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부작과 주 2회 편성, 60분 방송으로 고정됐던 드라마 공식은 옛말이 됐다. 시청자들은 이제 본방송에 구애받지 않는다. OTT 등 드라마를 즐길 플랫폼이 다양화되며 원하는 시간대에 콘텐츠를 골라 본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2020년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OTT서비스 이용률은 2017년 36.1%에서 2020년 66.3%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드라마 성공을 가늠하던 시청률의 파이도 줄었다. 시청률 공약으로 20~30%를 내걸던 과거와 달리, 이젠 10%가 꿈의 시청률이 된 시대다.
시청 형태가 변화하며 편성 전략도 달라졌다. tvN이 지난 2013년 ‘응답하라 1994’를 금토극 편성해 큰 성공을 거둔 걸 시작으로 tvN ‘도깨비’, JTBC ‘SKY캐슬’, SBS ‘열혈사제’ 등 다수 작품이 금, 토요일에 시청자와 만났다. 현재 tvN과 JTBC는 금토극을 폐지했으나, MBC와 SBS는 다음달 각각 ‘검은 태양’과 ‘원 더 우먼’으로 금토극 명맥을 잇는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와 SBS ‘라켓소년단’·‘펜트하우스 3’, JTBC ‘알고 있지만’ 등 주 1회 편성 드라마도 늘어나고 있다. SBS 새 드라마 ‘홍천기’는 TV 방영 시간에 맞춰 OTT에서도 본편을 공개키로 했다. 방송 회차는 기존 16부작에서 4~12부작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으며, 짧은 분량의 숏 폼 드라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부작용도 있다. 최근 2020 도쿄 올림픽 중계로 인해 ‘라켓소년단’과 ‘펜트하우스 3’ 등 주 1회 드라마가 결방돼 시청자 불만이 속출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2’도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 예선 중계로 다음달 결방을 예고해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주 2회 편성작 결방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반발이 크다. 시청 흐름이 깨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작 현장에선 이 같은 변화를 반기는 모양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정착되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제작 속도가 더뎌진 상황에서, 주 1회 편성은 주 2회보다 후반 작업 시간이 확보된다는 강점이 있다. 최근 8부작 드라마를 마친 한 배우는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너무 짧게 느껴졌지만, 후반 작업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줘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새로운 시도에 대해 다양한 반응이 잇따른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인 만큼 환경에 따라 콘텐츠도 변화를 거듭해왔다”면서 “숏 폼, 주 1회 편성 등이 자리 잡을수록 스토리 집약적인 콘텐츠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결국은 변화를 얼마나 잘 받아들이냐의 문제”라면서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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