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백신패스 위조에 도입 반대 시위까지 ‘시끌’

이탈리아, 백신패스 위조에 도입 반대 시위까지 ‘시끌’

기사승인 2021-11-10 20:41:24
지난달 16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백신 패스 반대 시위. 연합뉴스
이탈리아가 백신패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백신 패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백신을 맞았거나 검사를 통해 음성이 나온 사람,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사람 등에게 발급하는 증명서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백신 패스를 적용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내무부가 넉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백신 패스 반대 집회·시위를 엄격히 제한한다. 새 행정명령에 따라 이번 주말부터 각 도시의 시내 역사지구 혹은 상점이 밀집한 거리에서는 집회·시위를 할 수 없다.

정부 기관을 포함한 관공서나 정당·노조 본부 건물 앞에서의 집회·시위도 금지된다. 아울러 당국의 별도 허가가 없는 한 연좌 형태의 집회·시위만 허용되며, 참가자들의 마스크 착용 역시 의무화된다. 이는 도심 상인들을 보호하고 집회·시위가 폭력·과격 양상으로 변질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다. 다만, 지금과 마찬가지로 집회·시위 자체를 막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탈리아는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위해 지난 8월 초 백신 패스를 처음 도입했다. 실내 음식점이나 헬스장, 박물관·미술관 등을 출입하거나 기차·비행기·고속버스 등 장거리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는 물론 민간·공공 근로 사업장 출근할 때도 백신 패스를 제시해야 한다.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의 반강제적 조처에 접종을 반대하거나 기피하는 사람들의 반발도 거세다. 이들은 지난 7월부터 수도 로마를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주말마다 백신 패스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지난달 8일에는 로마 도심에서 ‘네오파시즘’ 성향의 극우 정치단체가 선동한 과격·폭력 시위로 진압경찰과 시위 참가자 수십 명이 부상하기도 했다.

당국은 위조된 백신패스 유통 정황이 확인돼 수사를 벌이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경찰은 중부 라치오주 리에티에 거주하는 17세 청소년을 공문서위조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이 청소년은 러시아 출신 해커와 공모해 가짜 백신 패스를 인터넷상에서 판매해 약 2만 유로(약 2726만 원)의 부당 수익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그는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가짜 백신 패스를 주문한 이의 신분증 사본을 받고서 이를 러시아 해커에게 넘기는 등 중간 전달책 역할을 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들 일당이 가짜 백신 패스 발급 명목으로 확보한 신분증 사본은 차명 계좌 개설이나 차명 신용 카드 발급 등 2차 범죄에도 활용됐다.

이러한 범행은 한 여성이 백신 패스 위조를 요청했다가 사기를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백신 접종을 반대하는 이른바 ‘안티 백서’인 이 여성은 헬스장을 이용하고자 해당 청소년에게 150유로(약 20만 원)와 함께 신분증 사본을 전달하고 백신 패스 위조를 요청했다. 백신 패스는 오지 않았고, 이를 빌미로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으로부터 협박까지 당하게 되자 모든 사실을 경찰에 털어놨다.

경찰은 이 청소년이 백신 패스 위조를 전문으로 하는 러시아계 사이버 범죄 네트워크에 포섭돼 범행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러시아 해커의 소재와 신원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위조된 백신 패스가 시중에 얼마나 유통됐는지도 확인 중이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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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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