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게임 전문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게임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가장 종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NFT(대체불가능한 코인)게임, ‘확률형 아이템’, 개발자 노동환경 등 게임업계 관련 다양한 현안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이 후보는 지난 21일 게임전문 유튜브 채널인 '김성회의 G식백과(이하 G식백과)'에 출연했다. G식백과는 게임 개발자 출신 김성회 씨가 운영하는 게임채널로 7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게임 소개, 산업 비평 등 게임 관련 현안과 지식 등을 주요 콘텐츠로 다루고 있다.
이 후보는 1980년대 대학 시절 ‘갤러그’를 시작으로 ‘제비우스’, ‘테트리스’, ‘엑셀리온’, ‘1942’ 등의 게임을 주로 즐겼다고 밝혔다. 이어 “아들과 함께 1942를 했는데, 그때 많이 싸우기도 했다”는 일화도 전했다.
“게임에 친숙한 2030이 캐스팅 보트가 되면서, (이 후보의) 게임 관련 행보를 청년층 공략을 위한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 후보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선거 전략을 떠나서 게임산업 자체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가장 종합적이다”며 “한국 게임산업의 경쟁력은 높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게임업계 최대 이슈인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는 "최소한 확률이 어느 정도 되는지 공개하라는 것"이라며 규제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후보는 “고객을 존중하지 않고, (고객이) ‘기만당했다’고 생각하면 게임의 미래 또한 불투명할 것”이라며 “고객을 ‘봉’으로 아는 사고로는 계속 성장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게임중독 질병코드 관련 이슈에 대해서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 후보는 “게임이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친다면 질병으로 치료해야 하니 (질병 코드로) 분류하는 게 맞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게임을 4대 중독 물질 중 하나로 규제하자고 해서 국내 게임 산업이 타격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 이용자 중에는) 과몰입하는 사람이 있겠고 범죄적 경향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아닌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게임업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크런치 모드(게임 출시 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집중·장시간 근무형태)’에 대해선 개선이 필요하다는 태도를 밝혔다. 그는 “보통 개발자들이 작품 출시나 대형 업데이트를 앞두고 압축적으로 일하는 사례가 많다”며 “그렇기에 모 후보(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120시간을 화끈하게 일하고 쉴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말도 이런 것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후보는 "120시간 일하고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겠느냐"며 과거 게임업계의 과도한 노동시간 문제에 대해 120시간 노동 발언을 했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노동자도 사람”이라며 “사용자도 절실한 상황이면 추가 인력을 구해야지 현대문명사회에서 맞지 않는 수준의 과도한 노동착취를 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P2E(플레이투언, Play to Earn)' 방식의 NFT 게임에 대해서는 긍정적 견해를 내놓았다. “P2E가 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이 후보는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해외에서 이미 활발한 산업이며, 무조건 금지하면 ‘쇄국 정책’을 펼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e스포츠(게임 대회)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바둑이 스포츠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지만,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지금은 다들 받아들였다”면서 “e스포츠도 장기적으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e스포츠 상무팀 창설에 대한 필요성도 역설했다. 그는 “e스포츠의 경우 선수의 전성기가 20대 초반에 오고 경력이 일찍 마무리되는 편이라 활동 기간이 군 복무 기간과 겹치는 경우가 많다”며 “상무 e스포츠단 소속 입대 선수들이 해외대회에 출전하는 등 국가에 기여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공군은 2007년 ‘스타크래프트’ 상무팀 ‘공군 에이스’를 창단했다가 2014년 공식 해체한바 있다.
이 후보는 "게임은 하나의 산업이면서 잠재력 있는 영역"이라고 표현하면서 "게임 인식이 바뀌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전 세계에서 우리 게임들이 선전해 문화를 많이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번 영상은 등록된 지 20시간 만에 조회 수 42만 회를 돌파하는 등 많은 게이머의 관심을 끌었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우호적이다. 한 누리꾼은 “게임을 범죄와 질병이 아닌 산업으로 이해하고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며 “게이머들의 고충과 게임산업의 미래에 대해 메이저프레임에서 다룰 수 있게 된 것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게임업계에 정통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후보의 발언에 게이머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면서도 “결국 가장 중요한 점은 구체적으로 어떤 공약을 제시할지, 공약 이행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지에 대한 진실성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G식백과는 오는 23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출연한 영상을 공개한다. G식백과 운영자 김 씨는 지난 2일 이·윤 후보를 비롯한 주요 대선 후보와 인터뷰를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윤 후보 측은 마지막까지 출연 여부를 확정짓지 못하면서 출연이 불발됐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