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상징인데…4년째 ‘불법 딱지’ 못 떼는 강제동원 노동자상

역사적 상징인데…4년째 ‘불법 딱지’ 못 떼는 강제동원 노동자상

기사승인 2021-11-27 17:00:44
지난 9월 서울 용산역에 설치된 강제동원 노동자상이 일부 훼손됐다.   사진=이소연 기자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를 추모하는 동상이 4년째 불법 시설물이라는 불명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양대노총은 26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용산역에 설치된 강제동원 노동자상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양대노총은 “노동자상은 역사를 기억하고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며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조선인 노동자에 대한 일본이 강제동원 및 배·보상 문제, 전쟁 범죄에 대한 공식적 사과를 촉구하는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단체 및 개인 등이 노동자상의 모델이 일본인이라는 허위 주장을 하며 노동자상에 대한 폄훼 등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향후 추가 훼손 우려가 심각하다”고 이야기했다. 

강제동원 노동자상은 지난 2017년 8월 양대노총과 시민사회단체의 모금으로 용산역 앞 광장에 건립됐다. 강제동원 노동자가 어두운 갱도에서 나와 태양을 마주하는 순간을 형상화했다. 용산역은 강제동원 관련 역사적 장소다. 일제강점기 전국 각지에서 강제동원된 조선인이 결집했던 곳이다. 

지난 2017년 서울 용산역에 설치된 강제동원 노동자상. 쿠키뉴스 DB
노동자상 건립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양대노총에 따르면 2017년 3월1일 노동자상을 설립하려 했으나 정부는 ‘외교적 문제’를 이유로 불허했다. 양대노총은 같은해 8월 건립을 강행했다. 정부는 이를 불법시설물로 규정, 매년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국유재산법에 따라 국토교통부에 의해 철거될 수 있다. 

수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29일에는 한 남성이 노동자상의 오른손에 들려있던 곡괭이를 떼어낸 뒤 도주했다. 2018년에는 노동자상 표지석에 무수한 낙서가 발견됐다. 강제동원 피해자의 영정사진과 영정사진을 든 유가족의 얼굴에 낙서가 집중됐다. 양대노총은 “일부 단체와 개인이 노동자상 철거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며 “노동자상에 ‘불법시설물’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온갖 폄훼를 일삼으며 철거를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대노총은 노동자상 합법화와 보호를 위해 국가에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용산역 부지는 국유지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공공조형물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지자체가 아닌 정부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정부는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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