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고 스피치 대회"…'집단감염' 어린이집·학부모 공방

"마스크 벗고 스피치 대회"…'집단감염' 어린이집·학부모 공방

학부모 측 "확진 20여일 지나서야 사과 전화"
어린이집 측 "추측성 내용…원아들만 피해"

기사승인 2021-11-04 16:06:52
3일 서울 중구 서울역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임형택 기자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경기도 안양의 한 어린이집 교사, 원아와 그 가족 등 28명이 지난달 초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됐던 가운데 그 원인과 대응을 두고 어린이집과 학부모 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학부모 측은 어린이집에서 행사를 진행하면서 원아들의 마스크를 벗기는 일이 있었으며 관계자들의 확진 이후에도 학부모들에게 뒤늦게 알리는 등 늑장 대응을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어린이집 측은 방역수칙 위반은 맞지만 늑장 대응을 하거나 숨긴 적이 없다고 맞선다.

해당 어린이집 관계자의 확진사실이 알려진 건 지난 10월5일이다. 교사 1명이 확진된 이후 가족관계인 원장 및 이사장과 원아, 가족 등이 추가 감염(누적 28명)됐다. 확진됐던 이들 중 일부는 아직 격리 중이다. 

피해 학부모들과 어린이집 측을 통해 들은 내용을 시간대별로 정리해보면 첫 확진 사실이 알려진 10월5일의 나흘 전인 9월30일 해당 어린이집에서 영어 스피치 대회가 있었다. 5~7세까지 반별로 20분간 진행했다. 

개천절이 껴있던 주말인 10월 2, 3일이 지나고 대체공휴일이었던 4일 교사(첫 확진자)는 코로나19 선제검사를 받았다. 다음날인 5일 오전 학부모들은 어린이집으로부터 등하원 셔틀차량이 고장나 직접 등원을 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같은 날 해당 교사와 평소 차량을 운행했던 이사장이 확진됐고 원장은 미결정자로 판명돼 재검사를 받았다. 

이날 오후 1시30분. 어린이집은 공지사항을 통해 학부모들에게 교사 확진 사실이 알렸고 선제검사 할 것을 요청했다. 6일 확진 판정을 받은 원장은 사과문을 게시했다. 원장 측에 따르면 해당 원은 11월1일부터 정상화됐다. 

먼저 피해 학부모들은 어린이집이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집단 감염이 발생했으며, 원의 늑장대응이 사태를 더 키웠다고 주장한다. 사과 역시 진정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학부모 A씨는 쿠키뉴스에 "아이들이 스피치 대회를 할 때 앞에 나가서 마스크를 완전히 벗은 상태로 발표를 했다"며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 단체 사진을 찍은 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은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2564명을 기록했다. 추석 이후 연일 거센 확산세를 보이고 있을때 단체 생활을 하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의 마스크를 씌우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실제 마스크를 쓰지 않고 2~3명이 모여 발표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보건복지부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유행대비 어린이집용 대응 지침 Ⅷ-3판'에 따르면 어린이집 원아들의 마스크 착용은 권고사항이다. 교직원은 마스크 착용이 의무다. 그러나 당시 수도권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실내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사항이었다.  

