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랙핑크는 데뷔 전 연습실에서 보낸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지난해 10월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감독 캐롤리안 서)는 블랙핑크가 누구인지, 그들이 어떻게 성공했고,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설명하는 요약본이자 ‘입덕’ 소개서 같은 다큐멘터리다. 멤버들의 어린 시절과 성장 과정부터 회사에서 보낸 연습생 생활을 다루며 그들이 누구인지 보여준다. 2016년 데뷔 이후 2주 만에 1위에 오르고, 몇 년 후 월드 투어를 하며 미국 코첼라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는 등 이젠 세계에서 주목받는 그룹이 된 과정을 보여준다.

YG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로 블랙핑크의 전곡을 만든 테디는 다큐멘터리에서 블랙핑크의 성공 요인으로 문화적 다양성을 언급한다. 출생지와 살아온 국가가 다른 멤버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어우러졌다는 설명이다. 감독은 다른 것에 주목한다. 무엇이 블랙핑크 멤버들을 YG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이 되게 했는지, 오랜 기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그 시간이 지금의 활동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에 대한 답을 담았다. 한국의 아이돌 연습생 시스템을 다양한 각도로 조명하며 “그 시간이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덕분에 지금처럼 활동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블랙핑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하는 듯 보인다.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는 이를 모두 긍정하는 동시에, 정말 이전과 달라진 게 맞는지 되묻는다. 블랙핑크는 여전히 프로듀서가 쓴 곡을 그들의 기준에 맞게 작업실에서 노래한다. 자신들의 음악 세계를 펼치긴 아직 조심스러운 눈치다. 오랜 시간 월드 투어를 다니며 개인 시간 없이 공연장과 숙소, 비행기를 오간다. 컨디션이 어떻든 매번 무대에 오를 때마다 그들을 보기 위해 공연장에 모인 각국 팬들에게 최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낀다. 몸이 아프고, 혼란스러워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카메라는 조용히 담는다.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외국인 이용자보다 한국인 이용자에게 더 많이 노출하면 좋을 다큐멘터리다. 외국인들에겐 ‘오징어 게임’ 바로 옆에 붙여서 추천해도 좋겠다. 다음에 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는 ‘레인코트 킬러: 유영철을 추격하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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