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정은보 원장은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 및 8개 생명보험사 CEO들과 취임 후 첫 간담회를 열었다. 생명보험사의 감독·검사 방향을 논의하고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정 원장은 “1990년대 일본의 자산 거품 붕괴 이후 니산생명, 토호생명 등 7개 생명보험사의 연이은 파산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당시 단기 실적에만 치중하지 않고 ALM을 강화하는 등 리스크를 관리한 보험사만이 생존했다”면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생명보험업계도 선제적 자본확충과 새로운 기회 발굴 등을 통해 위기에 대응해달라”고 강조했다.
2023년 도입 예정인 IFRS17은 보험사의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니라 시가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IFRS17과 함께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되면 보험사는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이자를 모두 부채로 기록한다. 이에 따라 보험사는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자본건전성을 맞추기 위해 더 많은 자본을 미리 확충해야 한다.
IFRS17이 도입되면 과거 고금리 상품을 많이 팔았던 생명보험사가 손해보험사보다 보험부채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 보험이 많은 생명보험사들이 과거 가입 당시 고금리가 반영되면서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업계에서는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지분 매각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금감원은 자본확충에 이어 투자 부실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체투자 모범규준을 내재화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힘써달라고 덧붙였다. 당국은 시스템리스크가 우려되는 보험사에 한해 사전적 검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시스템리스크 우려가 낮은 회사는 자율적인 내부통제 강화를 유도한다.
정 원장은 “내부감사협의체를 통해 검사 결과 반복 지적사항, 내부통제 모범사례 등을 공유해 회사별 자체 점검 및 자율시정 유도해 내부통제 책임성 강화하겠다”면서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도 ▲상품개발 ▲보험모집 ▲보험금 지급으로 이어지는 전체 프로세스에 걸쳐 소비자 피해를 사전 예방하는 데 주안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한편, 빅테크의 금융산업 진출과 관련해 당국은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원칙을 강조했다. 정 원장은 소비자 피해 및 공정경쟁 저해 우려가 없도록 시희성 있고 균형 잡힌 규율체계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규제 완화 및 선진화를 통한 보험산업 혁신 지원도 약속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