피해 학부모들은 교사와 이사장의 첫 확진 사실이 알려진 날 '셔틀차량이 고장났다'는 원 측의 주장이 차량 운행을 지원하는 이사장의 확진 사실을 숨기기 위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보통 전날 검사 후 다음날 오전이면 검사 결과가 나오는 만큼, 아이들이 이미 전부 등원한 이후인 오후가 돼서야 교사의 확진 사실을 학부모들에게 공지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어린이집에서 확진된 교사 등 관계자들이 백신 미접종자라는 사실도 부모들의 공분을 샀다. 한 학부모는 지난 1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관련 내용의 글을 올리고 "원장은 방역 수칙을 잘 지키고 있고 선생님들도 백신 접종을 다했으니 걱정말고 아이들을 등원시키라고 수차례 말을 했다"며 "선생들을 방패로 해 마치 맞지도 않은 백신을 맞은 듯 여론을 호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인의) 백신 거부에 대해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백신을 거부함으로써 야기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어린이집에 계속 보낼 것인지, 다른 대안을 찾아 어린이집을 떠날 것인지를 투명한 백신 접종 여부 공개로 학부모들이 선택할 수 있게 만들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학부모들은 어린이집 측에 차량 수리를 확인할 수 있는 내역과 백신 미접종으로 인한 교직원 필수 선제검사 내역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해당 어린이집 학부모가 커뮤니티에 올린 글 일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 캡처
반면 어린이집 측은 원을 둘러싼 의혹에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어린이집 원장은 B씨는 '이미 퇴소한 학부모들의 주장'이라면서 "(시·도에서) 폐쇄회로(CC)TV를 다 확인했고, 감사도 받았다. 방역법 위반이 된 건 맞다. 그에 대한 처벌을 지금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역학조사에서 산발적인 전파가 계속되고 있어 어린이집이 집단감염의 발원지가 아닐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일부 학부모들은) 보상을 말씀하시는데 발원지가 어린이집이라면 보상을 하는 게 맞을 수도 있다. 다만 역학팀도 모르는 보상을, 제가 확인도 안된 사실을 가지고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영어 스피치 대회에서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이미 시에서 다 조사했다"고 말을 아꼈다.

또 백신 미접종과 관련해서는 "(백신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도의적인 부분에서 맞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개인마다 건강상의 이유가 다르다. 12월말까지 맞으라고 한 것이라서 건강상의 이유로 보류하고 있었지 숨긴 적 없다"고 말했다. 

확진 공지가 늦은 것과 관련해선 "이사장이 9월28일 선제검사를 했는데 음성이 나왔다. 증상도 없었고 10월4일 (대체공휴일로) 쉬는 날이라서 또 선제검사를 받은 것"고 설명했다. 보육시설 근무자는 월 1회 선제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어 "역학 조사팀에서 5일 오전 이사장에게 전화가 왔다. 4일(검사일) 기준으로 3일 전까지만 역학 조사를 한다고"라며 "저는 당시 확진자가 아니었고 (이날 뒤늦게) 재검을 해야 한다고 연락 받았다. 역학 조사팀이 3일만 조사하는데 연휴였긴 하지만 보육기관인 만큼 아이들도 검사해보라는 안내를 하는게 좋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B씨는 오히려 일부 학부모들이 신문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민원을 올려 어린이집과 현재 등원 중인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B씨는 "(학부모들이) 화나고 속상할 수 있다. 아이들 검사받게 하고, 2주 격리되고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내면서 "그래서 '정말 죄송하다' '미흡한 대처를 했다' 사죄글을 몇 번 올렸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고 맞선다. 

A씨는 "아이가 10월초 (확진으로) 시설에 입소했다. 그로부터 퇴원하고 집에 돌아와서까지 쭉 (원장님) 연락이 없으시다가 학부모들에게 10월26일에야 전화를 주셨다"라며 "그런데 알고보니 다음날인 27일이 학부모들과의 화상 회의가 있는 날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화상 회의를 할 때도 (원장님이) 눈물을 흘리며 지금까지 쌓아올린 30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다고 하더라. 명성이 중요한 게 아닌데"라며 "아이를 원에 보내면서 불만을 가진 적 없을 정도로 잘 운영하셨다. 뭘 원하는 것도 아니고 진실을 밝히고 사과다운 사과를 받고 싶었다. 아이를 원에 보내는 부모 입장에서 저희같은 사람들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안양시에 따르면 해당 원은 방역수칙 위반으로 처분을 앞두고 있다. 

안양시 관계자는 "집단감염 당시 거리두기 4단계로 어린이집도 실내에선 마스크가 의무사항이었다"라며 "어린이는 14세 미만으로 처분을 내릴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어린이집이 관리의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방역수칙을 위반한 시설 관리 운영자에게는 1차 위반시 1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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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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