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게임 전문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IT 전문가다운 면모로 게임산업 전반에 해박한 모습을 보였다. 안 후보는 “게임업계가 이용자들을 인질로 잡아 배짱을 부리는 측면이 있다”는 비판도 남겼다.
안 후보는 지난 23일 게임전문 유튜브 채널인 '김성회의 G식백과(이하 G식백과)' 영상에 등장했다. G식백과는 게임 개발자 출신 김성회 씨가 운영하는 게임채널로 7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게임 소개, 산업 비평 등 게임 관련 현안과 지식 등을 주요 콘텐츠로 다루고 있다. 앞서 21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의 대담 영상도 공개한 바 있다.
안 후보는 초반부터 게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이 소장한 패키지게임 ‘디아블로3’, ‘울펜슈타인3D’, ‘문명’, ‘바즈테일3’ 등을 촬영 현장에 가져왔다. 또한 ‘둠’ ‘퀘이크’ ‘하프라이프’, ‘울티마’, ‘위저드리’ 등 과거 즐겨한 게임을 회상하며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이어 딸 안설희 씨와 함께 ‘마리오 카트’를 함께 했다는 일화도 공개했다.
게임업계 최대 이슈인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 안 후보는 아이템의 습득률 공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확률 공개는 당연한 것이고,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은 사기행위라고 볼 수 있다”며 “만약 문제점이 확인된다면 처벌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다른 유통 산업의 경우 소비자가 능동적으로 불매운동을 할 수 있지만, 게임산업은 힘든 부분이 있다”며 “내가 열심히 육성한 캐릭터를 버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이를 악용해 게임업계가 이용자를 인질로 잡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각에서는 게임 내 확률을 ‘맛집 레시피’로 비교하는 의견도 있다”며 “그런 레시피로 만든 요리는 스스로 먹어야지 다른 사람에게 권하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다만 무조건적인 규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안 후보는 “일정 규모 이하 혹은 개인이 만드는 게임의 경우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시켜주는 제도)’ 내에서 자유로운 활동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형 게임사는 규모에 맞게 규제를 진행하는 등의 규제 이분화 방안도 있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게임업계 근로환경을 개선할 정책도 제시했다. “게임개발자들은 다른 IT업계 종사자보다 처우가 좋지 않다”며 “대형게임사의 경우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이 마련됐지만, 중소업체는 그렇지 않다”는 질문에 안 후보는 “맞다. “IT보안, 사무용소프트웨어보다 게임 개발자 근로환경이 훨씬 열악하다”며 “주52시간제가 도입된 뒤 다른 소프트웨어업체들은 잘 따르지만 중소게임업체들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게임 특성상 출시 직전 일이 몰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게임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들의 희생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프로그래머도 해보고 회상 경영도 해본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쉬어야 업무 효율이 높아진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어 “물론 게임 등 소프트웨어 개발 사이클은 현행 52시간 근무제와는 조금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며 업계의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안 후보는 “연간 근무시간을 합산해 평균 주 52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이른 시점에 다 채우면 두세 달 유급휴가를 지급하는 방안도 있다”며 “극단적으로 보면 대학교 교수들처럼 안식년을 주는 제도가 있으면 한다”고 밝혔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P2E(플레이투언, Play to Earn)’ 방식의 NFT 게임 국내 도입에 대해서는 "P2E 게임을 허용하는 나라들을 1년 정도 지켜본 뒤 좋은 측면이 많은지, 나쁜 측면이 많은지, 나쁜 측면은 개선하면 좋은 쪽으로 바뀔 수 있을지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e스포츠 상무 구단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지만, 병역 특례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부도 e스포츠 활성화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며 “e스포츠를 사랑하는 수많은 세계인들이 있는데, 한국 선수들이 활약을 펼친다면 국위선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세계 게이머에게 한국의 매력을 알린 e스포츠 선수들이 많다”며 “이들에게 병역특례를 주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방송을 끝으로 G식백과의 대선 후보와의 게임 대담 영상은 모두 마무리됐다. 콘텐츠를 기획한 김성회 씨는 “혹시나 정파성, 좌우이념 시비에 휘말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대부분의 게이머 분들이 좋은 콘텐츠로 봐주셔서 안심했다”며 “특히 ‘아버지, 삼촌 세대의 대선후보가 진지하게 게임이야기를 하는 모습이 신선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권에게 유해물질로 낙인 찍혀 두드려 맞던 게임이, 이번 G식백과 대선토크를 기점으로 여느 놀거리와 똑같은 ‘보편적인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