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최근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사내 성폭력과 성차별 방치 행위 등 성추문 스캔들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여러 가지 악재로 신작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는 가운데 블리자드가 내세운 핵심 IP(지식재산권) '디아블로' 시리즈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나마 '다아블로2: 레저렉션(디아블로2)'은 예정대로 출시될 것으로 보이지만, '디아블로 이모탈'과 '디아블로4'는 발매 시기가 다소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음달 24일 출시가 예정된 '다아블로2'의 경우 개발이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내부에서는 스캔들로 인해 막판 정상적인 마케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블리자드는 계획대로 출시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블리자드는 지난 14일부터 '디아블로2' 오픈 베타 사전 체험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대다수의 이용자들은 한층 발전된 그래픽과 방대한 한글화 패치와 관련해 큰 호평을 보냈다. 다만 원작을 즐겼던 이용자 사이에서는 영문명을 직역해서 어색함이 생겼다는 푸념도 나온다. 베타 테스트 과정에서 이러한 피드백이 여러 차례 나온 만큼, 정식 출시에는 변경점이 생길지 주목된다.
모바일 부문에서 블리자드의 신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 받던 '디아블로 이모탈'은 결국 출시가 미뤄졌다. 블리자드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디아블로 이모탈 비공개 알파 테스트에 참여했던 플레이어들의 피드백에 따라 게임의 핵심 콘텐츠와 게임 종반 콘텐츠를 다듬는 중이며, 게임 플레이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변화가 처음 발표했던 2021년 내에 구현되기 힘들기 때문에 목표 출시일을 2022년 상반기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앞서 블리자드는 디아블로 이모탈의 비공개 알파 테스트가 성황리 마무리됐다고 밝힌 바 있다. 블리자드 성추문 스캔들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업계 내에서는 연말에는 게임이 출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일련의 사태로 블리자드 직원 300명이 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디아블로 이모탈이 당장 출시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급변한 중국 게임시장의 분위기도 디아블로 이모탈의 연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디아블로 이모탈은 중국 기업인 넷이즈와 협업해 개발한 게임으로 중국 시장을 직접 겨냥한 작품이다. 블리자드는 지난 2019년 상반기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매출의 12%(4700억원)을 거둬들였는데, 이 가운데 대부분이 중국 매출인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를 전방위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블리자드가 디아블로 이모탈의 출시 연기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디아블로4의 경우 사실상 개발 자체가 멈췄다는 예측이 나온다. 북미웹진 코타쿠에 따르면 지난 11일 루이스 바리가 디아블로4 게임 디렉터는 블리자드를 퇴사했다. 루이스 바리가는 15년 이상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서 근무한 베테랑 개발자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 수석 게임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디아블로3와 디아블로4에 관여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바리가의 퇴사 사유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최근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서 발생한 직장 내 성희롱, 성차별 이슈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오픈월드로 개발된 디아블로4의 스토리는 대악마 '메피스토'의 딸인 '릴리트'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지난해 블리즈컨 당시 공개된 공식 시네마틱 영상 '세 명이 오리라'에는 이같은 내용이 담겨 있는데, 많은 이용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후 블리자드는 올해 블리즈컨을 통해 새로운 직업군인 '로그'의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일 블리자드는 2분기 실적을 공개하면서 디아블로4와 '오버워치2'가 순조롭게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다니엘 알레그레 COO(최고 운영 책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디아블로4가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라며 "개발이 잘 진행되고 있으며, 개발팀은 수년간 흥미로운 콘텐츠를 만드는데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메인 디렉터가 퇴사하고, 담당 개발자의 상당수가 파업을 하고 있기에 다시 개발이 정상궤도로 오르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도 여전히 나온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보통 메인 디렉터 자리가 공석이 되면 프로젝트가 엎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디아블로4가 엎어지지는 않겠지만,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봤을 때 최소한 1년 이상은 개발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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