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로 서민 등 떠미는 정부...은행대출 막고 대부업 지원

고금리로 서민 등 떠미는 정부...은행대출 막고 대부업 지원

기사승인 2021-09-03 06:00:10
[쿠키뉴스] 손희정 기자 =#최근 전셋값이 오른 A(35)씨는 8000만원을 대출받기 위해 은행에 방문했다. 은행은 A씨의 연봉인 3800만원 한도 내에서 대출을 해주겠다고 답했다. 모자란 금액을 대출받기위해 저축은행을 찾았지만 은행대출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계약 날이 얼마 남지 않은 A씨는 결국 고금리를 무릅쓰고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렸다. A씨가 돈을 빌린 대부업체는 우수 대부업체로 선정돼 은행에서 싸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정부가 대부업이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취약계층 등 저신용자가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은행 신용대출을 막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을 고금리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출규제로 제도권 금융 밖으로 떠밀린 소비자가 은행이 자금을 대는 대부업의 고금리 상품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30일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 리드코프 등 21개 대부업체를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자로 선정했다. 이들은 낮은 금리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게 된다. 현재 대부업체는 저축은행, 캐피털 등 연 5~7%에 돈을 빌려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게 되면 연 2~3%로 이자 부담이 절반가량 줄어든다.

금융위 측은 “법정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인하되면서 수익이 악화된 대부업체에게 보다 저렴하게 자금이 조달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은행에 소비자 대출을 축소시킨 반면 대부업 대출은 허용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1‧2금융권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당장 돈이 필요한 소비자들은 대부업으로 밀리게 되는데 은행에서 싸게 대출 받을 수 있는 걸 대부업에서 비싸게 받게 되는 것”이라면서 “결국 대부업 배만 불리는 꼴이다. 대부업에 수수료를 받는 은행도 손해를 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업에서 자금 조달 부담을 줄인 만큼 대출총량을 늘리거나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금융권 또다른 관계자는 “더 많은 저신용자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대출총량을 늘려야한다”면서 “원래 100만원 밖에 대출이 안됐다면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해 150만원을 내보낼 수 있도록 하면 저신용자에게 긍정적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도 “지금보다는 조달 금리가 3%가 낮아졌으면 대출금리를 2%라도 떨어뜨려야 한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 대부업체에 돈을 빌려줄 때 10%대 신용대출 채권만 담보로 잡겠다는 식으로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업계와 정부는 대부업의 대출금리를 내리는 것에 관해 난색을 표했다. 한국대부금융협회 서보국 팀장은 “대출금리를 내리는 건 어렵다. 은행에서의 자금 조달을 허용한 건 손해를 보존하기 위해서다. 대출금리를 낮추라고 하면 영업을 안 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감독원 여신금융검사국 최재식 팀장은 “대부업체들이 저신용자 대출을 축소하다보니 최소한 물량이라도 공급하라는 의미에서 은행의 자금 조달을 허용한 것”이라면서 “저신용자한테는 금리보다 대출을 줄이는 게 더 큰 문제다. 대부업의 금리를 낮추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sonhj1220@kukinews.com
손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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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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