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은빈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를 내정하자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이 지사가 ‘보은 인사’를 했다며 내정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이 지사가 임명을 강행할 경우 ‘정치적 리스크’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기도에 따르면 이 지사는 지난 13일 황씨를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내정했다. 이후 황씨가 과거 이 지사의 ‘형수 욕설’ 논란에 대해 “이재명을 이해하자”며 두둔했던 발언이 조명되며 파장이 일었다. 이와 함께 이 지사와 황씨가 중앙대학교 동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를 두고 공정치 못한 인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이 지사를 향해 “내정을 철회하라”며 압박하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 대다수는 이번 내정을 보은 차원의 밀실인사라고 생각한다. 이 지사의 인사과정이 투명하지도 정의롭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고집 피울 일이 아니다.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을 철회하라”고 말했다.
그는 17일 채널A 주관 민주당 경선 TV토론에서도 “이 지사가 2017년 2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한 자리씩 주면 잘못될 경우 최순실(최서원) 된다’고 했다. 이번에 황씨 내정에 ‘보은성 인사’, ‘지사 찬스’라는 비아냥이 있다. 지금이라도 내정 철회가 맞는 것 아닌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 역시 이날 “이번 인사 논란은 반칙이고 불공정”이라며 “이 지사가 지사직을 선거에 이용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황씨의 전문성을 의심하는 수위 높은 비난도 나왔다. 이낙연 캠프 측 신경민 상임부위원장은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황씨가) 일본 음식에 대해서 굉장히 높이 평가를 하고 한국 음식은 아류라는 식의 멘트를 많이 했다. 일본 도쿄나 오사카 관광공사에 맞는 분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비꼬았다.
이 지사 캠프 측은 황씨 내정에 관해 채용 절차의 공정성은 물론 전문성에도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이 지사는 17일 “보은인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분이 저한테 은혜를 준 것도 없다”며 “음식 문화에 대해 훌륭한 전문성을 가진 분”이라고 일축했다.
해당 논란이 ‘정치적 공격’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이 지사는 “저는 철저히 저와 가깝냐 안 가깝냐가 아니라, 능력이 있냐 없냐로 (인사를) 결정해왔다. 멀쩡한 인사를 보은 인사로 공격하는 경우도 봤다”고 맞받았다.
그러나 당사자인 황씨가 직접 반격에 나서며 논란이 더욱 커졌다. 황씨는 정치권의 사퇴 요구에 응답할 의사가 없다며 날을 세웠다. 그는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자는 제가 제 능력으로 확보를 한 권리다. 정치인 당신들이 파시스트가 아니라면 시민의 권리를 함부로 박탈하라고 말하지 말길 바란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또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황씨에게 ‘친일 프레임’을 씌운 것에 대해 분통을 터트렸다. 황씨는 “어제 종일 이 전 대표의 친일 프레임 때문에 크게 화가 나 있었다. 저를 죽이자고 덤비는 이 전 대표의 공격에 저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오늘부터 청문회 바로 전까지 저는 오로지 이 전 대표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데에 집중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이 지사의 태도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낙연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설훈 민주당 의원은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황씨의 이러한 처신은 보은인사 논란만 더욱 커지게 할 것”이라며 “보은 인사, 불공정 인사 논란이 불거진 황씨 내정을 고수하는 것이 이재명식 공정인가”라고 쏘아붙였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황씨가 이런 문제들을 발생시키고 있는데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임명을 강행한다면 결국 이 모든 논란과 갈등이 이재명 후보의 책임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철회 요구가 거세지자 이 지사도 고심에 빠진 모습이다. 이 지사는 일단 경기도의회 인사청문회에 책임을 돌렸다. 오는 30일에 열리는 황씨 인사청문회에서 도의회가 제출한 결과보고서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인사청문보고서 결과와 관계없이 최종 결정은 이 지사가 맡는다.
이 지사 캠프 측 김우영 정무특보는 18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경기도의회가) 문제가 있으면 문제점을 찾아서 지적할 거고 그 지적이 합리적이라면 당연히 행정 단위에서는 수용을 하는 것이 관례고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가 황씨 임명을 강행한다면 ‘조국 사태’와 맞먹는 공정 논란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승용 정치평론가는 16일 KBS 인터뷰에서 “공정은 우리 사회에서 조국 사태를 만들었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다. 황씨 내정의 경우 조국 사태와 유사한 측면에서 공정 문제를 불러낼 수 있는 휘발성이 매우 큰 이슈”라며 “이 지사의 인사 스타일이라든지 정치적인 상징 자산을 까먹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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