발자 A씨는 최근 고민이 생겼다. 회사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7월 초부터 재택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사무실 근무에 비하면 재택근무는 효율이 떨어져 차기작 출시 일정도 계속해서 연기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부터 A씨의 회사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됐다. 안 그래도 차질이 생긴 일정에, 업무시간 제한까지 생기면 게임 개발이 더욱 늦춰지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 

앞서 쿠키뉴스는 “尹 발언에 화들짝 120시간 노동, 사람 잡아요” 기사를 통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의 '120시간 발언'에 대한 게임 업계 관계자의 반응과,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게임업계의 노동현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확인했다. 대형·중견 게임사의 경우 대체적으로 주52시간 근무제 적용 이후 이전보다 업무 환경이 개선됐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 게임사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올해 초부터 30인 이상 299인 이하의 사업장도 주52시간 근무제의 대상이 됐는데, 대형 게임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중소 게임사의 경우 업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1일부터 5인 이상의 사업장에 일괄적으로 주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됐다. 다만 내년 12월 31일까지 5인 이하 30인 미만의 사업장의 경우 한시적으로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유예기간이 주어졌다. 현행 규정상으로는 하루 8시간씩 총 40시간, 여기에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해서 최대 5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다. 하지만 연장근로가 허용될 경우 사용자(사업주)가 근로자 대표와 서면으로 합의해 한 주에 8시간을 더해 최장 60시간을 근무할 수 있다.

정리하면 5~29인의 사업장은 내년 말까지 노사합의 하에 최장 60시간 근무가 가능하다. 30인 이상의 사업장은 지난달부터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됐다.

사진=현정부의 주52시간 근무제를 비판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공동취재사진

취재결과 중소 게임사 종사자들은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다만 이들 가운데 대다수는 "현행 제도의 미흡점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상황과 업체별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채로 일괄적으로 정책이 적용되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쓴소리를 전한 관계자도 있었다.

5인 미만의 멤버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1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한 인디게임사의 A 대표는 "우리 회사의 경우 모든 직원들이 어느정도 오너십을 가지고 일하는 편"이라며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면 직원들이 데드라인까지 스스로 추가근무를 하고, 이후에 휴가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타사 직원들에게 이러한 잣대를 적용하기에는 분명 어려움이 있다"며 "52시간제를 도입한 회사는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헀다.

지방에서 인디 게임사를 운영하고 있는 B 대표는 "윤 후보에게 어려움을 토로한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는 간다"며 "하다 못해 중견 게임사는 최소한 직원들의 업무분담이 가능하지만, 우리와 같은 소규모 회사는 프로그래머가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기획자가 QA(게임이 일정 수준의 품질이 되도록 검수하는 것)를 겸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사람에게 가중된 업무가 여러 개인데, 업무 시간 한계가 생기면 어려움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40여명 규모의 게임사에 재직중인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 개발을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대형 게임사의 경우 개발자들이 로테이션을 돌 수도 있지만, 우리같은 소규모 회사에서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인력을 충원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생각처럼 쉬운 상황은 아니다"며 "특히 연초 대형 게임사를 중심으로 연봉인상 바람이 불면서, 개발자들의 몸값도 뛰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전까지 게임업계에 과도한 크런치모드(게임 개발 막바지에 밤을 새우며 작업하는 상황) 등 여러가지 좋지 않은 관행이 있던 것은 분명히 반성해야 한다"면서도 "회사의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다소 일괄적으로 주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30인 미만의 사업장을 대상으로는 연장근로가 허용되는 유예 기간이 적용되지만, 30~40인 정도의 업체는 다소 애매한 선에 걸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중소 게임사 운영팀에서 근무하는 업계 관계자는 "사실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으로 대표되는 대형 게임사도 52시간 근무제를 초반에는 버거워했다"며 "문제는 중소 게임사는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회사 자체가 존망 기로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52시간 근무제가 자리 잡아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소한 올해까지는 유예기간이 주어졌으면 한다"며 "정부도 업체의 규모를 고려해서 대응 방안을 내놓길 바란다"고 말을 아꼈다.

사진=고용노동부 제공

정부는 게임사를 비롯한 IT업계 전반의 고충을 듣고, 개선점을 찾아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9일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서울 당산에 위치한 정보보안 전문기업 에스에스앤씨(SSNC)를 방문해 스타트업 및 IT업계 주52시간제 적용에 대한 애로사항을 들었다.

임 장관은 당시 “업계에서 주 52시간 제한을 맞춘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알고 있다”면서도 “업무 때문에 자기계발이나 가정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일과 가정의 밸런스를 만들어 나가는 방향성 자체는 맞는만큼, 어떻게 하면 주 52시간 근무를 잘 지키면서 기업이 경쟁력을 잃지 않을 수 있을지 의견을 듣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52시간 근무제 보완을 위한 대안으로 유연근로제의 일종인 탄력근로제와 선택적 시간근로제를 제시했다. 탄력근로제는 주 단위로 평균을 내서 52시간의 업무시간을 맞추는 제도다. 예를 들어 2주 단위를 기준으로 한다면 첫째 주는 60시간, 둘째 주는 44시간을 일하는 식이다. 이를 3개월·6개월로 범위를 넓힐 수도 있는데, 근로자 대표와의 사측의 서면합의가 필요하고 어느 주든 최대 근로시간은 64시간으로 제한된다.

선택적 시간근로제는 3개월 이내의 기간을 설정한 뒤, 전체 근로시간을 정하고 이걸 기반으로 시간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하루 근로시간 제한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대략 한 달을 기준으로 228시간을 일하도록 정한다. 게임 출시나 대형 업데이트를 앞두고 크런치 모드가 불가피한 게임업계에서 받아들이기 적합한 제도인 셈이다.

이밖에도 재해·재난, 시설·장비 고장, 업무량 급증, R&D 등의 사유에 해당할 경우 특별연장근무제를 활용할 수 있다. 이 제도를 적용하면 최장 3개월 동안 주52시간 넘는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다만 제도 적용을 위해서는 근로자의 동의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가 필요하다.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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