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은 17일 카드사 대표 등 여신전문금융업계와 간담회를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가맹점 수수료 문제는 앞으로 여러 의견을 들으면서 결정해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좀 더 듣고 결정하겠다”면서 “세부적인 부분은 계속 협의해 연말까지는 가맹점 수수료를 확정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간담회에서는 현재 3년으로 돼 있는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원가)의 산정 주기를 늘리자는 의견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고 위원장은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는 법에 있는 거라 쉽게 바꾸기 어려운 측면도 있고, 그 부분을 검토하려면 카드사 뿐 아니라 가맹점, 소비자 등 여러 의견을 종합해 봐야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오전에 진행된 주요 카드사 노조와의 간담회에서도 당국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금융위원회는 사무금융노조, 금융노조,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이하 카노협)에 소속된 7개 카드사지부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노조는 자영업자와 카드사를 포함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카드수수료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달라고 당국에 제안했다.
정종우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은 “3년 전 카드수수료 인하 이후 신입직원을 채용하지 않았고, 올해 역시 신규 채용이 없을 것 같다. 회사가 어려운 처지에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부터 줄여나가고 있다”면서 “적격비용 재산정제도 도입의 취지가 충분히 달성되고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나는 상황이니 만큼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이세훈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적격비용 재산정제도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의해 3년마다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법이 정한 대로 해야 한다”면서 “카드사들의 어려움은 잘 알고 있다. 발표에 앞서서 충분히 사정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수수료 인하는 이미 결정된 사항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이미 수수료 인하율 등 밑그림이 다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면서 “지금까지의 인하 발표 시점을 보면 12월 첫째 주쯤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결정 기간을 미룬 만큼 기대해 볼 만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정책실장은 “이달 말로 예정된 카드 수수료 발표가 미뤄질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여지가 있는 건 아닌지 기대하고 있다”면서 “금융위에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등 긍정적으로 반응해 상황을 보고 앞으로의 대응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