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신민경 인턴기자 =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용과 관련해 정치권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난민에 대한 대한민국의 역할론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난민 수용의 모든 부담을 아프간 주변 국가의 몫으로 떠넘기는 대신 국제적 차원의 연대와 협력이라는 방향에서 우리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대한민국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일부라도 대한민국이 받아들이는 조치를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역시 지난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인류는 서로에 대한 책임으로 연결돼 있다”며 “생존을 위해 대한민국을 찾아오는 아프간 난민이 있다면 우리는 두 팔 벌려 그들을 환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거대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원론적인 답을 제시하되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언제 뒤집힐지 모르는 대선정국에 여론을 의식한 듯한 모양이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2일 박용진 예비후보와 아프가니스탄 난민 문제를 논의했다. 송 대표는 “대한민국 정부가 맡아서 했던 아프간 병원, 학교 건설 프로젝트 엔지니어 등 한국 정부에 협력한 아프간인이 400명이 된다”며 “그들을 무사히 대한민국으로 데려오는 작업이 필요하다. 선진국이 된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박 후보도 “우리가 좀 더 난민 문제와 관련해 열린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동조했다.
다만 송 대표는 한국 정부에 협력한 인물 외 난민 수용에는 사실상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이 검토 중인 아프간 난민 한국 수용에 “전혀 논의된 바 없고 과연 적절한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난민 문제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중립을 지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재명 예비후보는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에 대한 연대의 마음을 전한다”며 “난민 문제가 국제적인 숙제가 되고 있다. 국제 관계 속에서 펼쳐지는 외교적 노력과 국경을 넘은 시민사회의 행동이 크고 튼튼한 울타리를 만들어 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낙연 예비후보도 비슷한 입장을 냈다. 이 후보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인류애에 기반한 국제적 연대가 필요하다. 우리 정부에서도 면밀히 검토해 외교적 협력에 나서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일시적 수용만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한미동맹을 고려해 미국과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 인도적인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미군) 기지 내 일시적 수용이 아닌 국내 체류 지위 부여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거대양당이 난민 인권을 고려한 원론적인 대답을 내놓을 뿐 직접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는 모양새다. 한국의 역할론이라는 명목으로 난민 수용에 앞장서기에는 아직 국민 정서가 불안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난민인권센터가 지난 3월 발표한 ‘국내 난민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대한민국 난민 인정률은 0.4%에 그쳤다. 같은 시기 유럽망명지원사무소(EASO)가 공개한 유럽연합의 평균 난민 인정률 32%로 한국의 80배였다. 또 유엔 난민기구가 발표한 ‘2000~2017년 OECD 37개 회원국 평균 난민 인정률’에 따르면 한국의 인정률은 3.5%로 37개국 중 35위로 최하위권에 속했다. 한국의 국제적인 지위에 맞게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다만 전문가는 한국의 낮은 난민 수용률과 관련해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정서 탓으로 돌렸다. 이제는 한국이 국제 사회의 선도 국가로서 인권 수호에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범래 미얀마 민주주의 네트워크 대표는 “단일민족 교육 영향과 이슬람에 대한 거부감 등 국민 정서 때문에 난민 수용이 어렵다. 정치권도 국민 정서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아마 본격적인 난민 수용은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난민 수용 반대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는 것 같다”며 “특히 20대 보수화가 심한 상황에서 지금 같은 정서가 유지된다면 난민 수용률은 발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정치적 박해를 피해 나온 사람들을 받아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난민의 인권 수호와 더불어 국익을 위해 국민 정서를 먼저 다독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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