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한 달도 안 돼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4000명을 넘었다. 지난해 1월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치다. 신규 확진이 늘어난 만큼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확진도 확산세다. 전국 유·초·중·고 전면 등교가 시작된 지 사흘 만에 나온 이같은 소식에 많은 학부모가 불안감을 나타냈다.
24일 초등 5학년 자녀를 둔 이모씨(40)는 이날 9세 이하 소아가 코로나19로 사망했다는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렸다면서 "어릴수록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무증상 또는 경증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너무 깜짝 놀랐다"며 "학교, 학원 등에서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초등 2학년 자녀를 둔 최모씨(38)도 "아이들을 등교시킨 뒤 확진자가 4000명이 넘었다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너무 불안하긴 하지만 내 아이만 학교에 안 보낼 수도 없고 빨리 겨울방학만 되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4116명을 기록했다. 수도권에서만 3125명이 나와 전체의 76.4%를 자치했다.
백신 접종을 하지 않거나 맞을 수 없는 소아·청소년들의 확진도 계속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10월28일~11월3일 일주일간 전국 일평균 학생 확진자가 349.6명으로 집계된 이후 주간 일평균 확진자는 줄곧 330명 넘게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만 12세 이상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진행하고 있는데 1지난 23일 기준 12~17세 접종률은 15.4%에 그친다.
박혜경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접종시행반장은 T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연령이 낮을수록 위중증이나 사망이 적은 건 분명하지만 최근 2주간 12~17세를 분석해보면 98.7%가 접종을 하지 않은 소아·청소년이었다"라며 "최근 7월 이후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서 위중증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반장은 "기저질환이 있는 학생들이나 면역도가 낮은 학생들은 위중증으로 진행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7월부터 10월까지 집계된 만 18세 이하 위중증 환자 14명은 모두 미접종자"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날 국내에서 만 18세 이하 소아·청소년이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례가 처음 나왔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0~9세 코로나19 사망자가 1건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의 정확한 나이와 사인 등이 공개되지 않아 학부모들 사이에선 "백신 접종을 아직 하지 못하는 연령의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와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또한 이날 0시 기준으로 19세 이하의 소아·청소년 중 위중증 환자도 2명 발생했다. 현재 0~9세, 10~19세 위중증 환자는 각 1명으로 중증 환자 전담 병상에서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맘카페 등 온라인상에서는 불안함을 표출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엄마는 지역 맘카페에 "코로나 시작하고 확진자 200명 넘을 때 아이를 유치원에 안 보내고 가정보육하면서 집콕하던 게 엊그제 갔는데 이제 4000명이 넘었다"며 "위드코로나라고 그동한 못했던 회식들 한다고 들썩이는데 정말 살얼음판 같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번주부터 전면 등교를 시작했는데 4000명이 넘다니 이를 어째야 하나" "일상회복이 되려나 갈수록 태산이다" "위드코로나는 개뿔" 등 불안감을 호소했다.
전면 등교를 환영했던 일부 학부모들도 불안감을 드러냈다. 워킹맘 김모씨(36)는 "출근하면 아이들끼리 있는게 불안했는데 이제 학교에 가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면서 "4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학교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는 말을 들으니 걱정되는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초등 3학년과 유치원생 자녀를 둔 남모씨(37)도 "아이가 학교에 가서 너무 좋았는데 9세 이하 첫 확진자 사망이 나왔단 말에 깜짝 놀랐다"며 "확진자가 4000명을 넘기는 이 상황에 위드코로나는 안될 것 같다. 아이들과 계획한 것들도 전부 보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방대본은 이날 0시 기준 0~9세 소아가 코로나19로 숨진 것과 관련해 "태아가 사망한 사례"라고 밝혔다. 산모와 사산된 태아에서 코로나19 양성이 확인됐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