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도 '방역패스' 진땀…'미접종자 화장실 차별 논란' 사실은

휴게소도 '방역패스' 진땀…'미접종자 화장실 차별 논란' 사실은

온라인에 "A휴게소, 화장실 가는 시민에 방역패스 요구" 주장
스마트 기기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 직원의 실수
지방 휴게소, 방역지침으로 필요 인력 늘었는데 일손 부족

기사승인 2022-01-06 15:33:03
A휴게소 입구 사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백신강제접종패스반대'캡처

정부의 복잡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로 인한 원성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엔 휴게소에서 미접종자들에겐 간이 화장실을 이용하게 하거나 아예 입장을 거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휴게소 측은 화장실 방역패스 적용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시니어 직원의 실수가 있었다는 것은 인정했다. 시니어 직원은 상대적으로 스마트기기에 익숙하지 않은데다 지난 3일부터 방역패스에 6개월 유효기간이 적용되면서 이해가 완벽히 되지 않았던 탓으로 보인다.

시니어 직원의 실수로 불거진 논란에 뭇매를 맞았지만 지방 휴게소들은 어르신들에 감사한 게 현실이다. 방역패스 지침이 내려온 이상 따라야 한다지만, 수도권과 달리 추가 인력을 쉽게 늘릴 수 없는 열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6일 코로나19 미접종자 또는 방역패스 반대 시민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경북의 A휴게소가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시민들에게 방역패스 확인을 요구했다'는 내용의 글이 캡처본의 형태로 퍼졌다.

내용에 따르면 한 누리꾼은 지난 4일 지인이 경험한 일이라면서 "A휴게소 화장실을 가는데 입구에 QR 체크하는 직원이 미접종자는 (내부) 화장실을 이용못하고 바깥에 있는 간이 화장실로 가야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화장실 백신패스도 정부지침이냐'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이보다 앞선 지난 1일 'A휴게소에서 백신패스 때문에 화장실 못 갈 뻔'이란 제목의 글을 올리고 "문 앞에서 할아버지(직원)가 QR체크 하라고 해서 '화장실만 갈거다' 했더니 '그래도 해야 한다' '당신 2차까지 맞았냐'라고 하더라"라며 입구 앞에 사람들이 줄 선 모습을 찍신 사진을 공유했다. 

이를 본 커뮤니티 회원들은 분노했다. "미접종자는 밥도 못 먹게하고 화장실도 못가게 하고 마트도 못가게 한다" "화장실 가는 것도 백신 맞았는지 보여줘야 하냐" "참을 수 없다" 등 글을 올렸다. 일부 회원들은 A휴게소와 한국도로공사 연락처를 공유하며 민원 동참을 독려하기도 했다. 

A휴게소 측은 미접종자 화장실 차별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휴게소 방역패스 대상은 식당, 카페, 화물차라운지다.

A휴게소 관계자에 따르면 QR체크 기기는 입구 3곳에 설치돼 있다. 휴게소 특성상 넓은 한 공간에 복합적으로 상가와 화장실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식당·카페 등을 이용하는 고객과 화장실을 이용하는 고객은 '스티커' 유무로 구분한다. 논란이 된 화장실은 입구를 통해 휴게소 건물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A휴게소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화장실을 이용하는 분들은 다 입장시킨다. 다만 입장한 고객 중 (미접종자가) 화장실을 갔다가 매장에 들리거나 식당을 가게 되면 '1인이 따로 식사를 하셔야 한다'고 안내를 해야 하니 (방역지침을 지키기 위해 방역패스 고객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라면서 설명했다. 

이어 "외부 화장실은 (식당·카페가 있는) 휴게소와 연결돼 있지 않아 접종 여부 자체를 묻지 않는다. 아무래도 휴게소 시설 고객과 화장실 이용 고객이 QR코드를 확인하는 입구에 몰리면서 기다림에 짜증내는 분도 있고 하니 (시니어 직원이 QR체크가 필요 없는) '바깥 화장실을 이용하셔라'라고 안내한 것이 오해를 부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고객에게 '2차 접종했냐' 한 것은 QR체크를 하면 유효기간 음성안내가 나오는데 아무래도 (직원 분이) 연세가 있으시다보니 이를 잘 못 보셔서 직접 물어본 것 같다"고 덧붙였다. A휴게소 측은 해당 시니어 직원에 방역패스 관련 내용을 다시 설명했다고.

A휴게소 측은 "동네가 좁다 보니 인력을 구하기가 힘들다. 방역지침을 어기면 입점 업체들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으니 (입구를) 비워둘 수도 없다"며 시니어 직원도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심지어 방역패스 관리 인력이 부족해 청소 용역 등 다른 업무 관계자가 업무를 대신할 때도 있다고 한다. 

지방의 휴게소들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역패스로 인해 갑자기 필요한 인력은 늘었는데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 지침이 완화될 수 있는 만큼 단기적인 인력을 추가해야 하는 상황인다. 수도권에 비해 일손 찾기가 힘든데다 노인 일자리 창출 등의 이유로 시니어 직원이 출입 관리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같은 문제는 이번 미접종자 화장실 차별 논란처럼 시민들의 불편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요즘 휴게소는 인력 구하기가 워낙 힘들어서 도시와 멀리 떨어진 곳은 아무래도 어르신 분들이 일하는 경우가 있다"며 "도시와 멀리 떨어진 곳은 숙소 생활을 해야 하는데다 최저임금이 오르고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되면서 근무 시간과 급여가 줄어 인력 구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이런 부분에 문제가 좀 있긴 하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서명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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