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책을 논의하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현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면을 쓴 한 남성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재현했다.
국내외 시민사회단체들은 10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 COP26 행사장 인근에서 오징어게임을 본떠서 삼성전자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기후솔루션, 환경운동연합, 청소년기후행동, 소비자기후행동, 액션스픽스라우더는 삼성전자에 사용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속히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면을 쓰고 태양과 풍력발전기 모양 달고나 게임을 하고, 분홍 옷을 입은 진행요원들이 ‘삼성전자 재생에너지 100%로’라는 배너를 들고 기후대응을 압박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환경운동연합의 권우현 기후에너지국 활동가는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삼성전자가 기후변화에 지금처럼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면 기후위기를 막지 못하고 모두가 패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수준의 반도체 매출을 기록했다고 홍보했지만, 한국 내 주요 온실가스 배출기업으로서 책임에는 침묵하고 있다”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의 기후대응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글로벌 전력사용량은 2만2916기가와트시(GWh)이고 그 중 약 70%(1만6116GWh)가 국내에서 사용됐다. 국내 사용량은 단일 기업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국내 전체 일반가구가 한 해 쓰는 전력의 4분의 1에 맞먹는다.
국가 온실가스 종합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253만t으로 국내 주요 기업 중 세 번째로 많으며, 지난 10년 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해외 사업장의 사용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전자 전력의 82%를 사용하는 한국과 베트남은 RE100(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것)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미국, 유럽, 중국에 있는 사업장에만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반쪽짜리 성과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12일 산자위 국정감사에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국감에서 여건이 갖춰지면 국내에서도 재생에너지 100%를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올해 삼성전자가 구매한 재생에너지 전력은 전체 전력 사용량의 3%에 불과하다”면서 “공장 자가설비를 통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0.02%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