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놀이터 가면 도둑?…"내 애도 당할 수 있다" 맘카페 분노

남의 놀이터 가면 도둑?…"내 애도 당할 수 있다" 맘카페 분노

놀이터 놀던 초등학생들 경찰에 신고한 입주자대표
청원인 "기물파손 정황 없어"

기사승인 2021-11-10 14:38:35
MBC뉴스 방송화면 캡처

인천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이 단지 내 놀이터에서 놀던 다른 지역 아이들을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알려지자 엄마들이 주로 활동하는 맘카페 상당수에선 분노 섞인 반응이 터져 나오고 있다. 

10일 유명 맘카페와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남의 놀이터에 가면 도둑이냐"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지 않는 아이들이 단지 내 놀이터에서 놀았다는 이유만으로 '도둑'으로 몰리고 경찰에 신고를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산 것.

해당 내용은 4일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알려졌다. 청원인은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인 A씨가 단지 내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5명을 아파트 관리실에 잡아뒀다고 했다. 

청원인은 "아이가 집에 오지 않아 걱정하고 있는데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며 "폐쇄회로(CC)TV를 봐도 기물파손 정황은 없었지만 '다른 지역 어린이는 우리 아파트에서 놀 수 없다'는 게 A씨의 논리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아이의 글을 보면 "쥐탈 놀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할아버지(A씨)가 와서 우리에게 '어디 사냐'고 물었다. 나는 'XX산다' 했더니 'XX 사는데 남의 놀이터 오면 도둑인 거 몰라?'라고 했다"고 적혔다. 

아이는 또 "(따라)가기 싫다고 모두 외쳤는데 할아버지가 '이 X XX,  저 X들 커서 아주 나쁜 큰 도둑X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엄마와 형이 오자 '자식 교육 똑바로 시켜라'고 했다. 할아버지가 핸드폰을 놀이터에 두고 따라오라고 해서 엄마한테 전화도 못했다"고 했다. 

이후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 임시회의에서 단지 내 놀이터를 외부 어린이가 이용할 경우 경찰에 신고한다는 내용의 '어린이 놀이시설 외부인 통제' 건이 의결됐다가 입주민들의 반대로 삭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확산된 이후 A씨는 MBC를 통해 아이들과 부모에게 전혀 사과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오히려 외부 어린이들이 단지 내 놀이터에서 논 것은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엄마들은 분노했다. 다른 아파트에 거주민이 아닌 다른 지역 아이가 놀러오는 게 싫을 순 있어도 보호자가 곁에 없는 상태에서 아이들을 가두고 경찰을 불러 공포감을 준 A씨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엄마는 "우리 아이가 친구네 집을 놀러가거나 친척집에 놀러갔다가 이런 일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파트도) 관리비가 들어가겠지만 어른들 문제는 어른들끼리 풀어야지 이건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아파트 단지가 여럿 붙어있고 놀이터가 여럿이면 아이들은 몇 시간씩 놀이터마다 돌아다니며 노는게 보통"이라며 "그냥 아이들이 싫은 것 아닌가"라고 했다.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엄마들의 의견도 많았다. 한 엄마는 "놀이터가 없는 주택가에서 살 때 아이가 아파트 놀이터에 갔다가 경비원에 쫓겨나 상처 받은 것 보고 열 받아서 그 아파트 사서 들어갔다. 사람 일 모른다. 그 아이들도 언젠가 입주민으로 만날 수 있는 한동네 주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엄마도 "저희 아이들도 옆 아파트 놀이터에 갔다가 '여기 안 살면 나가라'는 말에 상처받고 온 적 있다"며 "아이들이 (놀다 보면) 다른 아파트가서 놀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외에도 "코로나 때문에 동네 놀이터들 밖에 못가는데 이제 그것도 못하겠다" "타주민이 아파트 시설 이용하는 게 싫으면 경고를 하든 안내를 붙이든 했어야 한다" "아동학대가 더 큰 죄" "배려를 못 받은 아이들이 자라서 어떻게 배려를 할까" "놀이터를 망가뜨린 것도 아닌데 너무했다" "겁먹고 상처받았을 아이들이 걱정" 등 반응을 보였다. 

네이버 인터넷 카페 캡처

이번 논란으로 A씨는 물론 해당 아파트를 향한 관심과 비난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정보제공 앱을 살펴보면 해당 아파트의 정보를 공유하는 게시판에 "여기가 그 유명한 욕세권 아파트냐" "아이들은 미래다" "법 위에 입주민 있다는 그 곳" "택배 갑질은 아무 것도 아니었네" 등 비판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그러자 이 아파트 입주민이라고 밝힌 누리꾼은 게시판에 "입주민 한사람으로서 죄송하다"며 "이번 일은 입주민의 동의 없이 입주자대표 회장의 단독으로 진행됐다. 입주민은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다. 돌려놓고 해결하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신고를 당한 아이들 부모는 A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경찰은 A씨를 협박과 감금 등 협의로 입건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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