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대선 말말말’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쏟아진 정치권의 ‘말’을 풀어보는 코너입니다. 정치인들의 ‘입’을 통해 세상에 나온 말들을 여과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조카 중학생 시절에 4번 변론 해줬다”
허정환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상근부대변인은 29일 “이 후보의 ‘입만 열면 거짓말’ 논란이 또 제기됐다. 이 후보는 조폭으로 활동했던 이종조카를 중학생 시절에만 변호한 것처럼 말해왔다. 그러나 성인이 된 후에도 두 번이나 변호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종조카가 미성년자라서 불가피하게 변호를 한 것처럼 말하면서 성인인 된 후 두 번이나 변호했던 사실은 교묘하게 숨겼다. 거짓말 논란은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18년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국제마피아파’ 중학생 조직원이었던 이종조카를 4번 변론했다고 밝혔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후보는 “제 이종조카가 중학교 다닐 때 국제마피아파의 중학생 조직원이었다. 그때 제가 그 애를 4번 변론을 해줬다. 조카인데 어떻게 합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언론사가 28일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이 후보는 이 후보의 이종조카의 24세 ‘음주 후 차량 절도’, 30세 ‘재물손괴 및 상습 절도’ 범죄에 대해 당시 변호인을 맡았다고 알려졌다.
“故 김문기? 성남시장 때 몰랐다”
이 후보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핵심 인물들과의 관계를 부정하며 ‘모르쇠’ 전략으로 일관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관련 인사들과의 연결고리를 차단하기 위함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인 지난 2015년 12월 ‘대장동 의혹’으로 수사를 받다가 숨진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게 대장동 사업 성과를 인정하고 표창을 수여한 사실을 밝혔다.
김 처장이 이 후보와 수년 전부터 가까웠다는 증거 자료도 추가로 공개했다. 성남시장 재직 시절 함께 해외 출장 간 사진 등이다.
앞서 이 후보는 극단적 선택을 한 김 처장에 대해 “위로 말씀 외에는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 상황도 정확하게 모르고 안타깝다는 말씀밖에는 드릴 게 없다”고 말했다. 성남시장 시절 김 처장을 알았냐는 질문에도 “시장 재직 시절에는 몰랐다”고 답했다.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이 후보는 다시 해명했다. 그는 29일 오후 채널A ‘이재명의 프러포즈-청년과의 대화’ 토크 콘서트에서 “이분(김 처장)은 제가 재판을 받으면서 ‘이 사업의 가장 핵심적인 실무자’가 누구냐고 물어봐서 이분하고 통화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시장할 때 이 사람 존재를 몰랐다. 출장을 갔는데 같이 갔다고 했다. 하위직 실무자인데 그 사람(김 처장)이 이 사람인지 어떻게 아는가”라며 “표창장을 수백 명 주는데 그 사람을 왜 기억을 못하냐고 하면 이게 적절한 지적인가”라고 따졌다.
“유동규, 측근 아니다”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 관련 인사들과 이전에도 선 긋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구속기소 된 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에 대해선 지난 9월 경선 기간 “측근이 아니다. 수많은 산하기관 직원 중에 하나”라고 관련성을 부인했다.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유한기 전 성남도공 개발사업본부장이 지난 10일 숨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후보는 “고인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비통한 심정이다”라며 “유 본부장의 명복을 빈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특검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판은 커졌다. 국민의힘은 대장동 게이트의 몸통을 이 후보로 규정했다. 그의 해명이 더 큰 의혹만 낳고 있다고 공세를 펼쳤다.
허 부대변인은 지난 29일 이 후보를 겨냥해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가짜 인권변호사”라며 “대한민국 사법 잣대가 고무줄이 되는 것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승훈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상근부대변인 역시 논평에서 “그동안 이재명 후보는 표를 위해서라면 순식간에 입장을 뒤집었다. 수많은 거짓말로 국민들을 우롱하고 기만해왔다”며 “형수 욕설·음주운전·잔혹 살인자 변호·친형 정신병원 입원·논문 표절·대장동 설계자·대장동 특검 등 ‘이재명을 위해’ 억지 해명에 매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 후보의 이른바 ‘선 긋기’ 논란이 지지율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 평론가는 30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유권자들은 이미 도덕성에 대해 낙제점을 주고 지켜보는 상황이다. 지지율 추이에 큰 변화를 주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결국 승패를 결정짓게 되는 건 중도층이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등 돌릴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